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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오지라퍼들을 위하여

- 그건 투자


의사 한 분이 있다. 굉장한 오지라퍼이다.

개업의이면서 진료 시간 이후에 환자에게 연락을 한 전력이 있다. 119도 자신이 찾아서 연결했다.

내게는 오늘 자신이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다가왔다. 실컷 상담하다 보니

간호사 분들이 하나둘씩 퇴근을 고해 왔다.


본인의 아버지께서 세상없는 오지라퍼여서 그게 싫었는데 자신이 아버지를 닮았더라고 한다.


이것은 한 오지라퍼가 다른 오지라퍼를 만나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던 경험의 후기이다. 나도 일견 ‘퇴물 오지라퍼’! 슬쩍 숟가락을 올려 둔다.



말을 해 주어도 똑같이 살아가는 이들



본인의- 내가 아니라 - 마음에 안 드는 헤어 시술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혹은 내가 단골 고객이라고 해서

시술비 결제를 반값만 하는 미용사 역시

한 오지랖 한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색깔이 어떤지, 스타일이 그런지

말 안 해 주면 모르고 지나간다.

저렇게 하면 돈을 벌겠는가?’ 걱정되기도 한다.


말을 해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문답식으로 오가던 중에 노동과 ‘사업‘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나오는

소득만 갖고 있는 그에게

이러저러한 곳에 눈을 돌리면 현재의 일이 주는 중압감이나 부담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투자는 권유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저마다의 나이 17세 무렵부터는 확고해서 어떤 좋은 말로도 넘어갈 수 없는 ‘방지턱’들을 사람 누구나가 내장형으로다가 지니고 살아간다.

거기다 대고 이러니 저러니 해 봤자 꿈쩍도 않을 것이며

- 내가 아는 범위가 한국 사람뿐이라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전제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핏줄‘, ’직계‘, ’혼인 가족‘의 바운더리 안에서 그 사고와 생활 방식을 공유하지,

나 같은 애송이이자 그저 지인, 친지(?), 동료가 말하는

진심 어린 투자 권유에는 설령 잠시 동했을지라도

곧 아내나 남편, 부모의 나무람, 무시, 반대 의견 제출에는 바사삭 털려서 권유를 듣기 전보다 오히려 더

높은 벽을 치게 된단 것이 두어 번의 내 경험이다.


그 후로는 인간관계 자체를 보존하려고 하지, 깨지 않을 바에야, 친구 없이 살기는 나도 싫은 일인 인지라서

거북목처럼 그 말을 쏙 집어넣어 놓는다.



인생의 목적을 돈에 두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공부만 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 이면의 고통‘(‘구글은 sky를 모른다‘, 이준영, 2014년, 26쪽)을 제대로 떠올리게 한 독서는

‘베테랑의 공부‘(임종령, 2023년, 다산북스)

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1호 동시통역사‘ 임종령이 썼다.

일을 잘 해내려는 노력과 좋은 사람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베테랑 통역사의 ‘자기 연마’의 시간 이야기이다.


한때 동시통역사를 꿈꾸었던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단 몇 사람만이 꿈을 이루었다.

본래 부자가 아니었던 사람들 중에 다수가 부자가 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그들 중 극소수만이 꿈을 이룬다.


멍거, 버핏, 자청, 임지흔(스파미, 애드에디션 대표), 그리고 임종령의 ‘자기 연마’에는 동서양, 연령대, 남녀, 직업 여하를 떠나서

하나의 룰이 녹아 있었다.

자신을 절제하고 자만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의 곁에 머물러서 그 피드백으로 자신을 혁신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돈을 먼저 추구한 것이 아니라, 돈이 자신을 쫓아오게 되는 구조 안에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투자로는 “최후의 한 푼까지 가지려 해서는 안된다.”(‘가난한 찰리의 연감‘, 2024년, 김영사, 32쪽)는 마인드를 유지했다.


투자를 이야기하면 “인생을 사는 목적이 돈이냐?”는 질문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건 아니었다.

나 자신, 돈이 없었고 지금 많지도 않다.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14억 원을 넘은 올해가 가고

있지만, 미치지 못한다는 자각을 온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돈이 너무 없으면,

그저 돈에 관한 불안을 키우고 살아간다면,

자신이 힘들어질 때 정작 ‘사람’마저 버리게 됨을 당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나에게만 유독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게 ‘인성’의 문제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래서 ‘인성이 의심스러운’ 사람을 피하는

본능이 강화된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투자를 권하는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말로 해서는 사람을 잃을까 봐 우려해서이기도 하다.



돈에 관한 오지랖은

결국 생(生)을 단단히 묶는 투자



물론, 그렇게(까지),

그토록 열정적으로 안 살아도 된다.

임종령처럼,

삼십 여 년간을 새벽에 단어장과 사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삼성 CEO 윤종용처럼,

‘매일 긴장하고 살아서(위 책, ‘베테랑의 ...’, 261쪽)기쁘고 즐겁지 않은 삶을 마다할 수도 있다.


돈에 관한 한 현재의 수입에 만족하고

연필 깎아서 쓰고 수도꼭지 꼭 잠그던 절약 정신으로

종잣돈을 모아가는 일이 전혀 가망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러나 어느 날엔가

외벽에 Jang Mi 쓰여 있는 ‘건물’을 지나다

그곳 한 ‘칸‘을 십 년간 보유한 사람이

사실상 매년 삼십 프로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뒀음을 알게 될 것이고,

그때 허망하다고 생각해선 안 되겠다고 하는 말이다.

주식으로, 코인으로 번 돈으로 Jang Mi 현금으로

매수하는 사람을 더 이상 누가 ‘영끌’이라 칭할 것인가.


그것도 그저 운일뿐이라고,

나는 신경 쓰고 사는 게 질색이라고...

그럴 수 있다.


다시 ‘사랑’을 말해 보자.

당신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연애 세포가 어느 날 깨어나고

당신이 덤벙덤벙 누군가를 향해 태운 열정이 어느덧 산처럼 높았을 때

이제 그 여자, 그 남자를 위해 약속을 해야 할 때, 확신을 주어야 할 때

당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하며

그 여자, 그 남자가 그동안 당신에게 보낸

편지들과 인형과 선물들을 다시 주고

그 사람을 돌려세워야 한다면,


그때 당신만 바라보던 그 여자, 그 남자가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이 당신의 결심을 돌리지 못하면


적어도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모두의 두 눈에는

가득히 눈물이 차 오를 것이다.


이것은 나와 우리의 경험이며

나는 돈에 관한 한 오지랖을 자기 면제하지 말라고,

돈은 다른 모든 삶의 영역과 묶여 있으며

당신을 살아있게 만드는 순간들의 총합을

계산하게 하는 프롬프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라 말하겠다.


당신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시간에

돈이 제1의 요건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아끼고 모을 뿐만 아니라

돈에 관해 생각이 없었던 날들을

아주, 완전하게 청산했으면 좋겠다.

자신을 자기의 삶에 단단히 묶는 힘은 돈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투자에는 “예스와 노, 그리고 ‘이해하기 너무 힘듦’의 세 개의 바구니가 있다.”고 멍거는 투자 평가 절차를 나눴다고 한다.(위 책, “가난한 찰리...”, 62쪽)


당신이 투자에 관해 현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을 ‘예스‘와 ’노‘의 바구니로

옮겨 담기 위해

오늘 하루도 꾸준히, 매일 삼십 분씩이라도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로 살았다고 잠들기 전 스스로 인정한다면


당신은 참으로 사랑하며 남은 삶을 살 수 있는 짝꿍을

천신만고 끝에 만났을 때에

그를 사로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건 투자다.

어렵지만, 자신을 위해 할 만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의미에서이다.


대개 오지라퍼는 매사가 진심이다.

이제 좀 돈에서도 오지랖을 떨고 살자.



임정희, ‘이별 연습‘: 모든 길은 ‘가면 다시 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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