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20' [.]고고

제법 듬직한

by DHeath


키가 지금의 삼분의 일쯤 되었던 어린 나의 등하굣길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하나 있었다. 카센터인지, 롤러장이었는지 그 앞에 묶여 있던 큰 개를 지나쳐야 하는 매일의 숙제. 두 발로 서면 내 키보다 커 보이던 개는 늘 짖어댔다. 아무리 내가 상냥해지려 해도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을까. 처음에는 어렵기만 하던 길도 곧 익숙해져 일상이 되었다.

치와와가 이름인 줄 알고 불렀던 와와, 물풍선을 자주 맞았던 하얗고 덥수룩했던 똘이, 수많은 별이, 그리고 까뮈, 깜순이까지. 반려와 함께하면서 개는 그저 개가 된 것 같다. (이별을 생각하면 아득해지기만 하지만)

조명 가게 앞에는 목줄이 풀려 있는 하얀 진돗개가 한 마리 있었다. 일상인 것처럼 자리에 고고하게 앉아 손님을 맞는 자세가 제법 듬직해 보였는데, 그 동물을 개의치 않고 지나쳐 씩씩하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 지금의 나도 제법 커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