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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by 김준한

자전거

김준한


노래방에서 한참 울고 나오니

세워둔 자전거 실비 젖어있다


새벽,

찬바람 가르고 용역 사무실 달려가

저녁나절 내가 도착할 때까지

세워둔 모양 그대로 기다려 준


이런저런 방향 다른 생각 따라

핸들 이리저리 틀었어도

모른 척할 건데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헛바퀴 돌렸어도 나무라지 않을 건데


기다림은 시간의 흐름 막아 오늘에서

내일로 가지 못하게 가로막은 벽

그래서 한결 같이 기다리는 일은

열정 다해 움직이는 일 보다 곤한 걸


젖은 건 자전거뿐 아니었구나

슬픔에 젖은 내 모습 무거울까 봐

오는 길은 그냥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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