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자세

by 벼룩

어떻게 하면 함께 더 나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나에게는 공부의 가장 큰, 어쩌면 유일한 이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나은 이야기는 그저 더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한 차원이 아니고, 더 재밌다. 오히려 그게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재미없게 만드는 어떤 ‘지엽적인’ 표현들을 되게 싫어한다. 대표적인 게 ‘온전히’와 ‘완전히’다. ‘온전한’과 ‘완전한’도 마찬가지고. 토론 중에 저런 표현을 쓰길래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토론에서 사소한 표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며 되려 나의 태도를 문제 삼는 사람을 며칠 전에 겪었다. 사실 이건 웃긴 이야기인 게, 애초에 자신이 토론 중에 무의미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온전히’나 ‘완전히’ 같은 표현은 실제로 대부분 무의미하다. 그걸 붙이는 순간 어떤 말은 무조건 맞고, 어떤 말은 무조건 틀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표현을 포함한 문장에는 의미값이라는 것도 딱히 없다. 하나마나 한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게으른 표현 방식이다.


저런 표현을 사용하면 더 나은 이야기와 단숨에 멀어지기 시작한다. 더 나은 이야기는 상대의 말을 단정 짓고 납작하게 만들어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할 때가 아니라,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고민하고 거기에 정확하게 감응하고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쓸 때 시작될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함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재밌게,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을 재건하는 비평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