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지구에게
도쿄전력(東京電力)은 지난 24일 오후 1시경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은 TV로 생중계됐습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여과하여 트리튬과 탄소 14 이외의 대부분의 방사성물질을 허용 가능한 안전기준까지 줄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NHK 등 일본 방송에 따르면 홋카이도와 가가와현을 포함한 일본 각지에서 항의집회가 열리고 있고 이번 주 초에는 총리 관저 앞에서도 항의가 이뤄졌습니다.이들에게는 안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생존문제가 달려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관한 안전성 확보와 각종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지역과 국제사회에 대해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를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 2년 전에는 후쿠시마 어민들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엄청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지만, 지금은 꽤 잠잠한 편입니다.우케도(請戸)항의 어민들은 이일에 대하여 함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복잡한 속내가 있습니다. 이 지역의 어민들은 거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부로부터 원조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꺼림찍한데 오염수까지 방출하면 누가 이 지역의 농수산을 사서 먹으려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이지역의 주민(농민, 어민)들은 츠나미의 재난에 이어 오염수 방출문제의 재난에 맞딱드리게 된 겁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에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대처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충분하다’를 크게 웃돈 75%였습니다. 하물며 내각 지지층에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71%나 나왔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33%로 정부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80%에 달했습니다. 지역별로는 당연히 후쿠시마가 있는 동북지역에서 90%에 달하는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후쿠시마에서 가장 먼 규슈에서도 77%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자국민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 국민이 그리 쉽게 이해할 리 만무합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하면서 원자로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원전이 폭발하기 전에 바닷물이라도 끌어와 원자로를 식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 원전 관계자가 원자로에 소금물이 들어가면 폐기 처분해야 하는 원전 손실을 염려해 30시간을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폭발이 이어져 1만5000배에서 3만20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세슘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겁니다.
도쿄원전은 원자로의 방사능 잔해물 처리를 위해 로봇을 투입했지만, 5시간 만에 로봇이 고장 날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이후 원자로에 끊임없이 냉각수를 부으면서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생긴 겁니다. 폭발로 균열이 생긴 원자로의 틈새로 비만 오면 오염수가 흘러나오자 도쿄전력은 강철 벽을 만들어 방류를 막고 쌓이는 오염수를 탱크에 보관하기로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2023년 6월 기준 오염수는 133만t으로 더는 오염수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오염수를 약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를 승인했습니다. 방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찬반여론은 거의 비등합니다. 찬성하는 쪽은 정부의 안정성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방도가 없다는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입니다.
물론 태평양 지역에서도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섬나라에는 약 230만명이 살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식량과 수입을 바다에 의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각국 정상들은 해양방출이 사람들에게 주는 장기적인 영향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태평양제도포럼(PIF)은 6월 일본 방출 계획이 핵폐기물 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쿡 제도와 피지 등은 일본의 계획에 이해를 나타낸다고 태도를 바꿉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말 안전할까? 정치권은 ‘안전하다’ ‘괴담 선동’하며 연일 논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는 이번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IAEA는 오염수 방출이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합니다. 예측되는 일반 시민의 피폭선량은 연간 0.002~0.03 마이크로시버트의 범위로 치과 치료나 유방암 검사의 유방 촬영으로 받는 양보다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도 합니다. 미세하지만 물에 퍼진 방사능을 매일 먹어야하는 바다의 생명체는 과연 그럴까요? 우리는 이런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을까요? 물고기가 오염수를 마시는 빈도수만큼 받을까요? 참고로 저는 아직 둘 다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숫자놀음으로 입맛에 맞게 안정성을 논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전자파,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위험 물질로 아이와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1급 발암물질 역시 오랫동안 노출된다는 전제에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겁니다. 그 오랫동안이라는 것이 잘 감이 오지 않지만, 열악한 조리실 환경으로 급식조리사가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는 지속적이라는 것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갖게 합니다.
한국 정부의 발표처럼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도달하기까지 10년 내외가 걸려 방사성 물질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유독 불안도가 높은 아이를 달래는 방법은 ‘별것 아니다’ ‘쓸데없는 기우다’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기다려주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오염수를 마신 수산물을 먹는 일은 극히 드문지도 모릅니다. 소금이나 수산물 사재기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SNS에 방류의 불안을 호소한 가수를 향해 선동질한다는 비난을 퍼붓고, 일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원까지 하는 광기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뿐입니다.
저는 이 방류 결정 과정을 보면서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자명한 수학의 정의와 이를 증명할 필요가 없이 전제돼야 자명한 진리이자 다른 명제들을 증명하는 데 전제가 되는 원리로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인 공리(公理)의 설명을 듣는 듯했습니다. 해양 방류를 한다는 정의하에 안전하다는 공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태도’가 아닌 과학지식의 무지함, 과도한 정치적 선동에 좌우되는 우매한 행동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과연 해양 방류 외에는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혹시 가장 손쉬운 저비용 방법을 일본이 선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가 고위험을 감수하고 원전을 세웠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해결책도 같이 연구돼야 할 겁니다. 우리는 일본의 방류 결정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고 더는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국이 아닙니다. 일본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때 우리는 모두 일본의 이번 방류를 선례 삼아 바다에 버리게 될 겁니다. 그러면 그 오염수를 매일 아주 오랫동안 바닷속 생명체는 먹을 것이고 먹이사슬 등을 통해 생물축적 효과를 일으키며 해양 생물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도 서서히 축적될 겁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는다고 바다 생명체에게 우리의 짐을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동양 최초로 로봇을 만든 식물학자 니시무라 마코토(西村真琴)는 과학의 발전으로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 상황을 보며 “지구는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 지구는 존재하는 모든 이의 것이다(地球は人間だけのものではなく、地球上に存在するすべてのものである)” 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자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