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라게 하는 힘

흔들리면서도 끝내 앞으로 가게 만드는 마음에 대하여

by Decision Editor

미쳐야 산다


일을 하는 이유는 결국,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일하냐고.
왜 굳이 힘들게 버티고, 고민하고, 매달리냐고.


어떤 날은 나도 그 질문 앞에서 멈춘다.
정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조금 덜 애쓰고, 조금 덜 욕심내고, 적당히 살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은 적당히만 살려고 하면 오히려 더 쉽게 무너진다.

몸이 힘든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건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는 상태,
내가 무엇을 위해 하루를 보내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는
내가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일은 단순히 생계가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 일은 생계다.
월세를 내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내일을 준비하려면 오늘의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버티게 하는 건
통장에 찍힌 숫자만은 아니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아무리 편해 보여도,
내가 쓸모없어진 것 같은 감각은
생각보다 깊게 사람을 갉아먹는다.


일은 나를 사회와 연결해 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
내가 만든 결과가 세상 어딘가에 닿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리는 돈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의미로도 버텨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몰입할 이유’가 필요하다


“미쳐야 산다”는 말은
무조건 자신을 갈아 넣으라는 뜻이 아니다.


잠도 줄이고, 관계도 버리고,
무작정 일만 하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언가에 깊이 몰입할 이유가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음이 완전히 식은 채로 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나를 비워낸다.
반대로 힘들어도 내가 의미를 느끼는 일은
나를 조금씩 채워간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무언가에
조금쯤 미쳐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가족 때문에 일하고,
어떤 사람은 자존심 때문에 일하고,
어떤 사람은 언젠가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 일한다.


이유는 달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견디는 하루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내 안에 있느냐는 것이다.


일을 하는 이유는 사실 거창하지 않다


처음에는 다들 거창한 이유를 찾는다.
성공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남들보다 잘 살고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일을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개인적이라는 것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보기 위해서.
오늘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결국 일은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일이기 전에
나 자신에게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일에 가깝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나는 여전히 해볼 생각이 있다고.
나는 오늘도 내 몫의 하루를 살아냈다고.


그 확인이 필요해서
사람은 다시 일터로 간다.


좋아서 하는 일만이 답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고 배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이어도 버겁고,
좋아하지 않는 일이어도 나를 성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아는 것이다.


버티기만 하는 일인지,
쌓이고 있는 일인지.
나를 마르게 하는 일인지,
조금씩 단단하게 만드는 일인지.


사람은 늘 완벽한 일을 하며 살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왜 이 일을 계속하는지는 알고 살아야 한다.


그 이유를 잃는 순간
피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반대로 이유가 분명하면
고단함은 견딜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왜 일하는가.


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누군가는 책임 때문에라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포기할 수 없어서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떤 답이든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답이
남이 정해준 문장이 아니라
내가 끝내 붙들고 싶은 문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은 사람을 지치게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을 살게도 한다.


견디게 하고,
버티게 하고,
다시 내일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미쳐야 한다.
세상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는 이유에.


그래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야 지쳐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다.
그래야 오늘을 살아낸 내가
내일의 나를 다시 데리고 갈 수 있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대단한 재능보다도
끝내 포기하지 못할 이유 하나다.


그리고 일은
그 이유를 매일 확인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마무리


일을 하는 이유를 잃지 않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돈보다 먼저
내가 왜 버티는지 아는 사람,
성공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속도는 느려도 오래간다.


그래서 오늘도 묻는다.
나는 왜 일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바로 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러니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자기만의 이유에 조금쯤 미쳐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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