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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디트 Apr 06. 2022

시계를 떼고 싶은 마음

  나는 일을 할 때면 늘 조급하다. 사실 일 뿐 아니라 뭘 하든 늘 조급하다. 나만의 초시계를 딱 켜면서, 언제까지는 어떻게 저떻게 해야지. 혼자만의 커트라인을 만든다. 이를테면 버스를 잡아타는 것조차도 그렇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한다. 10분 후에 도착 예정이군. 그럼 3분쯤 후에 나서면 얼추 시간을 맞출 수 있겠군. 그러면서 3분을 꾸역꾸역 집에서 보낸다. 왠지 그래야 시간적으로 이득을 본 느낌이랄까. 그리고 7분을 남겨두고 집 밖으로 나선다. 7분이면 약간 아슬아슬할 거 같기도 한 시간이기 때문에 정류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상당히 급해질 수밖에 없다. 도착한 후, 숨을 조금 몰아쉬다 보면 버스가 스르륵 도착한다. 휴. 오늘도 성공했군. 하지만 안도할 새가 없다. 다음 초시계를 켜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기 전까지 책을 읽어야겠다. 준비, 시작.


  늘 이렇게 시간에 쫓기고 쫓기다 보니 늘 늦은 밤이 되면 녹초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이제 편히 쉴 시간이구나, 하는 안도감도 잠시. 나는 또다시 시계를 바라본다. 12시까지는 자야 되니까, 이제 씻고 나와서 다이어리 정리를 이때쯤까지 하면.. 그리고 잠이 들기까지는 10분 정도는 걸릴 테니까.. 머릿속은 또 남은 시간을 계산하기 바쁘다. 정말, 잠들기 전까지조차 숨 돌릴 틈이 없다.


  피곤에 지친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피로감이 머리끝에 다달아서 '야호'를 열댓 번은 외치고 난 후의 일이다. 타이트한 일정을 조금 느슨하게 조정하고, 출근 시간에 버스 도착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출근 준비를 했다.


  출근을 하는 동안 참지 못하고 슬쩍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했더니 15분이 남아 있었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너무 일찍 나왔어! 절망해버렸을 테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느린 발걸음으로 봄이 물씬 묻어있는 공기를 가르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정류장을 향해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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