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밤

by Om asatoma

그런 밤도 있지 않나

아는 사람 말고 모르는 사람과 언어의 벽에 갇히지 않은 채

노동으로서의 키스를 하고 싶은 날

백사장에서 구덩이 파고 있는 아이 옆에 이름도 밝히지 않은 어느 아이 다가가 서로의 이름 모르는 두 아이 말없이 모래 구덩이 파다가 바닷물 들어오면 아쉬워하면서 끝내 이름은 묻지 않고 안녕 인사하고 헤어지는 것처럼

어쩌다 밤바다 갔더니 출렁이는 물소리 들으며 섰는 이 사람 옆에 다가와 이쪽은 이쪽의 방식대로 그쪽은 그쪽의 방식대로 각자가 원하는 것을 그리며 밑도 끝도 없이 햇빛에 피부 벗겨져도 손톱아래 모래 알갱이 박혀도 바닷물 들어찰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한 번

시간과 공간은 같이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전혀 다른 언어로 각자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그런 일이 뭐 대수라고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분절된 장면들이 연결될 것 같은가 결코.

모자이크와 같은 착각과 환시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잊고 잊고 자꾸 잊고

부유물처럼 떠가는 존재임을 부정하려니 인간의 오만이 생겨 부정하지 말 것 저항하지 말 것 그저 그러하게 놓아둘 것 잡으려 들지 말 것 놓아둘 것 바라볼 것 떠가는 자아가 떠가는 타자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것 자아를 버릴 것

그러니까 나는 진해 바다에 있으니까 바나나리퍼블릭 블랙 카고 팬츠와 노브라에 블랙 니트 나시 탑을 입었으니까 입술은 샤넬 169번 빅토리아시크릿 아몬드 블라썸 앤 오트밀크 바디미스트이니까 그러니까

어서 언어의 벽에서 탈출하여 우리.


사실은 위로가 필요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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