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이 반전의 장치로 숨은 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
어떠한 사건이나 매개체로 인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일 그리하여,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만나게 되는 것. 타임슬립은 많은 창작물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이다. 무심코 어떤 문을 열었더니 다른 세계로 이어지기도 하고, 교통사고와 같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현재 세상을 바꿔 놓기도 하고, 때로는 우체통에 넣은 편지가 과거로 혹은 미래로 전달되거나, 우연히 얻게 된 무전기에서 다른 시간의 음성을 들으며 사랑의 감정을 쌓기도 하고,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매개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음악과 기억이라고 하면,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마담 프루스트가 폴이 그리워하는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며 어렸을 때는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가져오라고 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추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영화 속 에서 폴은 본인이 가져온 음악과 그녀가 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최면에 걸린 듯 잠이 든다. 무의식 속에서 어렸을 때의 기억의 조각을 맞추고, 몰랐던 진실을 깨달아 가는 장면을 보며, 새삼스레 음악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우연히 들려온 음악에 지나온 어떤 한 시절을 떠올려 본 기억.
음악은 듣는다는 행위 만으로도, 내가 지나온 어떤 순간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이 있으니까.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과 타임슬립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 중의 하나는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빠가 근무하는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샹룬은 학교를 둘러보던 중 옛 음악실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샤오위를 만나게 된다.샹룬은 연주한 곡이 좋았다고 물어보는데 샤오위는 ‘비밀’이라고 답한다. 샹룬과 샤오위는 호감을 느끼며 함께 음반가게를 가거나, 자전거데이트도 하며 가까워진다. 샤오위는 샹룬에게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연주했던 곡을 배워 보겠냐고 말하며 옛음악실에서는 절대 치면 안된다고 말한다.
샹룬은 졸업식날 샤오위를 위한 피아노를 연주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샹룬은 샤오위에게 7시에 연습실로 오라는 쪽지를 건넸고 혼자 피아노를 치며, 샤오위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샤오위는 오지 않고 칭이가 들어온다. 샹룬은 눈을 감고 있다가 샤오위인줄 알고 입맞춤을 했는데 둘이 입맞춤을 하는 모습을 본 샤오위는 상처를 받고 사라졌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
시간이 흘러 졸업식날이 되었다. 샹룬은 샤오위를 위한 피아노를 연주하고 샤오위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샹룬은 샤오뤼를 발견하고 뛰어간다. 친구들에게 샤오위를 못봤냐고 묻는데, 샹룬은 샤오위에 자신에게만 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샤오위와 샹룬은 20년의 시간차이가 나는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옛음악실에서 ‘Secret’이라는 연주곡을 연주하면 시간을 이동한다는 것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시간여행방법이었다.
시간을 뛰어넘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르는 첫살랑의 설레임을 담아낸 이 영화는 단순히 음악을 듣고 내가 겪은 어떤 시간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서 연주하는 곡으로 시간을 이동할 수 있고, 시간을 이동하여, 처음 만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샤오위와 샹룬의 사랑을 그리고 이 영화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타임슬립의 비밀을 알려주었던 스토리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내게는 최고의 타임슬립 영화로 남을 <말할 수 없는 비밀>
‘음표를 따라 여행을 떠나시오. 처음 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