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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Oct 18. 2022

골목상권 이야기

장사는 잘'되는' 것일까, 잘 '하는' 것일까?


나의 과거 이야기

나는 2014년에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마을에 발을 들인 후, 다양한 사업을 실행하며 성장을 거듭했고 급기야는 소상공인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마을지원활동가로도 일을 하면서 그 전에는 송파 지역의 다양한 주민모임과 단체들을 만나고 다녔다면, 협동조합 설립 후 마을기업에 선정되어 지역 활동을 하면서 많은 소상공인 분들을 뵈었다. 여기서 만난 '소상공인'의 범위는 법적으로 말하는 범위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냥 살면서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상인의 영역 전체를 아우른다. 만나 뵈었던 소상공인의 영역이 어찌나 넓은지. 영세한 1인 사업장부터 100년가게에 선정된 역사 깊은 브랜드까지 다양했다. 2019년부터 송파 전역에 있는 소상공인 분들을 뵈면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뭘 해야 돼요?"라는 물음과 "외롭다"는 말씀이었다. 이미 장사를 하고 계시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씀하시니 나로서는 의문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뭘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익숙할 리 없었다. 아니다, 사실 그 말은 금방 익숙해졌다. 거의 모든 분들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까. 만나 뵙는 분들마다 같은 얘기를 하니 답변을 준비하며 자료들을 뒤지면서 나의 고민도 깊어졌다. 첨에는 '아, 정말 먹고 살기 넘 힘들구나. 세상은 역시 정글이었어.'라는 느낌이었는데, 어느덧 나는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몇몇 매장에서는 나 같은 존재가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와서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 어디에 뭐가 유명하니 꼭 가보라는 이야기, 요즘 읽어야 하는 기사나 책에 대한 얘기만 해준다면 한 달에 한 번씩 세무사 사무실에 내는 기장료처럼 돈을 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분들은 하루 종일 복닥거리는 일상을 살면서 정작 세상으로부터는 고립되어 있었다. 그리고 점점  그분들이 느끼는 그 감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깊어진 고립감이 무기력으로 가는 과정까지도. 

위태롭다




1인 사업자에게 사업이란


자, 이제부터는 진짜 골목의 소상공인 얘기를 하자. 주택가를 낀 골목 안에서 대부분 1인 사업장의 형태로 여는 소상공인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다면 하루 종일을 혼자서 매장에서 지냈다.(혹은 가족 경영의 경우도 사람은 더 있었지만, 단순히 장소가 집에서 매장으로 바뀌었을 뿐. 세상과의 소통은 어려웠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SNS라도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 종일 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혼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판매만 혼자 한다는 게 아니다. 혼자 공간을 운영하고, 물건을 생산하고, 매장에서 접객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홍보를 하고, 기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하루하루 일정에 쫓길 수밖에. 개선하고 싶은 부분,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고 해도 실행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이전에. 뭐가 문제인지, 뭐를 해야 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떤 일이든 어떤 문제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관련된 지식이 없다면 더 그렇다. 뭐가 문제인지 아닌지를 구분조차 하기 어렵다. 그냥 모든 것이 당연한 루틴이니까.  

 






네 일도 아닌데 뭘 그리 신경 써.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소상공인들이 골목에서 저마다의 고군분투를 하는 것이 도대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슨 불편이 있느냐고.
그런데, 우리 정말 괜찮은 걸까? 


코로나로 인한 세상의 변화, 온라인의 오픈마켓 등의 강세로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지면서 골목에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매장은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편의점, 배달 전문 음식점이 들어왔다. 거듭 말하지만 이들은 골목과 소통하지 않는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매출은 잘 일어난다. 설상가상으로 매출면에서도 골목 소상공인의 양분화가 되고 있다. 겨우겨우 월세를 낼 정도로 버티거나 끊임없는 배달로 돈을 벌어 매장을 늘리는 곳으로 갈린다. 심지어 배달 맞춤을 위해 매장의 구조까지 변경하기도 하고. 골목과 소통하지 않는 매장들이 늘어날 때 자연스레 마을의 정서도 그렇게 바뀐다. 정겨운 이웃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가며 함께 살아가는 시대는 아닐지언정. 오토바이 기사님들이 즐비하게 있는 매장이나, 밖을 향한 경계의 눈빛을 지닌 사장님의 한숨 소리가 오가는 골목의 정서가 좋을 리 없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무엇이 우선 이어야 할까?  

어쨌든 우리의 미션은 골목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한 거 같은데, 이 사업은 골목의 보행량을 늘리는 게 미션 중 하나였다. 매장에 주민 생활 편의 서비스를 넣어 매장을 들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조금씩 물들어져서 단골이 되면 매출이 오를 수 있다는 설정. 조금 억지스럽긴 해서, 우리는 관점을 달리 하기로 했다. 

다시 사업 기획을 하자면, 골목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바라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봤다. 골목이 되살아 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관찰을 해 보니 유난히 장사가 잘되는 매장, 주민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매장의 사장님들은 일단은 상품(서비스)이 경쟁력이 있었고, 상품을 정성 들여 만드는 만큼 전달하는 과정에도 자연스레 정성이 깃들여 있었다. 내가 저 사람에게 한 개라도 더 팔아야겠다 가 아닌, 저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다가 배어 나온다. 진심의 소통을 하고 좋은 접대를 받으면 고객도 감사를 느끼기 마련이다. 감정은 전해지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신나게, 잼있게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가. 상인의 제1 목표는 "장사를 잘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럼 어떻게 장사를 잘하실 수 있게 할 수 있지?? 
 




좋은 상품이 있다면 멀어도 간다. 귀하게 대하며 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두 번째

요즘 사람들은 좋은 상품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간다. 가심비든 가성비든, 가치소비든 의미 소비든 모른 채로 그 매력에 끌려서 간다. 음식이 식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또 찍어 함께 간 이들의 원성을 사본적이 있는가?(난 있다. 그것도 아주 자주) 그리고 부탁도 안 했는데, 개인 채널들에 구구절절 올리며 그들의 홍보대사를 자처해 본 적이 있는가? (난 있다. 그래 아주 자주 있다.)

사실, 나도 이런 일들을 하기 전에는 깊이 생각해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한 개인이 회사에 들어가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심지어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지원까지 해준다. 회사 업무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교육도 다양하게 있고, 사수 부사수의 관계로 선배들로부터 시행착오를 줄여줄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한다. 큰 프레임 안에 회사 전체를 놓고 바라본다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 즉 그 안에 있는 유무형의 컨텐츠 파워를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디벨롭을 한다. 게다가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생애 주기에 맞춘 다양한 교육들이 제공되는 회사들도 많다.(회사를 다닐 때는 몰랐지만, 퇴사를 하고 보니 이 교육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게 성장하는 개개인이 모여 일을 하는 곳이 회사이고, 기업은 이 개인의 합을 모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며 성장을 해나간다. 


그런데, 우리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어떨까?   



SNS로 만나는 그들의 모습

세상이 돌아가는 정보를 주는 곳도 없고, 생애 주기는커녕 기본 트렌드에 관련한 교육을 해 주는 곳도 없다. 정말 철저하게 혼자, 그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색하고, 찾고, 챙겨서, 혜택을 '찾아먹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니라면 정말 혈혈단신이다. 세상 힙하다는 곳, 인스타에서 핫한 곳, 순례 성지, 인스타 맛집, 인스타 핫플.. 등등 툭 하고 걸쳐진 검색 태그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타고난 센스, 노력, 실력, 타이밍 등이 모두 함께 이뤄내는 결과다. 하지만 골목을 둘러보자. 골목의 소상공인 중 톡톡 튀는 개성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상인들이 얼마나 될까? 설령 그런 상인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스스로 빛날 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대개는 젊은 편이라 지금 팔리는 트렌드를 누리고 자랐거나 기기나 SNS에 익숙한 세대가 많은 것이다. 간혹 나이가 좀 있는 상인들이 그렇게 튀는 경우는 전공이 디자인 쪽이거나 그 이전에 업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해가 지면 길이 무서워 문을 잠그고 영업을 하시곤 하는 우리 동네 오래된 카페



진짜 현실은 이것

하지만 내가 골목에서 만나는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그렇게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하루하루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오로지 "장사에 열심"이 최선인 분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루틴을 우직하게 반복하며 골목에 불을 밝히고 있는 분들이었다.
이 분들 중 누구도 자신의 매장이 도태되거나 소멸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장사를 잘해서 돈을 잘 벌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그 방법을 모를 뿐이고, 가르쳐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상인들이 그중에 있었다. 



그렇담. 우리 동네 골목 사장님들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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