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헬스케어팀 인턴기 - 좋은 팀을 만나려고
안녕하세요.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에서 헬스케어팀의 Research Assistant 직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박혜진입니다.
“심사역은 올라운더다.”
떨렸던 제 입사 첫날이자 올해 첫 본부 회의 자리에서 부대표님께서 전하신 가장 중요한 메세지였습니다. 좋은 심사역이 되기 위해선 뾰족한 전문성을 토대로 시장을 이해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브랜딩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페셜리스트들만 가득한 학교에서 제너럴리스트로 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근데 제너럴리스트의 능력이 필요한 직장이라니! 첫날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입사한 지 4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은 심사역님들을 보며 제가 제너럴리스트라고 말하기도 귀여운 오각형을 갖고 있었다는 것과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 갖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저희 팀은 메이슨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와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팀입니다. 저는 평생 이과로 살다가 기술을 기반으로 경영하는 법을 배우는 학과로 진학했어요.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답으로 ‘요리하는 법을 배워서 식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보다는 골목상권을 살려 더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비유를 자주 써요. 지금도 복수전공 중이라 반은 이과이지만 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리서치와 같이 경영과 관련된 연구를 해왔어요.
많은 경영학과 학생이 공감할 텐데 공부만 하다 보니까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인턴을 찾고 싶었어요. 창업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이참에 초기 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회사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테크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의 헬스케어팀이 가장 fit이 맞는다고 생각했답니다. (사실 주위의 추천도 크게 작용했어요.^^)
현재 메이슨팀에서 저는 아래와 같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unmet needs 정리
각종 피칭&미팅 참여
미팅하는 스타트업 관련 스터디
제가 하는 업무를 공유하는 것도 재밌지만, 직접 일한 본인만 배울 수 있는 정성적인 것들이 있잖아요. 이번 계기에 메이슨에서 배운 초기 팀과 시장을 보는 시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좋은 팀을 만나려면? 나아가 좋은 팀을 꾸리려면?’이라는 궁금증에 시작한 인턴이었기에 창업팀들을 만나는 심사역님들의 시각을 빌려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제가 본 메이슨 팀은 창업팀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사업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투자하는 팀이에요. 늘 함께 보내는 미팅 시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신답니다. 너무 멋있지 않나요?
그런 메이슨에서 배운 좋은 팀을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공유해볼게요!
1) 좋은 질문은 메모!
저희가 만나는 창업팀은 주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표님과 팀의 역량을 중요한 지표로 생각해요. 이 역량을 알아내는 데에 크게 작용하는 부분 중 하나가 질의라고 생각합니다. 메이슨 팀의 심사역님들은 창업팀과 아이템을 이해하고자 할 때, 단순히 표면적인 것을 넘어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시곤 하세요. 처음 입사하고 미팅에 들어갔을 때는 ‘과연 초기 팀이 답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질문들을 던지시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질문을 통해 얻고 싶은 정보가 ‘정확한 답변’이 아니라 ‘고민의 흔적’임을 짚어주셨어요. 같은 질문도 어떤 어순으로, 어떤 상대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변을 받을 수 있어요. 마치 chat GPT의 프롬프트처럼 말이죠. 한정된 시간 동안 더 진솔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따뜻한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 뇌 속에도 어떤 팀이나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 체크리스트가 구축되고 있는 것 같아요.
2) 상상력 스트레칭
투자의 본질은 미래의 가치를 추산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슨의 심사역분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기술적으로 진보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답을 찾기보다는 생각을 나누는 방식의 대화가 자주 이루어집니다. (팀에 _N__분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물론 허무맹랑한 SF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현재 개발된 기술이나 사회 현상에 근거해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거예요. 메이슨 팀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에 창업팀의 솔루션이 큰 가치가 있다면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창업팀이 제시해 주시는 미래를 열린 마음으로 상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그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 적절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돼요. 이 스트레칭은 팀이 보유한 기술과 타겟하는 시장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투자 검토를 위해서는 기술과 시장 분석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 전략을 위한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저는 메이슨 팀에서 주로 규제나 정책 방향, 병원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니즈 등을 포함한 다각화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답니다.
헬스케어팀 인턴답게 표현해 보자면 기술이 팔다리고 시장이 심장이라고 생각해요. 팔과 다리가 튼튼해도 심장이 에너지를 공급해 주지 않으면 근육은 움직일 수가 없죠. 처음에 저는 이 기관들이 튼튼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시각에는 아주 큰 맹점이 있어요. 법인에 심장보다 중요한 게 있었으니, 그건 뇌인 것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걸어갈지 계획하고 제어하는 게 단순히 나아가는 것보다 어려워요. 하지만 아주 중요하죠. 스타트업이 걷는 모든 방향의 걸음들이 모여서 큰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더 나은 사회를 만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실 뇌가 중요한 건 법인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늘 생각하며 일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주제를 벗어나지는 않는지, 찾아보고 있는 정보가 꼭 필요한지, 또는 하고자 하는 말을 적절한 언어로 전달하고 있는지. 매 순간 전략적인 건 참 피곤하고 힘든 일인 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 섬세한 고민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 있다고 메이슨의 심사역님들을 보며 느꼈습니다. 저는 블루포인트에서의 인턴 경험으로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분석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