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어디까지가 공정한 경쟁인가?
최근 한국 스타트업 어보브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아이디어를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업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보브는 AI 기반 헤어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 중이었으며,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스노우와 미팅을 가졌으나 이후 스노우가 유사한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노우 측은 해당 사업이 이미 다수의 기업이 진행해온 영역이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안을 두고 업계에서는 "아이디어의 보호"와 "공정한 경쟁"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어는 저작권이 없다
법적으로 아이디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즉, 동일한 사업 모델을 여러 회사가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헤어 컨설팅 서비스 자체가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스노우가 이를 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혁신적인 스타트업일수록 기존 시장을 참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협업 미팅"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어보브의 주장에 따르면, 스노우는 협업을 가장하여 테스트 서버를 요청하고, 시장성 분석, 개발 방식, 사용자 피드백 등 스타트업의 중요한 노하우를 수집한 후 독자적으로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단순히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과, 협업 논의를 통해 스타트업의 내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정보 불균형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 논의는 자주 이루어진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협력할 기회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기술과 사업 계획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기업은 이미 충분한 자원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핵심 노하우가 사실상 "무료 컨설팅"처럼 활용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대기업은 자체적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 논의를 한 후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대기업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 구축
대기업이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참고하거나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협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기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협업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고,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실제로 상생하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이나 데이터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향후 유사 서비스 출시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이 지속되는 환경을 만들려면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IT 생태계 전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정한 경쟁과 혁신이 지속되려면,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의 협업 논의 시, NDA(비공개 계약)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반면, 대기업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신뢰 구축을 위해 협업을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례는 한국 IT 업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결국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