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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Kang Sep 27. 2024

해외 디자인 알바하기

그냥 잡담! 외화벌이와 해외 노동자 그 사이 어딘가!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하는 제가 해외 알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헨스와 드리블 같은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연락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입니다.



스팸인가요?


2013년 즈음, 처음에는 스팸 메일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어요. (영어로 샬라샬라...)
영어로 길게 써 있는 메일을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어떤 화면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

“작업 비용은 얼마인가요?” 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고 메일과 비헨스 메시지로 주로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받았던 메시지


초반에는 UX/UI 작업 문의가 많았는데, 몇 번 거절한 적이 있었어요. 거절 이유는 이게 스팸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영어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번쯤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처음 화상 미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화상은 켜놓고 말 대신 화면 공유를 통해 채팅을 했는데, 저만 번역기를 돌리는 줄 알았더니 상대방도 제가 보낸 한글 메시지를 번역기 돌려보며 읽고 있더라고요.ㅎ 다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번역기를 통해 해석된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에는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정중히 거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냥 알아듣는척 하고 적당히~ 했으면 이것도 그냥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ㅎ)

그 후에도 몇 차례 그래픽 작업, 로고 작업, UX/UI 관련 작업으로 여러 회사들에서 문의를 받았는데, 대부분은 견적 요청 후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마 그 나라에서 디자이너를 더 저렴하게 구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애플, 구글 에서 연락이 왔다면 좋았겟죠? ㅎ )

출처 : 포커스온경제




해외 업무의 특이한 점


작업 시간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특히 북미권 클라이언트들은 우리와 시간대가 반대이다 보니, 자정에 메일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지금 일어나서 빨리 해줄까, 아니면 내일 할까?' 고민이 되곤 하죠. 초반에는 새벽에도 일어나서 작업을 바로바로 처리했지만, 조금 익숙해지면서 그다음날로 미루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 우리나라도 새벽에도 일하긴 하지.... )

야근하는 우리



해외 업무에서 좋았던 점


세 가지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는, UX/UI 작업을 주로 하는 저에게, 취미로 올린 그래픽 작업들이 외국 클라이언트의 눈에 띄어 연락이 온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 클라이언트들의 반응이 아주 크다는 점입니다. 작업물을 보내면 명쾌한 영어로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는데, 그럴 때면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세 번째는 수익입니다! 많건 적건 해외에서 일을 통해 수익이 생기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죠.

외국인에게 받았던 메시지와 달러 이미지



어떤 작업을 했나요?


간단한 ‘그래픽’ 작업부터 조금 규모가 있는 ‘UX/UI’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을 했습니다.


간단한 작업의 경우는, 비헨스에 올린 스큐어모피즘 그래픽 작업물을 보고 어떤 회사에서 같은 스타일의 로고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금방 끝낼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과, 주변의 조언덕에 해외업무의 부담?을 이겨내고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의미가 있었던 작업은, 몇 년 전 AI관련 UX/UI 디자인으로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App과 Web 환경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서비스 였고,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AI 기술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점이라, 그들의 빠른 서비스 개발에 감탄하며 호기심에 AI 관련 질문을 많이 던졌던 것 같네요.



작업 - 결제 방식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결제는 마치 중고거래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먼저 작업비를 주세요“

“먼저 작업물을 주세요.”
서로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보니, 신뢰를 쌓기 전까지는 누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이런 경우, 때로는 누군가가 먼저 손해를 감수해야 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물론 해외 프리랜서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런 불안감을 줄일 수 있지만, 플랫폼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저는 주로 다이렉트 거래를 선호했습니다.

경험삼아 한두 번은 플랫폼을 이용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비용을 받기 위해 신분을 인증해야 하는데, 인증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갑자기 플랫폼 담당자와 화상 연결이 되어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저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_=
(그 담당자가 살짝 한숨을 쉬었던 것 같은데...ㅎㅎㅎㅎ)
대답은 제대로 못했지만, 다행히 대금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플랫폼보다는 다이렉트 거래를 선택했습니다. 간단한 그래픽 프로젝트의 경우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따랐습니다.

1. 작업 진행
2. 워터마크가 있는 이미지 전달
3. 수정 및 디자인 픽스
4. 입금 확인 (Wisi앱, 한국 계좌, 페이팔 등)
5. 워터마크가 제거된 최종 디자인 전달

물론 그쪽에서 워터마크를 지워서 사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대부분은 프로세스처럼 입금 확인 후 디자인 파일을 전달했지만, 해외 송금은 하루 정도 걸릴 때도 있어서송금 확인 캡처 화면만 보고 최종 파일을 보내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중요합니다!!)

규모가 조금 더 큰 프로젝트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단계별(시작40%, 완료60%)로 입금이 진행되는 형태로 협상하거나, 업체에서 인보이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급하게 인보이스 디자인을 뚝딱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ㅎ

인보이스 이미지



해외 업무의 수익은?


수익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프로젝트별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와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한국 돈으로 약 20만 원 정도의 작은 그래픽 작업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당 $60를 받는 앱 디자인 작업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처음 입금 받을때 클라이언트 구글메일 프로필 사진이 갱스터 같은 프로필을 하고있어서 불안함반, 신기함반의 감정으로 은행 계좌를 새벽에 계속 리로드 하며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Dall-E : 대략 프로필이 이런 느낌?


저 사진에 있는 분은 아니였고,, 사실은 엄청 친절한 분이였어요.ㅎㅎ

그래서 얼마 벌었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ㅎ




해외 업무를 하며 깨달은 점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신뢰가 중요합니다.
외국인 클라이언트도 제가 정해진 시간 내에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제공한다면, 그들은 저에게 신뢰를 쌓고 점점 더 높은 페이를 제공하더군요. 물론, 그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저도 보태지 않고 실제로 일한 시간만큼만 청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되는경우가 드믈어 보입니다. 오래 할수록 정은 늘지만 비용은 늘지 않는 그런 것?! ㅎ

(해외 클라이언트 의 말 : 당신이 나와 일하는 사람중에 가장 비싼 비용을 주고 있는 디자이너 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일을 의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는 프리랜서이다 보니 시간의 자율도가 있지만, 예전에는 회사소속이었기 때문에 본업에 지장을 받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업무가 바쁠 때는 못한다고 하거나 그에 따른 감정기복으로 회신을 시원찮게?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성의 없는 태도들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행동은 아니라는것을 나중에 어떤 계기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컨디션에 치우져지지 않고 회신하는 것도 요령과 정성이 필요 합니다~!



여전히 어려운 점


사실 국내업무도 그렇지만 크기가 큰 프로젝트가 오면 혼자서 감당할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인들과 팀을 꾸려보기도 했지만, 초기 화상 미팅에서 프로젝트가 취소되면 괜히 팀원들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여전히 영어는 어렵습니다. 번역기를 사용해도 번역이 잘 안 되는 부분은 여전히 고민입니다.
(이 정도면 영어 공부를 해야겠지만, 저는 AI 기술 발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후기


때로는 글로벌한 느낌에 '내가 꽤 대단한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이 아시아에 있는 저에게 연락하는 이유는 비용적인 측면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본 적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일한다는 것이 흥미롭고, 이상하지 않는 비용에 재미있는 작업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뢰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지만, 혹시나 연락이 온다면 부담 없이, 미친 척하고 한 번 컨택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수익과 함께, 외국인 특유의 리액션이 디자이너로서 자존감을 높여줄 것입니다.


"
그래픽 작업물을 올리다 보면 그래픽 작업 의뢰가 오고,
로고 작업물을 올리다 보면 로고 작업 의뢰가 오고,
UX작업물을 올리다 보면 UX작업 의뢰가 온다.

"


그래서 저는 행동하다 보면 우연히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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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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