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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 다이브 Feb 27. 2024

방랑의 마침표

Humans of daiv. 열다섯 번째 이야기: 최동수

인공지능 분야에 몸을 담그고 있다 보면 '대학원'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학문의 길을 걷기로 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대학원을 꿈꿔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깊은 건지, 아니면 학위를 얻기 위한 욕망이 큰 건지, 취업을 위한 한 가지 선택지로 대학원을 택한 건지,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오늘은 그 질문들 끝에, 통계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최동수를 만나보았다.


간단하게 근황을 소개하자면.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17학번으로, 다이브는 세 기수 활동했다. 이번에 학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통계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에 진학한다. 인공지능 대학원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디로 진학할지 면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양자’ 쪽을 공부했던 걸로 안다.

엄밀하게 말하면 양자 쪽에만 치중해서 공부해 왔던 건 아니다. 다만 코로나 시기에 양자(Quantum) 관련 수업이 전공으로 열렸었다. 수업을 통해 좋은 기회로 양자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인턴도 하게 됐다. 기회를 잘 잡아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 봤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양자에 관심이 깊은 건 아니고, 더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하게 탐구하려고 하고 있다.



대학원 입시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우리 대학원은 통계학과 대학원이 아니라 ‘통계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통계학과와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뉜다. 통계학과는 주로 이론 통계를 연구한다. 순수하게 수학을 이용해서 공식을 설명하거나, 모델을 엄밀하게 증명하는 일을 한다. 반대로 데이터사이언스 학과는 흔히 말하는 AI를 연구한다. 물론 응용 통계도 포괄한다. 머신러닝/딥러닝 기법들을 적용해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Python이나 R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서 코딩하는 쪽으로 차이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없었나.

사실 대학원은 고학년이 돼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문에 재미를 붙인 시기가 비교적 늦은 편이라, 다른 친구들만큼 많은 준비를 하진 못했다. 그래서 학과 교수님 중 한 분께 면담을 요청해 다양한 고민을 털어놨던 기억이 있다. 취업과 대학원 사이의 진로 결정이나, 지도 교수님 컨택, 연구 분야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여쭤봤다.


그중 제일 큰 고민은 ‘단순하게 재밌다는 이유로 대학원을 가도 되는가?’였다. 특별히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반드시 석·박사 학위가 필요한 직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큰 뜻 없이 대학원을 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이런 마음가짐 자체가 맞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


교수님께 이런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대학원에 대해 너무 크게 기대하거나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해주셨다. 교수님 조언을 듣고 나니, 머리 아프게 고민했던 일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 이후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다이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은.

기본적으로 얕게 다양한 걸 시도해 보자는 마인드가 있었다. 다이브가 대학원 같은 연구 조직도 아니고 의무감이나 강제성이 강한 곳도 아니다 보니, 한 가지를 꾸준히 깊게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첫 기수에 공부했던 강화학습도 좋았고 마지막 기수에 했던 데이터 분석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강화학습을 계속 공부해 나갈까 싶기도 했었는데, 아는 선에서 강화학습을 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다. AI 대학원도 아니고 통계 대학원이다 보니 로우 레벨까지 연구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더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취미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여러 개를 건드려보는 걸 좋아한다. 최근에는 ‘다이브의 밤’ 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밴드 합주에 재미가 붙었다. 오랜만에 드럼을 치니 좋았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드럼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음악 수행평가로 합주를 해야 했는데 할 줄 아는 악기가 없었다. 마침 친구 중에 드럼을 잘 치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친구한테 배워서 합주를 잘 마쳤던 기억이 오랫동안 좋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입시가 끝나 정식으로 배워보자고 생각했다. 실제로 학원도 다녀보면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2~3년 정도 드럼에 빠졌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요리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남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보기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스스로 사람을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사람들과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에너지를 준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반대로 나에게 배워가기도 한다. 그게 마냥 지식이나 교육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삶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은연중에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 같다.


그래서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공부를 정말 못 했다. 당시 비대면 수업이어서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에게 따로 연락해서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나를 도와줬던 친구들이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대로 내가 잘하는 사람이 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거짓말 같지만 딥 다이브다(웃음). 다이브에서 얻은 인적 네트워크가 정말 크다. 사실 강화학습이나 자연어 처리, 데이터 분석 이런 것들은 다이브가 아니어도 공부할 수 있다. 그보다는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게 가장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기수가 끝나도 계속 연락하면서 고민거리도 이야기하고, 종종 공부나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 시기이기도 하고 고학년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동아리를 하기 쉽지 않았는데, 다이브는 공부도 하면서 친목도 다질 수 있는 좋은 집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을 영화 장르로 표현한다면.

코미디 영화로 하고 싶다. 코미디 영화를 보면 마냥 재밌는 장면들만 있지 않다. 감동적인 부분도 있고, 눈물 나오게 슬픈 부분도 있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부분도 있다. 아주 평범하지만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는 영화다. 가까운 대학 생활은 물론, 인생 전체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한 장르보다는 무난한 코미디 영화가 인생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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