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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Aug 09. 2018

모두의 얼굴은 언제나 특별하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아녜스 바르다가 누구야?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설명할 수 있으며 좋겠지만, 그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다만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한 주변 평이 워낙 좋아서 보게 되었을 뿐. 오히려 그녀가 영화사에서 이뤄낸 권위 등에 짓눌린 상태로 봤다면 자유로운 감상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고전을 썩 즐겨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고전은 좋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쉽게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당위성이 취향을 이겨버리곤 한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걸 싫어한다. 어쨌거나 아녜스 바르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감각와 의미가 만날 때 


크게 사진을 프린트해서 건물 등에 붙이는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제이알과 아녜스 바르다의 협업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제이알은 모든 현상에 관심이 많고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아녜스 바르다는 눈도 잘 안 보이고 뛰는 것도 힘들어하지만 자신이 찍는 사진의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해왔다. 


두 사람의 작업은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도 큰 의미지만 자신들에게도 큰 의미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젊을 때는 숨길 수 없을 만큼 넘쳐나는 감각으로 작업을 하고, 나이가 먹을수록 의미에 좀 더 방점을 찍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두 사람은 성격부터 성향까지 꽤 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조율해서 작업을 해나간다. 아마 두 사람은 피사체를 이해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잘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최첨담의 감각과 세상과 함께 나이 먹으면서 쌓인 연륜으로 포착해낸 의미가 만나서 이 영화는 무시무시해졌다.




누구에게나 특별함은 있으므로


SNS 덕분에 인류 전체가 사진을 제일 활발하게 찍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업로드하는 순간 평범했던 순간조차 의미를 가진다. 제이알과 아녜스 바르다는 소외된 지역에서 주로 사진을 찍는다. 피사체가 된느 이들은 평범한 이들이다. 지금 쓰면서도 어색하다. 평범함과 특별함은 누가 정하는 거지?


누구나 특별하다. 다만 그 특별함의 기준을 사회가 만든 기준에 맞추느냐일 뿐. 당신의 삶은 늘 특별했는데, 그걸 증명해줄게요. 제이알과 아녜스 바르다의 작업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영화라는 매체도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의 가장 흔한 취미 중 하나가 아니던가. 영화에 권위를 덧대는 대신, 나도 저기에 나갈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태도를 지지하고 싶다.




사진 찍을까?


사진 찍는 게 어색해서 셀카는커녕 사진 촬영 때마다 얼굴 가리기 바쁘지만,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찍어주고, 사랑하는 이에게 나를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일. 그게 특별함을 선물하는 아주 좋은 방법임을 다시 한번 느꼈으니까.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이 제일 큰 특별함이니까.


조만간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찍어줘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라고 꼭 말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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