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페르소나

아직 내가 누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서, 남의 것부터 시작했다.

by 막살란다


나는 디자이너다.

그렇다. 당신들이 말하기를,

예쁘고 아무튼 ‘팍 꽂히는’ 걸 만들어야 한다고 전해 들은 그런 직업이다. (난 잘 모른다.)


내 정체성은 뒤죽박죽이다.

나의 모습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감각적이고 예뻐야 할 땐 스타일리스트처럼 움직인다.

한 장의 이미지 안에 분위기와 감정을 덧입히는 게 일이니까.


맛있어 보여야 할 땐, 광고 속 셰프처럼 연출한다.

사진 한 장으로 바삭한 소리, 따뜻한 온기, 혀끝에 감도는 풍미까지 상상되게 만든다.


“무조건 팔려야 해요.”

그 말이 떨어지면, 마케터처럼 머리를 굴리고, 영업처럼 방향을 바꾼다.

진열, 문장, 색깔, 구성, 이름까지 전부 조정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사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네.”

또 누군가는 말한다. “뭐든 알아서 해주니까 편하죠. 이런 사람, 하나쯤 있으면 좋잖아요.”


내 일은 결국 설득이다.

우리네 복잡한 이야기를 한 장에 담아야 한다.
5,000자의 글을 한 줄 카피로 요약하고, 고객의 말을 요리조리 뒤집어 다시 내민다.

“당신 말은 이런 거죠?”
“아니군요. 근데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때요, 조금 가깝지 않나요?”

계속 줄다리기를 한다.

말을 고치고, 시선을 조정하고, 톤을 맞추고, 의도를 해석한다.


마지막엔 내가 단두대에 올라 평가받는다.
괜찮은 날은 설득에 성공하고, 어떤 날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어쩔 수 없을 땐, 뜨거운 논쟁가처럼 말로 맞선다.
그래봤자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그 의견에 맞춰본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생각하고 또 조정한다.


왜 이렇게 사냐고?

나는 뭘 꼭 하고 싶진 않아서 뭐든 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내가 누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서, 남의 것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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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Pers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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