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분명히 바빴는데, 커리어는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상하다.
분명 하루 종일 뭔가를 했다.
회의도 했고, 메일도 보냈고,
자료도 만들었고, 계획도 세웠다.
집에 오면 지친 몸으로 침대에 쓰러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내 삶을 조금이라도 앞으로 보낸 게 있었나?”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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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정은 게으른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성실한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온다.
시키는 일은 웬만하면 다 해내고,
책임감도 있고,
문제 생기면 밤새서라도 맞춰준다.
겉으로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나는 왜 항상 바쁜데,
커리어는 제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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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늘 해결하는데 공은 남이 가져가고,
결정은 윗사람이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지고,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역할은 커지지 않는다.
성과를 만들었는데
그건 늘 ‘경험’으로만 남는다.
일은 하고 있다.
하지만 쌓이는 느낌은 없다.
이건 무능의 문제가 아니다.
노력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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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배워왔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알아준다.
시키는 걸 잘하면 기회가 온다.
경험을 쌓다 보면 길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가장 먼저 소모된다.
구조 없이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채워주는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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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노력은,
어디에 남고 있는가?”
이 일이 끝나면
나는 무엇을 갖게 되는가.
내 이름으로 남는 건 있는가.
다음 선택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가.
이 질문에 답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허무함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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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탓한다.
내가 끈기가 없어서 그런가.
집중력이 부족한가.
아직 실력이 모자란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다르다.
의지가 행동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구조가 행동을 만든다.
노력이 쌓이지 않는 구조 안에서는
사람은 결국 지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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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상태를 이렇게 부른다.
열심히 하지만 남지 않는 노동.
‘백색노동’
눈에는 보이지만
성과로는 잘 남지 않는 노동이다.
이건 특정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직무, 나이와 상관없이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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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이 상태에서 사람은
어떻게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의지를 더 끌어올리는 방법 말고,
자기 계발 목록 말고,
노력이 ‘남게 만드는 구조’는 무엇일까.
다음 글에서는
그 구조를 아주 현실적으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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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글을 읽으며
“이거 내 얘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다.
당신은 지금,
보이지 않는 노동을 너무 오래 해온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