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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y 06. 2022

베트남 도시 산책자

2. 자전거 편

베트남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은 오토바이가 맞겠지만

산책자의 속도라면 자전거도 나쁘지 않다.

과일과 꽃을 한가득 싣고 농을 쓴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베트남인을 볼 때면

천천히 흐르는 베트남의 시간을 느낀다.


속도는 여유롭지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신체는 예민하게 도로 위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전방 측방 후방 심지어 바닥까지

말그대로 사방의 주시를 위해 눈과 귀는 가장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날이 맑게 개인 날 체력이 준비되었다면 배낭에 물 한병과 외투, 자전거 자물쇠를 챙겨들고

길을 나설 준비를 한다. 시장을 들를 계획이 있다면 장바구니도 설치하는 편이 낫다.

현지인들처럼 양 손잡이나 뒷자석에 무언가를 가득 싣고 운전할 자신은 없기에


하노이에서 내가 주로 선택하는 코스는 황성을 따라 구시가지를 가거나 서호 둘레의 도로를 따라 도는 길이다. 황성 옆길은 우리나라 경복궁 옆길과 비슷한 운치가 난다. 통행량이 적어 조용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이 근방으로 대사관들이 많아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점도 자꾸 자전거 머리를 이끈다.


하노이의 봄꽃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황성 돌담

이 길은 봄이면 하얗고 향긋한 꽃이 만발해 자전거를 타고 가면 오감이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푸르고 울창한 숲을 지나는 듯한 매미소리가 쏟아지는 여름의 길 역시 상쾌하다.

우리의 가을처럼 아름다운 단풍은 없지만 길 자체가 주는 평온함이 있어 일년 내내가도 좋은 곳이다.



황성 근방에 자전거를 잠시 대고 쉬어갈 수 있는 넓고 분위기가 좋은 카페 두 곳이 있다는 점도 자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참고로 한 곳은 황성 유적도 살짝 엿볼 수 있고 다른 한 곳은 차 맛이 일품이기에 두 곳의 우열은 가릴 수가 없다.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는 그 주변 도로가 폭이 좁지만 호수를 가깝게 느끼며 탁 트인 경관이 아름다워 자전거로 산책하기 참 좋을 곳이다. 주말은 사람이 많이 붐벼 차량과 뒤엉켜 제대로 자전거를 타기 어렵기 때문에 평일 오전 시간대를 추천한다.

 

서호 왼편의 시푸차 단지는 그 내부에도 자전거길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연습이 조금 필요하다면 이 곳에서 익히고 서호로 넘어가는 방법도 좋다.

전용 자전거 도로는 한국에서 익숙하지만 하노이에서는 드물기 때문에 어찌보면 자전거 산책의 최적코스는 시푸차 단지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서호의 거의 모든 길이 아름답고 좋지만 호수를 조망하기 좋고 조용한 길은 반똠 가게가 몰려 있는 Quang Khanh 길이고 쭉박 호수와 서호 사이를 가로지르는 쩐꾸옥 사원 옆 길은 가로수가 아름답고 사람들도 많이 몰리는 인기있는 길이다. 

골목 골목 숨어있는 카페와 이국적인 음식점, 소품가게는 걷거나 자전거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호 골목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운동을 위한 레저용으로 보이는 라이더들은 하노이 서호 근방이나 하노이 외곽에서 많이 보이지만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산책자라면 모름지기 구석구석의 길을 누벼야 할 것이다.

골목이 잘 발달한 하노이는 주택가의 모습과 시장의 길, 잘 닦인 광장의 길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도 자전거는 여전히 매력적인 산책 수단이다.

자전거가 어울리는 여행지는 아침 시장이 열리는 고요하지만 화려한 호이안 올드타운

병풍처럼 에워싼 산 사이로 이국적인 바나나 나무와 넓은 논밭을 지나며 느끼는 닌빈 두 곳이다. 

호이안의 시간이 멈춘 듯한 건물 사이, 투본강 옆길과 다리는 자전거로 오고가기 좋다. 물론 성수기의 호이안 구시가지는 인파에 밀려 다니기 쉽상이라 자전거는 엄두도 내기 어렵지만 아침이 시작되는 시장이 열릴 즈음 자전거로 돌아보는 그 순간은 호이안의 고요함과 화려함이 동시에 마음으로 들어온다.


닌빈의 길은 자전거 산책자에게 더 친숙한 길이다. 많은 닌빈의 숙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으며 보트 투어를 할 수 있는 땀꼭이나 짱안, 연꽃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일품인 항무아 주변이 아니어도 닌빈의 많은 길은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우리의 시골길 같은 길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강에서 멱감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한 무리의 소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는다. 이 모습은 익숙한데 주변의 낯선 배경이 재미있다.

가끔 그 풀 뜯던 소들이 길을 점령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팔다리에 스치는 바람을 시원히 느끼는 속도로 도시를 산책하고 싶다면 자전거 핸들을 잡으시길




자전거 산책을 위한 주의사항


1. 골목과 길에서 튀어나오는 모든 것을 조심

 _차, 오토바이, 사람, 개, 쥐, 공, 비닐봉지, 과일 껍질 등 예측불가능한 모든 것을 미어캣모드로 감지할 것

2. 길 위에 타이어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 많음

 _ 도로 요철이 많기에 가능하면 피하고 깨진 유리, 사고 파편도 조심

오토바이 헬멧이나 슬리퍼 한 짝이 도로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 

3. 도로 위의 속도는 내마음대로 조절이 불가능

 _ 급정거, 운전 중 핸드폰 사용하기, 길 가다 만난 지인과 이야기 하며 나란히 운전하며 천천히 가기가

일상화 되어있다. 갑자기 느려진 도로 사정에 무리하게 앞서 나가지 않는다.

4. 자동차, 오토바이 크락션에 놀라지 않기

 _ 베트남에서 크락션은 '나 여기 있으니 주의하시오'의 표현이다. 아주 거리낌없이 사용하며 악의 없이 사용됨을 고려하고 시비가 아님을 이해한다.

5. 오토바이가 갈 수 없는 길은 없음

 _ 자전거 산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오토바이는 사방에서 올 수 있다. 내가 가는 길에서 나를 마주보고 올 수도 있으며 내 옆 1cm 거리로도 지나치며 가끔 자전거도 올라가지 않는 인도로도 갈 수 있다. 호수 위를 제외하고 모든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한다.

6. 자외선과 흙먼지의 공격

 _ 오토바이를 타는 현지여성들이 닌자처럼 온몸을 감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방심하고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등과 손가락, 귀도 자외선에 탈 수 있음. 공사 현장 옆을 지나거나 도로 청소를 하는 차량 옆을 지날 때는 흙먼지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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