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 하지 말고요
차를 갖고 길을 다니다 보면 늘 끼어들기가 문제다.
깜빡이-‘방향지시등‘이라고 하고 싶은데 우리에겐 이미 ’ 깜빡이‘가 됨- 를 안 켜는 운전 습관도 문제지만
‘이게 내 차선인데 네가 왜 들어와!‘ 하는 태도가 눈에 보이는 일단의 운전자들이
나는 참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전세 냈냐? “는 말도 있었는데
-시중에 ‘전셋집‘ 품귀가 추세가 되고 있어 민망하긴 하지만, 하여튼 - 왜 앞에서 깜빡이 다 켜고 빈자리 다 체크하고 차선 변경하는데
왜, 왜 그다지도 감정적으로
‘너 따위가 왜 내 앞에 들어와?‘ 하듯이
격정적으로 경적을, 요란한 클락션을 울리는가?
어차피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하는 길이 아닌가.
어쩌라는 것인가!
‘투자해 놓고 밤잠 설칠 것 같으면 투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예전 어느 장에선 수도권 아닌 지방까지 내려가서
아파트 투자를 하곤 했다. 지금은 옛말이 된 얘기다.
그들이 주섬주섬 팔아치우고 서울 핵심지에 ‘똘똘한 한 채’로 바꿔서 보유세를 줄여보려고 집중한 결과,
강남에 손바닥만 한 한강 뷰가 나오면 가격이 수직으로 솟구쳐 올랐다. 알고 보니 자본금 여력이 되는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가 있는 핵심지 재건축 매물부터 선점해 버린 것이었다.
거품이 끼지 않았을까?
대답은 ㅡ노우.
모두가 원하는 그곳들이라면 ‘버블은 없다.’라는 것이 들어간 사람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아마도, 메이비,
그럴 것이다. 이걸 두고 ‘매매가에 버블이 없는 안정적인 밸류에이션‘(‘이재명 시대 부동산’, 삼토시, 2025, 위즈덤하우스, 97쪽)이라 했던가.
세간에는 25억 넘는 집을 사면서 2억 원까지만 대출을 해 주는 규제에 대해 “나머지 23억 원가량을 현금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들의 파티가 열렸다.” 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나는 ‘돈이 가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내가 하지 못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많기는 하다.)
여타의 경우는 이렇다.
고점이라고 써 붙어 있지 않다라면 분석에 들어갔어야 할 일이다. 고점에서 내려와 있더라도 덥석 사지는 말았어야 했다. 실제 가치만을 반영한 것이라면 현재의 가격조차도 방어가 안 되는 고점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투자‘라고 들어간 행동들이
사실은 오랫동안 가격 상승을 보이지 못하고 시간
대비 더디고 느린 횡보의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lMF 때 어음이 부도로 돌아오면서 대금 결제를 막지 못한 많은 중소 CEO들이 자신의 ‘선택‘을 오랜 시간 동안 후회하면서 살아 있었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동안 재미있게 보던 프로그램인 ’방구석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현금으로 회수할 것이라는 그들의 기대를 어음이라는 종잇조각은 과감하게 저버렸다. 잔인한 현실이었다.
우리가 치르는 가격은 ’성장성‘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성장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가격이 올라 주는 것, 지속적으로 배당이나 임대료의 형태로 유동성이 나오는 것, 안 되면 물가 상승률만이라도 헷지해 주는 것을 기대하게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매입할 자산이 ’변동성‘에 맞설 대항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호재가 악재로 바뀐다든지, 공사 착공이 지연된다든지, 가격이 생각만큼 올라 주지 않거나 빠질 위험이 언제나 있었고 위험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래서 ‘투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안전하게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정말 현금 부자라서 어느 볕 좋은 날 보유 지폐들을-아마도 산더미일- 마당에 꺼내어 햇볕을 쬐이고 말려야 하는 사람이 나라면, 나도 머리 아프지 않고 속도 썩지 않고 무위로 돌아가 편히 살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인 절반이 가진 돈 다 털어도 1억이 안 돼’(’ 존리의 부자 학교‘, 2024, 115쪽)고 이러나저러나 ‘노동 소득은 자본 소득을 능가하지 못‘한다.(같은 책, 125쪽)
안 팔리는 매물을 중개소에 내놓고 연락을 기다려 본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비싼 수수료를 내걸었는데도 부동산(중개사)이 열심히 (일을) 안 한다고 핑계를 대거나, 아니면 매일 가서 내부를 직접 손보고 청소도 깨끗이 해놓고 전단지도 만들어서 근방에 모두 돌리고 홍보하거나이다. 과연 어느 쪽이 이 거래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는 살아남은 자가 다음 투자를 이어갈 것임을 알고 있다. 사실 저런 경우의 매물은 그 돈(비싼 수수료)을 약속받고도 중개사가 팔아 줄 수 없었던 ‘성장성’ 밖의 것이었을 경우가 많다.
오늘 밥 먹고 배앓이를 했어도
내일 우리는 다시 밥 숟가락을 든다.
사실 그래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방어선을 왔다 갔다 하고 유가도 얼마나 더 올라갈지 상상이 인 된다.
투자도 밥 먹듯이 매일 계획하고 검증하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사 두고 바꿔 놓아야 한다. 그냥 밥 먹듯이.
왜 사랑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왜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
당신이 어떤 답을 떠올릴지라도.
설령 모른다고 답할지라도.
어느 검색인가, 어느 독서 중에 -브런치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진으로 찍어 둔 글귀이다. 글에서 ‘사랑’을 ‘투자’라고 바꿔놓고 읽으면 된다. 혹은 ’ 사랑‘이건 ’ 투자‘이건 다 같을지도 모르겠다.
투자 행위를 한다는 것은 ‘세금‘과 뗄 수 없는 일이다.
세금이 많으면 투자는 무위에 그칠 수 있다.
세금을 낼 돈이 없어서 매수를 못 하거나 매도하지 못하면 또 한 번 매물이 잠기게 된다.
서두에서 ‘방향지시등‘을 켠 차가 내 차 앞에 진입하려고, 즉 차선 변경을 알려 온 경우를 들어 보았다.
늘 법과 룰을 지킨다는 생각을 하고 세금은 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투자의 전제이다.
왜냐, 정부를 이길 수 없고 정책은 큰 물살로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을 샀는데 내 집 위로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이 지나가는 걸 모르고 산 사람은 판 사람이 속였다고 할 것이다. 대개의 경우는 판 사람은 알고도 굳이 말해 주지는 않은 것이다. 왜냐. 당연한 말이지만 ‘집값 떨어질까 봐 ‘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 선하지의 땅이나 집을 적극 매입해 두려 한다. 지금 싸게 살 수 있거나 고압전선을 옮길 가능성이 있거나 다른 호재와의 시너지가 예상되면은 말이다.
투자는 그렇게 해야 한다.
‘잘 알고' 말이다.
그게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정부를 편들거나 비난하거나는, 투자자에겐 자유로운 개인의 영역일 뿐이다. 나는 “빚내서 집 사세요.”라던 정부의 말을 안 들은 일을 후회해 본 사람이라서
정부 정책을 유심히 보고 나서 제 갈길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제일 싼 것은 내 (개인) 정보이다. 이번에 쿠팡이 뚫려서 이런 말을 한다기보다 원래 개인정보는 유출되는 것, 십 원짜리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분노하지 않고, 우울해하지도 않고서 그냥저냥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생각을 고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나에게 투자를 하라고 등을 떠민다. 내 정보도 지키기 어렵고 내 돈 역시 간수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 승리는 당신이 버틴 시간의 길이만큼, 꾸준히 한
노력만큼, 딱 그만큼만 클 것이다.
노희경 작가의 에세이(커버 사진, 2015, 북로그컴퍼니) 제목처럼
투자는 ‘사랑’입니다. 그리고요,
님이 하시듯이 남도 끼어들게 하시라. 세상은 기울어진 평등, ‘변형된 평등(위 책, 존리, 149쪽)‘으로는 잘 굴러가지 않고 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궁극적으로 여러 명을 먹여 살릴 수 없어요.
돈은 벌고 싶다면서, 돈은 필요하다면서
투자가 어렵다고, 리스크가 크다고
또 공부는 하기 싫다고요?
그러나 역시 ‘소수의 편’에 서야 해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든지, 자산과 소득이 불균형한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