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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y 24. 2024

작지만 매력있는 타이니 하우스 방문기

  

  한강뷰가 보이는 집에서 사는 것. 아마 서울에 사는 사람 중에 이런 로망이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연예인 누가 몇 년 만에 아파트를 팔고 수십억 원의 차익을 보았네. 한강뷰가 보이는 집이 몇 채네. 서민들은 언감생심인 이런 기사들이 뉴스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뉴질랜드에도 뷰가 좋은 곳에는 집들이 차지하고 있고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넓은 집도 있지만 타이니 하우스도 있다. 취향에 따라 옵션이 다양한 셈이다.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란, 바퀴를 달면 이동이 가능한 '초소형 주택'을 뜻한다. 예전에 배우 성동일 씨와 배우 김희원 씨가 게스트를 초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선보인 그런 집과 비슷하다. 타이니 하우스가 이런 캠핑카와의 차이점이라면 레저용이 아닌 주거용이라 단열, 난방, 세탁기, 욕실 등 집에 필요한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주인의 취향에 따라 어떤 소재로 어떻게 인테리어를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서양권에서는 '타이니 하우스 무브먼트'가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경제적이고 건축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으면서 친환경적인 데다 확장 증축도 가능하면서 이동이 가능한 장점을 지닌다. 역사를 따져보면 <월든>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숲 속에서 지낸 단순한 삶이 그 시초라고 한다.


로토루아의 타이니 하우스. 집주인이 자기 정원에다 짓고 에어비앤비로 운영 중이다 (이미지 출처: 에어비앤비)
아기자기한 타이니 하우스 내부 전경. 최대 4인 가족이 살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에어비앤비)

  

  나는 솔직히 타이니 하우스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작은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부대끼며 자라온 탓에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들>에서나 볼 수 있는 사우스 햄프톤의 비치 하우스 같이 우아하게 넓은 집에서 공간적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며 살아온 나다. 서울에서는 포기했지만 해외에 살면 그래도 웬만하게 공간이 널찍한 집에서 살 줄 알았다. 아무래도 외국 영화나 시리즈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이런 환상은 철저하게 깨졌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원룸 스튜디오를 구하면서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도 역시나. 그런 집에서 살려면 경제적으로 아주 많이 풍족해야 한다는, 내 주머니 사정과는 너무나 차이가 큰 녹록지 않은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할 때 오클랜드, 웰링턴과 같은 큰 도시가 아니면 주로 에어비앤비를 애용하는데 로토루아에서 타이니 하우스에 머문 적이 있다. 사실 좀 궁금했다. 말로만 듣던 터라 얼마나 타이니 한지, 그리고 거기서 살 만한 건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호스트가 카약 장비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해서 2박 3일 예약을 했다.  

  친구와 도착해서 앞마당에 주차를 했다. 이 타이니 하우스는 이동식이 아니라 호스트가 사는 집의 작은 마당을 쪼개어 한쪽에 박아둔 형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부엌과 2인용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부엌에는 오븐도 설치되어 있어 조리가 가능해 보였고 문 옆 바테이블에서는 식사나 PC 업무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오른쪽 끝에는 침실이 있고 왼쪽 끝에는 세탁기와 샤워부스, 화장실을 포함한 욕실, 그 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침실이 하나 더 있었다. 최대 3~4인 가족이 지낼 수 있도록 꾸며놓은 느낌이었다.

  로토루아는 호수가 유명한 곳이라 거기서 카약을 하는 등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음식을 조리해서 야와 데크의 테이블이나 바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단편적인 생활을 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날씨가 화창했을 때의 얘기다. 비가 오면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6평 남짓한 공간에서 4인이면 비좁고 2인이면 그나마 덜하지만 여전히 조금은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가 머문 기간에는 날씨가 우리 편이었다.

  그래서 2박 3일 머물러보니 어떠했나?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불편함이 크게 없었다. 오히려 효율적이었다. 이동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바로바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게 타이니 하우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다만 오른쪽 끝에 있던 침실은 확실히 좁아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수납공간도 없어서 캐리어를 펼쳐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타이니 하우스에는 짐이 없어야 한다. 온전히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 않으면 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겠다.

  그래서 앞으로 타이니 하우스에 살고 싶은가?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주말에 잠깐 자연 뷰가 정말 좋은 곳에서 심플 &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고 싶다면 웰니스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메인 하우스가 별도로 있고 세컨드 하우스의 형태라면 타이니하우스도 괜찮을 듯 싶다.


  일본 도쿄에서는 이미 타이니 하우스에 사는 사람이 많다. 3평짜리 집도 있다니 순전히 개인의 선택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막’에 대한 법개정이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 타이니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귀농, 귀향해서 자기 땅이 있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될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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