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없는 AI는 그저 ‘예스맨‘일 뿐

AI 잠재력을 폭발 시키는 기술

by 판단의 흔적

침묵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오늘 나는 AI와 세 시간의 긴 대화를 나눴고, 결과물은 약 85%의 완성도를 보였다. 나머지 15%를 채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더 정교한 명령어(Prompt)가 아니라, 나의 '의도'를 전략적으로 숨기는 것이었다.

1. 3시간의 대화, 그리고 85%의 정체

오늘 마주한 과제는 복잡한 시장 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도출하는 일이었다. AI에게 데이터를 던져주고 세 차례나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딘가 매끄럽지 않았다. 수치상의 오류는 없었으나, 내가 원하는 '핵심을 찌르는 통찰'이 빠져 있었다. 마치 훌륭한 악기들이 모여있으나 지휘자가 갈피를 못 잡고 불협화음을 내는 교향곡과 같았다.

2. '답정너'가 되고 싶은 본능적인 유혹

마음 한구석에서 조급함이 고개를 들었다. "그냥 내가 원하는 결론을 말해주고, 거기에 맞춰서 근거만 찾아달라고 할까?"라는 유혹이 강렬했다. 인간의 본능은 언제나 에너지를 아끼는 쪽으로, 즉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AI를 내 생각을 확인받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싶은 이 비겁한 욕심은,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악보를 보지 말고 내 손짓만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3. "잠깐,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명상을 하듯 가만히 화면을 응시했다. '지금 내가 내리는 지시가 진정으로 AI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내 편견을 정당화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스쳤다. 의도를 너무 명확히 드러내면 AI는 내 비위를 맞추는 '예스맨'이 되어버린다. 반면, 의도를 너무 감추면 길을 잃고 방황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내 능력의 확장판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복사기가 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자각이었다.

4. 오늘의 규율: 의도의 농도 조절

지휘봉을 고쳐 쥐었다. 혼란을 잠재우고 AI의 잠재력을 나의 능력으로 치환하기 위해, 나는 오늘 다음과 같은 판단의 기준을 세웠다.

* 만약 [객관적인 검증과 창의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오늘은 [나의 최종 결론을 미리 발설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의도를 감춰야 할 때는 AI가 선입견 없이 넓은 범위를 탐색하게 두어야 한다. 반대로 의도를 명확히 할 때는 그것이 '목표'일 때뿐이며, '방법'에 대해서는 AI에게 자유를 주기로 했다.

5.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로운 거리두기

AI를 다루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다루는 일이다. 비개발자인 내가 전문가의 영역을 정복할 수 있는 이유는 기술적 지식이 해박해서가 아니다. 언제 나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언제 그 의도를 뒤로 숨겨야 할지 결정하는 '판단의 격'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수많은 의사결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답을 찾는 데 급급해하기보다, 그 정답을 도출하기 위한 나의 태도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살피는 것. 그것이 바로 지조 있는 호랑이가 숲을 지배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

혹시 당신의 AI는 당신의 "예스맨“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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