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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의 시선 Oct 24. 2024

혼돈의 시험기간

여행을 가 말아 간다면 어디로 가!

전공 시험 하나를 치르고 아직 세 과목이 남았다. 다음주에 하나, 다다음주에 둘. 그런데 지금의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를 들으며 우먼 파워를 충전한 채로 매트랩 재설치를 눌러두고 필터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별안간 숙소 예약과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다. 매트랩 설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만... 

2년 전, 나미와 함께 휴학을 결정한 것은 둘이서 한달 여간 유럽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내가 갑자기 수능을 다시 본다고 본가로 내려가며 우리의 계획은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몇 달 전에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방을 구할 때 나미 집에서 2주 정도를 함께 지내며 우리는 재밌는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웃다가 배가 아픈 상황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을 계획하는 것인데, 모아둔 돈이 없는 우리는 마음만큼은 이미 아프리카, 유럽, 미국 그중 어딘가로 떠나있던 것이다. 여행을 상상하면 할수록 정말로 여행을 가고 싶었던 나미와 윤은 여행 적금을 시작했다. 통장 이름은 '00니와 00니의 여행통장'이라고 나미가 지었고 매달 10일이 되면 5만원씩 이 통장으로 돈이 쌓인다. 지금 확인해보니 통장에 50만원이 쌓였고 69원은 카카오뱅크에서 우리를 응원하는지 보태주었다. 

나미는 열심히 취준 중이고 나는 전공공부에 허덕이고 있다. 내년에는 졸업작품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지금은 학업과 알바 일정으로 시간이 없다. 겨울방학 중인 내년 2월 쯤에는 여행을 가고 싶다. 그 쯤 되면 우리의 모임통장에는 90만원쯤 모였을 것이다.  아니 그래서 나미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로(그는 며칠 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무지 바쁘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호주를 갈 것이냐 유럽을 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호주는 윤이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라 어딜 가든 좋을 것이고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가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가게 된다면 동유럽으로 가야할테다. 아 2년 전에 유럽여행을 위해 몇 년간 모았던 돈을 전부 수능 공부하는 일 년동안 써 버린게 후회되지는 않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주말에는 나미를 만나서 밥 먹으며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우선 지금 윤의 마음은 70프로 호주로 기울었다. 


시드니 / 멜번 중 한 곳에서 1주정도 도시 느낌을 즐기고

골드코스트 / 타즈매니아 / 애들레이드 / 퍼스 중 한 곳에서 나머지 1주정도 소도시의 매력을 느끼면 딱 좋겠다. 


호주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2016년이니 벌써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있고 싶지만 우리에게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고려하면 2주가 최선이다. 나미도 좋다고 하면.. 다음 몇 달 간 긴축 재정에 들어가고 겨울방학에 떠날 수 있을지..! 그러니까 이제 행복한 상상 잠시 넣어두고 필터 공부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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