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트루스머신을 읽고
블록체인 진영 간 설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더리움과 EOS가 싸우고, EOS는 카르다노와 싸우고, 카르다노는 또 이더리움을 공격한다. 물고 물리는 설전이 여기저기에서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도 블록체인 세계 '설전'의 중심에 있는 사이. 비트코인캐시는 1년전 비트코인의 블록 용량을 늘리는 이슈를 놓고 1MB로 유지하려는 진영과 논쟁 끝에 분리 독립한 프로젝트다. 과거를 생각하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는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최근 읽은 책 트루스머신의 저자들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비트코인 캐시에 대해 꽤나 심하게 비판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 캐시가 분리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새로운 버전의 비트코인인 비트코인 캐시는 BCH라는 약칭을 갖고 블록당 8MB 용량으로 탄생했다. 세그윗을 반대하는 소수의 채굴자들이 BCH 블록을 채굴하기 시작하면서 하드포크가 시작되었다. 모든 비트코인 소유자들은 원래 BTC와 똑같은 양의 BCH를 갖게 되었고, BTC와 BCH가 동일하게 취급될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주식 분할과 유시해 보이기도 했다. 동일해 보이는데, 다르게 취급되는 화폐의 개념이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만들수도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들도 처음에는 이 개념에 혼란스러워했다. 처음에 어떤 사람들이 BCH를 거래하기를 원했을 때, 암호화폐 시장은 이 새로운 반역자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다 단 하나의 채굴 그룹만 BCH를 채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2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결국 그해 여름 350달러 선으로 안착했다. 반면 기존의 비트코인은 엄청나게 가격이 뛰었다. 2주만에 50%가 상승해, 4400달러가 되며 최고가를 갱신했다. BTC와 BCH의 상반된 성적은 작은 블록 BTC파와 세그윗 개혁가들의 승리를 의미했다.
책을 읽다보면, 비트코인캐시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점점 고조된다.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며 비트코인 캐시는 돈에만 관심있는 채굴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비트코인캐시는 계속 거래되고는 있으나 비트코인을 대체할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원래 세그윗2x가 약속했던 블록체인의 블록 용량을 2MB로 늘리는 방안은 결국 2017년 11월 최종 폐기되었다.
BTC와 BCH의 분리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기술적인 우열을 가리기 힘들때 어느 쪽으로 자금이 몰리는지에 관한 점이다. 이번 사례에서 자금은 개발자들이 있는 곳, 즉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 그리고 보안 문제가 잘 정비되고 업데이트되고, 테스트되는 것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교훈을 얻었다. 원래의 비트코인인 BTC는 비트코인 코어 등에서 혁신과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BCH는 돈에만 관심있는 채굴자들이 이끌고 있어서, 비트코인 코어 같은 열정적인 개발자 집단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낮으므로 BTC처럼 풍부한 혁신의 가능성을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코어 개발자들을 신격화하려는 얘기가 아니다. 블록 사이즈만 늘리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원칙을 고집했을때, 그리고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고 있는 블록스트림이 비트코인코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으나 굳건한 모습을 보여줬을때,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코어의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에 감탄했다.
트루스머신의 저자들은 책에서 비트코인이 비트코인캐시에 의해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이저 피넥터 대표인 백종찬씨의 경우 비트코인캐시가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전에 근접하는 모델이라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진영은 블록사이즈를 1MB로 유지하려 한다.BTC 개발자들이 1MB를 원하는 이유는 블록사이즈가 커질수록 네트워크가 중앙화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블록사이즈가 커질수록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일반 컴퓨터에서 수백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노드를 운영하기 어려워질테니, 그 저장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도 집중될 것이라는 이론이다.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실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고,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오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얼마전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선 김재윤 디사이퍼 회장은 비트코인 캐시 방식의 확장성 강화 시도에 대해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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