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만이 진짜다.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면 곧 만나게 되는 부류가 있다. 바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Bitcoin Maximalist)', 줄여서 '맥시'들이다. 이들은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비트코인만을 신봉하며, 다른 모든 시도를 공격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유독 더 화가 난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이 드디어 검열의 족쇄를 벗어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9년, 정체불명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비트코인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검열 없는 P2P 전자 화폐 시스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을 가장 사랑한다는 맥시들이 이제는 검열을 요구하고 있다.
"NFT는 스팸이야!"
"이미지는 비트코인에 저장하면 안 돼!"
"오직 금융 거래만 허용해야 해!"
잠깐, 검열 저항성(Censorship Resistance)이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 아니었나?
상상해 보자. 당신이 사랑하는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메뉴, 조용한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 그런데 어느 날 주인이 바뀌고, 레스토랑 한쪽에 게임기를 설치하더니, 이제는 노래방 기계까지 들여놓았다.
"더 많은 고객이 오잖아요! 매출도 늘었고요!"
원래 단골들은 불편하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다. 마치 인터넷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
맥시들의 실수는 비트코인을 '그들만의 레스토랑'으로 착각한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OP_RETURN 데이터 크기 제한(83바이트)을 사실상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트랜잭션 크기 한도(400KB) 내에서 자유롭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맥시들은 펄쩍 뛰었다. "스팸으로 가득 찰 거야!"
하지만 그들이 놓친 것이 있다. 수수료 시장이라는 완벽한 필터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
큰 데이터 = 높은 수수료
급하지 않은 데이터 = 낮은 우선순위
진짜 필요한 사람만 = 비용 지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시장이다. 인위적 제한이 아닌,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시스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비트코인 코어 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비트코인의 거버넌스는 삼권분립과 비슷하다:
개발자(코어 팀): 코드를 제안한다
채굴자: 어떤 블록을 만들지 결정한다
노드 운영자: 어떤 규칙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사용자/거래소: 어떤 코인에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코어 팀이 "내일부터 비트코인 4200만 개로 늘립니다!"라고 해도, 채굴자와 노드 운영자, 사용자가 거부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시도를 한 개발자들이 쫓겨날 것이다.
2017년 SegWit2X 사태가 좋은 예다. 대형 채굴장과 거래소들이 블록 크기를 늘리려 했지만, 커뮤니티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것이 바로 진짜 탈중앙화의 힘이다.
맥시들의 우려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장 공간이 늘어난다: 맞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가격은 계속 떨어진다
수수료가 오른다: 좋은 일이다. 채굴자들이 더 많이 벌면 네트워크가 더 안전해진다
노드 운영이 어려워진다: 취미로 하기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한 참여자들은 계속할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중앙 기관이 "이건 되고 저건 안 돼"라고 정하는 게 아니라.
물론 비트코인 코어 팀을 무조건 옹호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커뮤니티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OP_RETURN 제한 철폐는 비트코인의 본질에 충실한 결정이다. 검열하지 않고, 시장이 결정하게 두는 것.
일부 맥시들은 Bitcoin Knots 같은 '검열 노드'로 갈아타겠다고 협박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자유다. 다만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들만의 섬이 될 뿐이다.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기술은 원래 의도와 다르게 진화한다.
인터넷은 군사 통신망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고양이 영상을 보는 데 쓰인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였지만, 이제 전화는 가장 안 쓰는 기능이다
이메일은 편지를 대체했지만, 이제는 광고 전단지함이 되었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P2P 전자 화폐"에서 "검열 불가능한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로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맥시들이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탈중앙화다.
맥시들을 단순히 '꼰대'로 치부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잘 보면, 자유를 외치면서 검열을 요구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우리는 은행의 검열에 반대한다!"
"하지만 NFT는 검열해야 한다!"
이런 선택적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내가 싫어하는 것도 허용하는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만들고 사라졌다. 왜일까? 아마도 누구도 비트코인을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맥시들은 자신들이 비트코인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며, 무엇이 '올바른 사용'인지 정하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토시의 정신에 반하는 것 아닐까?
진짜 비트코인 정신은:
무허가(Permissionless):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검열 저항(Censorship Resistant):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중립적(Neutral): 용도를 가리지 않는다
비트코인에서 진짜 중요한 변경(예: 2100만 개 상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모든 참여자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제안해도
채굴자 51%가 동의해도
거래소가 지지해도
한 그룹이라도 강하게 반대하면 네트워크가 분열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원칙을 지킨 쪽이 '진짜 비트코인'으로 인정받았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아름다움이다. 아무도 독재자가 될 수 없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의 분노는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그들이 '지키려던' 비트코인이 그들의 손을 벗어나 자유롭게 진화하는 것을 보는 당황스러움.
하지만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설계 의도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공공재.
수수료 시장이 스팸을 걸러낼 것이고, 유용한 사용 사례가 살아남을 것이다. NFT가 될 수도, 새로운 금융 상품이 될 수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시장과 사용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몇몇 '수호자'들이 아니라.
맥시들이 진정으로 비트코인을 사랑한다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검열이 아니라 경쟁이다. 더 나은 사용 사례를 만들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
"비트코인은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모두의 것이다."
P.S.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비트코인에 개 사진을 저장하고, 누군가는 그것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독단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비트코인의 진정한 가치다.
코어 팀도, 채굴자도, 맥시들도, 그 누구도 비트코인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주인이 아닌 것. 그것이 탈중앙화의 역설이자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