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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재 Jan 23. 2019

[1월미션] '1일 1글쓰기'를 하는 이유

시선을 높이는 글쓰기


새해 목표


이번엔 작심삼일이 아니길..

누구나 그렇듯, 2019년 시작과 함께 새해 목표를 적었다. 그중 하나는 1일 1글이다. 매일 하나씩 글을 쓰는 것이다. 항상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이러다 평생 글 안 쓰겠다 싶어서 새해에는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긴 분량의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일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소재를 찾아야 하고, 글을 적어 내려가고, 또 적은 글을 검토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취미로 하는 일인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 과연 매일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1일 1글


내가 선택한 방법은 어찌 됐든 '매일' 쓰는 일에 집중하는 거다. 다른 요소들은 포기하기로 했다.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글의 분량을 어느 정도로 할지, 어떤 주제에 대해 쓸지, 이런 문제들은 제쳐놓기로 했다. 대신 '매일' 쓰기로 했다.


매일 써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금 쓰다가 말 것 같아서다. 뭐든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매일 하는 게 최고다. 하루 빼먹고 이틀 빼먹다 보면 자연스레 잊히기 마련이다.


아직 20일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여태까지는 다행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이렇게 1~2달쯤 하면 글쓰기가 습관화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마 잘 쓰려고 했거나 주제를 한정했다면 매일 쓰지 못했을 것 같다. 매일 쓰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 가서 어떤 주제가 좋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 고민해봐야겠다.




쓰기의 감각


사실,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직접적인 계기는 «쓰기의 감각»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매일 뭐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초고를 쓰는 일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현상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과 매우 비슷한다. 당신은 그 사진이 전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거기에 무엇이 찍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글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된다. 책의 저자는 조잡해도 일단 쓰라고 이야기한다. 쓰고 보니 엉망진창이어도 상관없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일단 쓰라고 말한다. 일단 쓰면 조금 더 보인다. 쓰기 전보다는 한 발짝 나아간다. 


작가의 말처럼 부족한 글이라도 매일 써보았다. 아주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무언가 새로움을 느낀다. 글을 쓰려고 처음 책상에 앉았을 때의 생각과는 완전 다른 새로운 글이 나온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현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쓰지 않았으면 떠오르지 않았을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보기의 시작 - 발견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일상에 여러 변화가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의 변화다. 보통 시야가 넓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는 반대 방향에 더 주목하고 싶다. 글을 쓰면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시선이 좋은 글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글쓰기라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시선과 넓은 시야를 만들기도 한다.


눈을 이렇게까지 열심히 쓴 적이 있나 싶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에 열심히 눈알을 굴린다. 소재를 찾기 위해서다. 지하철을 타면서, 걸으면서, 또 내 방 안에서 어떤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열심히 관찰하게 된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까지도 한 번 더 보게 된다.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장기하의 노래 «느리게 걷자» 가사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걸음은 느리게 눈알은 빠르게 만든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본다. 그렇게 보다 보면 이전에 분명 봤을 텐데, '어 이걸 왜 못 봤지?' 할 때가 있다. 아예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한다. 시선이 조금씩이나마 높아진다. 그렇게 조금 더 자주 감탄하는 삶에 가까워진다.




감탄 있는 삶



여행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여행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맛있는 것을 먹는 이유는 뭘까?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의 이질적인 분위기, 경이로운 자연, 맛있는 음식은 '감탄'을 하게 한다. 그런 일들이 삶에 기쁨을 주고 에너지를 준다.


글쓰기가 감탄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면 감탄을 주는 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 글을 쓰면, 글을 쓰기 전보다는 조금이니마 더 보인다. 시선이 아주 조금씩이나마 높아진다. 높은 시선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궁금하다. 높은 시선에서 내려다보면, 분명 더 많은 감탄이 있을 거라 믿는다. 63빌딩에 갔을 때, 롯데타워 전망대에 갔을 때 감탄했던 것처럼.


그렇게 되길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쓴다. 매일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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