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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Dec 09. 2018

어차피 안될 도시는 무리해서 살릴  필요가 없다?

[북앤톡]도시의승리를 쓴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의 도발적 주장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쓴 '도시의 승리'는 지역 균형 발전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도발적이고, 불편해 보인다. 참여정부가 주도한 국가 균형 발전도 저자의 시각에선 지속 가능하기 힘든 정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잘나가는 도시에는 이유가 있다.  좋은 학교와 다양한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도시의 잠재력은 커진다. 


디트로이트처럼 특정 산업 위주, 그것도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다양성이 있어야 도시의 미래는 밝다. 다양성 관점에선 실리콘밸리도 단일 산업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혁신가들에게 과도한 공간을 허용함으로써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의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그럴만하며, 이걸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나 국가 차원의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골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은 그 도시가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며, 국가는 가난한 사람의 유입을 막기 보다는 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물이나 치안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안되는 지역을 살려보겠다고 거기에 건물짓고 이런거 하지 말고, 잘되는 도시 더 잘되도록 놔두고 가난한 사람들이 이들 도시에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소박한 정의에 해당한다. 반면에 가난한 장소를 돕는 것이 훨씬 더 정당화하기 어렵다. 대체 정부가 왜 쇠퇴하는 지역에 가서 살게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매수해야 하는가? 대체 왜 사람들을 그저 더 오래된 도시에 머물게 하려고 성장 지역들의 성장을 가로막아야 하는가? 아울러 장소에 투자한다고 해서 그곳들에 사는 사람들이 항상 혜택을 입는 것은 아니다. 제너럴 모터스가 폴타운 거주자들을 쫓아내는 것을 디트로이트시가 도왔을때 거주자들은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인근에 살았던 세입자들은 박물관으로 인해 임대료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적어도 그들이 현대적 예술품과 건축 양식에 조예가 거의 없었다면 피해를 입는 것이 틀림없다."


이를 위해 저자는 허리케인 카드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때 미국 정부가 취했던 정책을 예로 들었다. 저자는 뉴올리언즈라는 지역이 아니라 거기게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했는데, 지역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사람과 장소 사이의 갈등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초토화시켰던 2005년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도시 재건 사업을 추진하면서 "위대한 도시 뉴올리언스는다시 일어날 것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연방 정부가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낮았던 값비싼 목표 달성에 전념하지 말았어야 한다. 뉴올리언스 경제는 1840년 남북전쟁 전 남부의 위대한 항구 역학을 했을때가 전성기였다. 디트로이트와 마찬가지로 기술 패턴의 변화로 인해서 기업들이 더 이상 항구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졌고 리버풀에서처럼 선박 화물의 컨테이너 수송이 가능해지면서 항만 근로자들의 수가 줄어들자 1960년 이후 뉴올리언스의 인구는 꾸준히 감소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인간의 비극이었으며, 상식적 예의만 있는 사람들이라도 폭풍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왔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가난한 장소를 돕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폭풍에 의해 일어난 인간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조사 결과는 뉴올리언스를 떠난 아이들이 이후 그곳에 남은 아이들에 비해서 더 많이 학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학자인 브루스 새서도트는 카트리나에 의해서 뉴올리언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 아이들의 시험 점수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당시 탈출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들은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를 다니다가 뉴올리언스 지역을 완전히 떠난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거금이 하청업체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는 수표나 주택과 학교 바우처 형식으로 직접 받는것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주택의 내구성이 없었더라면 그곳은 이미 오래전에 훨씬 더 크기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뉴올리언스 재즈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와 상관없이 오래전에 경제 재건 명분을 상실한 곳에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가 않다. 도시 부활이란 모호한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정책 논의를 마무리 지음으로써,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이 드는 프로젝트들이 갑자기 합리적으로 보기게 된 것 같다.
정부는 뉴욜리언스나 디트로이트나 버펄로가 처한 문제들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이들 도시는 미국의 극빈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인도적 사회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국가 정책은 그러한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머물도록 장려하기 보다는 그들이 선택한 거주지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경쟁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들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모든 아이들은 좋은 학교와 안전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연방 정부는휴스턴이든 뉴욕이든 디트로이트든 어디에 있든 간에 미국의 아이들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맞다.

환경 측면에서도 메가시티로의 집중화가 유리하다. 도시안에 높은 건물을 짓고, 거기에 사람들이 사는 것이 많으 이들이 도시 밖에서 사는 것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유리하다면서 환경 관점에서 도시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흐름에 직격탄을 날린다.


도시의 승리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국내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정부가 들고 나온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구경꾼 입장에서 나는 서울의 집값 상승을 자연스러운 결과 봐야 한다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서울의 집값 상승은 거주에 대한 자연스러운 수요 확산이라기 보다는 투자를 넘어 투기에 따른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빛을 내서라도 기회가 있을 때 집을 하나라도 더 사두거나 빛을 많이 내서라도 지금 집을 사두는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혁신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집을 사는데 점점 집중되는 것을 막을 견제 장치와 인센티브 정책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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