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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 대체 뭔데? 오해 편 (1)

1. 디자인 씽킹에 대한 오해 

때는 학부 4학년 시절, 나는 분명히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4년에 걸친 디자인 공부를 마무리하는 단계였으며, 제품 디자인 학과의 졸업이 코앞에 있었다.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 씽킹이 그래서 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같은 과의 친한 친구 이샤Eesha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샤는, “나는 디자인 씽킹이 하나의 툴킷이라고 생각해. 여러 가지 툴들이 있고 거기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골라 쓰는 거지.” 으잉?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도 같았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제목을 보고 들어온 당신은 아마도 한 번쯤은 이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혁신 방법론? 문제 해결 방법론? 몇 번이나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하고 브런치 글을 읽어 보아도, 정확히 디자인 씽킹이 무엇인지 잘 그려지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브런치 시리즈를 다 읽고 난 뒤엔 정확히 디자인 씽킹이 무엇이고, 또 왜 이제까지 잘 이해되지 않았는지 단번에 이해될 것이다. 또, 실제로  일상과 업무, 혹은 진로 결정에서도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는 디자인 씽커로서의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쉬운 듯 아닌 듯 알쏭달쏭한 디자인 씽킹


디자인 씽킹, 왜 잘 이해되지 않는가? 


디자인 씽킹이란 말이 직관적으로 와닿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한국인들에게 이 말이 잘 와닿지 않는 이유를 꼽아 보려 한다. 


1. 한국에서의 디자인은 지극히 미학적인 의미를 가진다. 

구글에서 사용하는 옥스포드 사전의 디자인의 의미를 알아보자. 


[a plan or drawing produced to show the look and function or workings of a building, garment, or other object before it is built or made.

"he has just unveiled his design for the new museum"]


번역하면 이런 것이다. “어떤 건물, 옷감, 혹은 이외의 물건이 만들어지기 전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혹은 외양과 기능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계획 혹은 그림.” 그리고 예문으로 사용된 문구는 이러하다. “그는 막 그의 새로운 박물관 디자인을 공개했다.” 


어떤가? 한국에서의 디자인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한국에서의 디자인은 기능보다는 미학에 방점을 둔다.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주로 패션 혹은 시각 디자이너가 떠오른다. 대기업에서의 디자인 작업 역시 이미 다 기획된 아이디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 강하다. 

영어 동사로서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더욱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decide upon the look and functioning of (a building, garment, or other object), by making a detailed drawing of it.

"a number of architectural students were designing a factory"]


번역하면 이러하다. “세밀한 그림을 통해 빌딩, 옷감, 혹은 이외의 물건의 외양과 기능을 결정하다.” 그리고 예문은 이러하다. “여러 건축학과 학생들은 공장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어떤가? 이제 디자인의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가? 미국에서의 디자인은 외양을 아릅답게 만드는 의미 외에 기획이라는 의미가 크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 정의에 대해 잊지 않기를 권한다. 


며칠 전 시기적절하게 디스쿨 2층에서 발견한 포스터. "디자인은 눈에 보기 좋은 것 이상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외에 디자인 씽킹을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2. 디자인 ‘씽킹’이라는 이름은 잘못되었다. 

디자인 씽킹은 misnomer, 즉 잘못 지어진 이름이라는 애정어린 질타를 종종 받곤 한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thinking’이라는 부분에 있다. 씽킹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나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이 떠오른다. 가만히 앉아서 사유한다. 뭔가를 혼자 곰곰히. 하지만 스탠포드에서 제시하는 디자인 씽킹의 그림은 그와는 한마디로 정반대라고 볼수있다. 디자인 씽킹은 그룹으로 협동하여 활발히 의견을 교류하는 행위이다. 또 가만히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지극히 적극적인 행위이다. (물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그냥 앉아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낫다.) 그래서 스탠포드에서는 Design thinking이 아니라 Design doing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종종 들어 왔다. 


3. 디자인 씽킹은 글로 배우기 매우 어렵다. 

디자인 씽킹을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마치 문화 같은 것이다. 좀더 좁게 들어가보면 언어 혹은 육아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육아법을 예로 들어보자. 한 때 ‘프랑스식 육아'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프랑스식 육아의 중요한 한 축은 ‘아이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프랑스 어머니들을 관찰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들에게 이것은 아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이가 칭얼댈 때 조금 기다려 보고, 아이들이 싸움을 시작할 때 바로 개입하지 않고 잠시 지켜보고, 밤에 신생아가 깨서 보챌 때도 바로 젖을 주지 않고 잠시 스스로 다시 잠들 기회를 주는 등 여러 방식으로 그들은 이 정신을 계승할 것이다. 이런 프랑스식 육아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는 한국의 ‘정'문화 같은 것이 있다. 한국인의 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정이 넘치는 공동체에서 정을 나누며 생활하는 것이다. 정을 글로 배울 수 있을까?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이해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디자인 씽킹도 이와 꼭 같다. 디자인 씽킹은 단순히 5단계가 아닌, 일종의 사고방식이며 정신이다. 이걸 마인드셋 혹은 태도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디자인 씽킹이 5단계로 정립이라면 정립된 이유는 외부의 사람들에게 디자인 씽킹을 가르치기 위함이 크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할 점은 바로 디자인 씽킹을 이 다섯 단계로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마치 프랑스식 육아를 이렇게 배우는 행위과 같다. ‘아이가 울 때는 3분을 기다리고, 아이들이 싸울 때는 5분을 기다린다.’ 혹은 정을 이렇게 배우는 것 같을 것이다. ‘손님이 왔을 때는 5첩 반상을 제공하고, 손님이 갈 때는 손에 선물을 쥐어 보낸다.’ 물론 이런 매뉴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디자인 씽킹은 매뉴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메뉴얼을 넘어서 그 안에 있는 정신과 취지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바로 이 브런치 시리즈에서 그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다음 꼭지에서는 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이 정확히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다. 



정리하며 -------------------------------


디자인 씽킹이란 말이 직관적으로 와닿는 사람은 잘 없다. 왜 그럴까? 아래의 오해 때문이다. 


1. 한국에서의 디자인은 지극히 미학적인 의미를 가진다. 미국에서는 기획의 의미가 크다. 

2. 디자인 ‘씽킹’이라는 이름은 잘못되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두잉' 이다. 

3. 디자인 씽킹은 글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우며, 보고 배우기에 적합한 사고방식이자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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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나 새롭게 다가왔던 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덧글을 달아주시고, 그러한 점이 없다면 본문을 잠깐만 시간을 들여 다시 훝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새롭게 접한 지식에 대하여 궁금한 점과 나의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스탠포드의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학습방법입니다. 또 공유, 구독과 덧글을 통해 저는 힘을 얻고 더욱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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