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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Dec 21. 2022

당신이라는 책을 읽고 싶다.

브런치 도서관에서

나란 사람은 가능성이 없는 걸가? 아니, 내 책이야말로 그렇게 재미가 없는 걸까? 두 해 연속 고배를 마시며 올해도 브런치 공모전에서 탈락. 12월 중순이 되도 아무 소식 없는 메일함을 들여다보며 예감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들여다보니 씁쓸한 마음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공모전 기간 동안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나름 재미있거나 응원해주고 싶은 글, 더 알고 싶은 작가님들이 있다면 좋아요 혹은 구독을 누르고 다녔다. 내심 맘 속으로 응원하면서 나는 수상하지 못 하더라도 이 작가님은 꼭 상을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합니다.


헌데 수상자 명단 어디에도 내가 응원했던 작가님들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나의 안목이 잘 못 된걸까? 출판사는 출판사 나름의 기준과 안목으로 수상자를 결정했을테고 수상작을 들여다보니 아, 이래서 뽑혔구나 싶기도 하다.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모전 내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작품들이 수상작에 오른 경우도 있다. 처음 보는 것 같은 생소함. 브런치 메인에 올라 재밌게 읽었던 작품도 있었고, 처음 본 것 같은 낯선 작품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의 인문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일테지? 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생각과 안목은 사람마다 천차만별. 어떤 것이 대중적이고 어떤 것이 특별한 것인지 감히 기준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모두의 생각은 다 다르고 그렇기에 존귀한 것이다.


수상작과 비수상작으로 귀중함을 논할 수 없듯 이미 브런치 작가님의 작품들은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브런치란 도서관에 삶의 일부분이라는 귀한 책들을 꽂아 넣고 있는 것이다. 더 넓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도서관에 소중한 일상이라는 스토리들을 꽂아 넣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역사책,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귀한 스토리로 엮인 5천 만의 반짝반짝한 스토리들은 이미 대한민국이란 도서관을 떠받치고 있다.


지난 8월 쯤 출간 제의가 들어왔던 적이 있다. 결과적으론 계약이 성사되지 못 했지만 내가 썼던 글에 대해 커다란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낀다.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은 계약성사가 곧 끝은 아니며 그 후에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써왔던 글보다 더 좋은 글들을 생산해내야하고, 결혼 후 시월드가 펼쳐지는 것처럼 크나큰 우주가 또 한 번 열리는 기회의 문이라는 것이다.


한 번 들어왔던 출간제의 때문인지 이번 공모전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SNS가 점령해버린 사회에서 레시피란 콘텐츠를 가지고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음을 한 번 더 느꼈다. 출판사는 회사이고 어쩔 수 없이 마케팅적 요소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 속에서 제작비나 손익분기점, 판매부수를 보수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선뜻 제작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걸. 반대로 SNS가 주류가 되버린 틈 속에서 책이란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기회인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다.


공모전에 대한 낙담이 커질 수록 브런치 작가에 연거푸 탈락했던 1년 전을 떠올린다. 그때는 브런치에 글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독자가 4명이었을 땐 난 언제쯤 10명이 넘어보나? 구독자 100명을 돌파했을 땐 난 언제 500명이 되어보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구독자가 늘지 않고 정체되었을 땐 이미 나의 레시피를 관심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500명이 넘었구나. 감사한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독자 분들이 늘지 않아도 당뇨, 고혈압,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내 레시피가 가치 있게 쓰일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1년 동안 브런치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즐거운 스토리와 소중한 일상을 귀하게 보는 마음. 멀리 보고 꾸준히 데이터를 쌓아 가는 인내심. 꺽이지 않는 마음.


작은 실패를 귀한 일상에 걸림돌로 만들지 않는 건 결국 나의 마음가짐이란 걸.


1년 전 브런치 작가 탈락에 속상해하던 나를 돌아보며 공모전 발표도 걸림돌이 아닌 소중한 일상으로 생각한다. 눈이 내리는 날, 모든 일상은 소중한 선물이니까.


결국 남편이랑 쏘주깜. 소듕한 일상을 만들어 준 브런치님, 남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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