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라떼

일기

by Om asatoma

여름같이 뜨거운 봄 낮

그 카페 골목에 세워진 공사 중 진입금지 푯말을 옆으로 옮기고

선인장 화분이 대문 앞에 나와 있는 이층 양옥집 담 옆에 주차를 한 후

다시 푯말을 길 가운데 세워두었다


말차라떼, 오늘은 말차라떼를 마셔볼게요

궁금해하지도 않을 남자에게 말을 건네듯이 주문을 하고

홍성란의 시집 <매혹>을 테이블 위에 꺼내었는데


잘 저어 드시라는 짧은 안내에도

젓지 않고 한 모금

움찔거리지도 않을 반항,

나는 말차라떼 먹는 법이 궁금한 게 아니라구요

당신을 먹는 법이 궁금해요


아무튼


운전하다 읽던 메시지를 꺼내 다시 읽어본다

그, 그 마을에서 만난 마주친 스친

평생의 주책(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한 번에 다 쓴 것처럼 낯뜨거웠던 그래서 잊고 싶었던 그날, 어색했지만 주저 없이 나왔던 그 말, 안녕하세요오


만나야 한다면 그 마을 그 길 위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날 나타난 그 사람

어떤 환상에 사로잡혔던 주책,


'다음에 한 번'이 의례적인 발화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고마운 메시지,

게다가 김사인 시인의 시라니!


첫사랑 이름 가물해도

잊히지 않는 그 이름

시를 쓰는 사람은 저렇구나,

시인은 전혀 다른 종족처럼 느껴지게 했던!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다

누구를 무엇을 탓할 수가 없는 거다


요청결례조심동의불편용서라니요...


시를 쓰는 남자는 잔인하지만

시를 아는 남자는 낭만적이다


유월까지는 너무 긴데,

사십을 넘어 달리고 있는 지금은

다음으로 미루는 일이 만만치가 않은데


(여긴 왜 남남 커플이 이렇게 많이 오는지 대낮에! 원래 이런 bar였나..)


何必 막 읽으려던 그 시집 몇 장 넘기니 나온 시가 流星

..

그를 세워 불렀으니 그건 인연이었을까

..

차茶 대접하겠다 하시니 이미 차를 마시네

..


그의 房에는 어떤 茶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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