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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봇, 피봇

- 안 맞아도 돼



당신은 감을 믿으세요? ” - 이 질문에 당황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도통 내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복기를 한다고 해 봐도 시일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데이터냐, 감(感)이냐?

그리고 과연 무엇이 옳은가?


또 정답이 무엇인지, 혹은 정답이란 게 존재하는 건지,

맞추려고 할수록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늘 헷갈릴 뿐이다. 삶에서나, 투자에서나.

그런데도 하루하루 시간은 악착같이 흐르고

우리 삶도 악착같기 그지없다.



MBA에 가 볼까



거기 가면 알게 될까. MBA에 가서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의 비법 강의를 들으면 더 이상 ‘감’이나 ‘촉’과 같은 소리를 하지 않고 척척척 ‘기업’을 살 수 있을까.


“왜 이 고민 법석이냐?”라고 한다면 당신의 돈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내 돈이, 알토란 같은 저마다의 돈들이 매일처럼 싸지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나도 외환위기 이전 한번 살아봤었더라면 좋겠지만

설상가상 언론은 지금 ’제2의 lMF'를 호언하고 있다. 에잇!


한번 해 보자.’ 마음먹은 다음엔 한 번씩 자신의 금융 앱에서 ‘투자 성향 분석‘ 단계를 거쳐 보았을 것이다.

당신은 ‘위험 감수형’인가, 아니면 ’안전 추구형’인가?

이것도 모른다고? ‘모르면 손해‘다.

분석이 끝났다고 치자.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렇다.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한다. ‘불과‘ 수 백 개 정도밖에 안 되니 쉽지 않을까? 아니다. 불과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매물 수보다 몇 분의 일 밖에 안 되는 금융 상품이 한 번에 고르기가 안 되고 그때부터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선택 장애’가 온 끝에 앱을 닫았다.


괜찮다. 다들 그러니까. 내일 다시 들어가면 된다.

이것만 알면 되는 것들이 있으니 초, 초, 초 집중하자.

1.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리스크, 뒷목 잡을 리스크들이 존재한다.
2. 투자는 금방 사고팔 수 있는 것과 당장 사고팔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사고팔 때의 어느 쪽, 또는 양쪽에 들어가는 거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3.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헤지의 단순 목적 하나만으로도 투자는 ’선택 아니고, 필수’이다.


MBA를 안 가도 우리는 ‘실제로 룰은 단순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돈을 안 쓰고 버는 법은 없다.

다시 말해서 ‘돈을 적게 잃고 많이 얻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투자자의 자세이다. 나는 여기까지를 앞에 발행한 글들에서 무한 반복하다시피 한 것 같다.


그럼 이제 새로운 생각점들을 열어 볼까?


(* 이번 주 글을 쓸 때 ‘다모다란의 투자 전략 바이블‘(2021년, 애프앤미디어)를 함께 읽었습니다. 600쪽에 가까운 저서의 스마트함을 제 실력으론 못 옮깁니다. 헤헷~)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데헷‘’



알면 신세계, 모르면?



살 때보다 가격이 내려간 주택을 보유했다고 치자.

이 사람이 양도세를 고민한다면 말이 되는 소리일까.

또 세금이 걱정되는 차익이 난 A 주택과 손해 보고라도 사정이 있어서 팔아야 하는 B 주택을 갖고 있다면

같은 해에 같이 매도하면 양도 차손이 상쇄된다는 것을 안다면 ‘걱정도 팔자였구나!‘ 할 것이다.


이것이 투자의 기법, ‘나만의 다국적 기업이 되는 법‘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서 손실을 이익으로 이겨 내야 한다. 물론 ‘모두 손실’과 ’ 모두 이익’이라는 양 극단을 배제한 중간치의 투자자가 되는 법도 있다.

뭘까, 뭘까?


첫째, 투자를 장기간, 평생을 두고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치고 빠질 생각을 버려야 한다. 투자는 한몫 잡으려는 떴다방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둘째, 손해를 봤든 이익이 났든 팔고 나면 그 돈을 재투자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사기 위해서, 즉 ‘살 거리’를 정해 두고 파는 것이 권장된다.
셋째, 단지 운에 의해, 또는 상속에 의해 부를 얻은 것이 자기 실력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누구나가 평생을 가다 보면 한 번씩은 거저 얻는다. 여유가 생겼을 때 겸손하게 배우려고 하고 투자 전략을 손 봐야 한다.


대개 하나만 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한 가지 일도 잘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것은 좀 시간이 경과한 전략 같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판다, 혹은 팬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심각하게 아흔아홉 가지에 문외한이 돼 버려 몹쓸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시대가 구 버전이어서 여전히 ‘투자는 투기‘이며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말할 필요가 없겠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 ‘극소수만이 접할 수 있는 고급 정보‘란 것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 내가 가용한 정보에 적극 접근하지 않고 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아서 결국 투자 실패를, 즉 손실을 입게 된다고 볼 일이 생겨 버리는 것이다.


추세를 따라가든 자기의 경험을 믿었든 한 가지 방법으로는 돈을 좇아가기가 어려워진 이유다.


누구나가 마음만 먹으면, 앉아서도 심지어는 누워서도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가 광범위하게 많아졌다.

자칫 나만 모르고 있을 수가 있고, 과거보다 풍요로워진 지금 나만 모르고 있는 사람을 전문 용어로 ‘바보‘라고 부른다. ‘정말 큰일‘이라는 의미에서이다.


이제는 두 발의 무게 중심을 나눠서 한 발 한 발 옮겨야 한다. 돈도, 사람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피봇(pivot)이다. 한 가지 투자로는 이익을 보장하는 강도가 약해졌다.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투자에 있어 한 가지만 아는 상태로는 안전하지 않다.



맞추려고 할 시간에



아마 이번 달에 서울 시내 사립학교 지원과 추첨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나이대 아이가 없어서.’라든지 ‘애는 있지만 사립초 보낼 여유는 안 돼서.‘라고 생각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약점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할 때 나와의 연관성을 현상으로만 찾으려고 하면 쓸모 있는 정보를 그냥 버리기 쉽다.

아이가 있든 없든,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지역에 사립초가 있다면 이번 달이 지나 매물이 잠길 수 있다.


눈여겨보아서 해가 될 광경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판 하나하나, 플래카드 한 장 한 장을 그냥 지나친 건 바로 나였다.

내가 산 주식이, 파생상품이 무엇인지 남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사놓고도 이익과 매출을 나눠 보지 못한다.

그래 놓고 나중 가서 “내 돈 내놔라.” 해 봐야

뭐라고 쓰여 있는지 흥분한 내 눈에 뵈지도 않는 PDF 페이퍼에 내가 해 놓은 자서 밖에 돌아오는 게 없다.


“안 맞아도 됩니다.”

맞추려고 기를 쓰던 내게 들려온 이 말은 ‘내게 적합한, 내가 편안한 ‘ 방법을 찾으려는 새로운 방향을 보게 했다.

“어차피 못 맞춘다.“와는 약간 감(感)이 다르지 않은가? 말로는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다만, 돈을 잃을까 봐 연구만 거듭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뭐든지 100퍼센트는 없다.

오늘 들어가는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투자를 하면 된다.

그를 위해서, 1) 약간의 이론적 배경과 2) 피봇이라는 기술, 그리고 내가 하려는 투자에 대한 내 믿음을 배신할지 모르는 3) 정책의 영향을 완벽하지 못하지만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외에 더 많은 것을 알면 좋겠지만

시장은 당신이 그 모두를 알기 전에 이미 바뀌어 있을 것이기에

오늘 투자할 것만 정확하게 짚어서 투자하고

다음 투자는 오늘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어느 할머니가 밤새 찍으셨다는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오픈채널방에서 보았다. 그보다 젊은 우리, 그만큼의 노력을 하면 어떨까.


그러니까 너무 이상적일 만큼 날씨가 좋은

겨울 초입의 어느 날, “집에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큰돈을, 양질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탐욕’을 인정하자.

삶에서나 투자에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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