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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Mar 25. 2023

파랗지 않은 모든 이에게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역시나 한 달 만에 돌아와 소개할 책은.. 조지 M. 존슨이 쓰고 송예슬이 옮긴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입니다.


조지 M. 존슨, 송예슬 옮김,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모로, 2022.

표지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길을 갔을 뿐인데 맞는다는 것

— 이 책을 쓴 조지 M. 존슨은 흑인이자 퀴어입니다. (본인 피셜)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두 가지나 갖고 있는 셈이에요. 우리나라에도 ‘BLACK LIVES MATTER’가 알려질 만큼 사실 미국 내 인종 차별은 굉장히 심한데, 남성성을 강조하는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차별을 받기 쉬운 퀴어이기도 한 겁니다.

— 그래서 이 책의 첫 시작은 그가 5살 때 겪은 폭생 사건입니다. 사촌형들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백인들이 다수인 무리와 마주치게 되고 어린 조지는 약하단 이유로(혹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되어 앞니가 부러지게 돼요. 조지에게 그 사건은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웃지 않을 정도로요.


“너 게이야?”

— 조지는 20대 초반 정도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어요. 많이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조지의 몇몇 친구는 조지가 “게이 같다”는 이유로 준비가 안 된 조지에게 “너 게이야? 뭐 어때~ 괜찮잖아~”라는 얘기를 하곤 했더라고요. 그때마다 조지는 거짓말을 해야 해서,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었고요.

—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해이(노윤서)가 친한 친구에게 사실은 우리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이모라는 얘기를 털어놓고 나서 여기저기 소문이 나잖아요. 그 뒤로 해이는 친구들에게 그 얘길 하지 않게 됐고요. 조지는 해이 같은 경험은 없었지만 그 역시 차별 받을까 봐, 사람들이 수군댈까 봐 걱정했던 거예요. 말 못할 비밀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수 있는데, 다들 비슷한 마음일 겁니다.


아름다운 정세랑 작가 추천사.. 추천사에 구슬이 굴러다니네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 이 책을 읽은 뒤 이 책의 리뷰를 여러 개 봤는데 그중 하나가 “이 정도면 되게 좋은 집에서 잘 자란 거 아니야?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는 건 너무 당연한 보통의 가정 모습 아닌가, 왜 나는 조지가 순탄하게,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 걸까” 같은 글이 있는 리뷰였어요.

—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아 그래도 얘는 진짜 괜찮게 자랐다, 엄마아빠 다 있고 사랑도 많이 받았잖아,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근데 만약 조지가 흑인이 아니었다면, 퀴어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할렘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가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퀴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두들겨맞지도 않았으니 “괜찮다”고 치부해버린 거죠.

— 물론 어떤 면의 저는 굉장히 편견 덩어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생각보다 더 많은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앎은 끝이 없네요..ㅠ


올해의 책과 금서

— 책 소개 자료에 보면 이 책이 미국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책으로 꼽혔지만 어떤 도서관들에서는 금지 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퀴어의 자위 및 섹스 묘사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요.

— 영미권 회고록에 숱하게 등장하는 것이 섹스와 자위 묘사인데, 퀴어의 회고록에서만 이런 걸 지적하며 금지하는 목적은 누가 봐도 명백하죠. 오늘도 존재를 금지당한 어떤 우리에게 이 책의 든든한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족

— 이 책에서 ”파랑“은 흑인들을 죽이는 경찰 제복 색깔과 소년들이 으레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색깔, 두 가지 모두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 이미지보다 실물책이 더 예쁜 것 같아요.

— 좀 무거운 내용일 수 있지만 글이 술술 읽히고 책이 가볍습니다.



“더 나은 세계를 모색해가는“ 조지의 목소리를 꼭 수신하실 수 있길 바라며 맺습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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