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나를 찾아서
푸른 하얀 구름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여행하듯 흘러간다.
나는 항상 머물고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오랜 시간 성장통을 견디며,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까지 왔고, 이제는 머물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것 같다.
중천에 떠있는 태양도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조금씩 기울어지는 그곳으로 길을 따라간다.
그 길은 내가 볼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항상 같은 방향으로 똑같이 기울어져 간다.
차를 몰고 가는 길에 저물어가는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울수록 붉은 노을을 보여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수평선 끝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태양은 붉은 노을을 남겨준다.
태양은 기울어져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아직 그 붉은 노을이 여운처럼 남아 푸른 하늘이 붉게 불든 단풍잎처럼 그 모습이 오래 남아 있다.
하루 동안 태양은 아주 오랜 시간 떠 있는 것 같지만, 기울어진 수평선 끝자락에서는 아주 빨리 수평선 너머로 숨어든다.
저무는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숨는 것이 미안했던 것인지, 그렇게 붉은 노을을 오랜 시간 남겨주고 수평선 너머로 숨어든다.
수평선 너머로 붉은 노을만 남겨두고 숨어버린 태양이 더 이상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이제는 붉은 노을도 흐려져 보이지 않으려 한다.
붉은 노을이 사라져 버린 지금 어둠이 어느새 찾아온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던 내가 언제인지 모르게 떠오른 달이 있다는 것을 늦었지만 보게 된다.
수평선 너머로 숨어 버린 태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야 달은 뜨고, 그 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다.
달이 높아질수록 어둠은 너무도 쉽게 나에게 찾아온다.
도심의 불빛이 아니었다면, 먼 곳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어둠이 짙게 찾아왔다.
그런 하늘에 달빛이 너무 밝아 별도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도심의 불빛이 꼭 먼 곳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건 아니 것 같다.
밤하늘 달빛이 너무 밝아 어두운 하늘에 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아서, 그 밝은 달빛에 어두운 내 주변을 살필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하고, 내 안의 내가 힘들어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잠을 잘 수 없는 어떤 날에는 그저 멍하니 누워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날도 있었다.
잠을 잘 수 없는 어느 날에는 창밖에 어두운 하늘과 어두운 아파트 가로등을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누워서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며 그렇게 소리 없이 아침이 시작하길 기다리는 날에는 시간이 평소 익숙한 흐름보다 더욱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길고 힘든 기다림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건, 밝아진 아침의 하루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지치고 무료해진다.
약을 먹어도 잠을 잘 수 없는 날들이 많아지고, 난 그 긴 시간 아침이 오기를 바라고 기다린다.
잠을 자지 못하고 기다리던 아침이 찾아와도, 너무 긴 시간을 기다리다 시작하는 하루였기에 지친 모습과 마음으로 무료한 오늘을 그렇게 시작한다.
어쩌면 시작이라는 말보다 긴 어둠을 참고 견뎌서 도착한 곳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전에 시작됐고, 나에게 어두워진 시간에 쉼이라는 시간이 없이 아침을 맞이하게 된 것이니, 새롭게 맞이한다는 말은 어쩌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일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 어떤 날은 거실에 불을 켜지도 않고, 창밖 너머의 아파트 거리에 불 켜진 가로등만 바라본다.
어둠 속 아무 소리 없이 불을 밝히며, 그 자리에서 항상 길을 비추고 서있다.
말을 건네는 이도 없이 오직 혼자만 그 자리에 서서 어두운 길을 비추고 서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비추는 가로등은 길에 놓인 자신보다 낮은 곳에 있는 소리 없이 놓여 있는 벤치를 보며 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 벤치가 외롭지 않게, 가로등은 빛을 비추어 자신만의 표현방법으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밤하늘 달이 아무리 밝아도 어둠 속에 낮은 곳에 있는 벤치가 외롭지 않게 가로등은 빛으로 위로를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씌워 줄 수 없어, 어쩌면 미안함에 가로등은 벤치를 비추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어둠 속에서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가로등은 그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소리 없이 빛을 비추고 조용히 위로하듯 아무런 말 없이 혼자 서있다.
항상 그 자리에 소리 없이 빛으로 서있다.
어둠 속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가로등은 빛을 비추어 주는 것 같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 바다 위에 길을 찾지 못하는 배가 등대의 빛을 보고 길을 찾는 것처럼 가로등은 벤치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비추고 있는 것 같다.
그 가로등은 언제나 말없이 벤치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로등은 벤치가 혼자가 아님을 알리는 듯 빛을 비추어 벤치가 외롭지 않게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며, 가끔은 어두운 밤 벤치를 찾아와 앉아 있는 사람이 잠시 쉬면서 어둠 속에 빠져버리지 않게 빛을 비추어 주고 있는 것 같다.
가로등은 벤치를 위해서, 벤치를 찾는 사람을 위해서 아무 말도 없이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렇게 그 자리를 항상 지키며 있었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있지만, 친구도 없이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는 등대의 빛이 없다면, 하늘에 별을 보고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찾는다.
어둠 속에서 외롭지만 밤하늘에 별을 보며, 그 작은 불빛을 바라보며, 그렇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 긴 기다림으로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때론 멀리 보이는 등대의 빛을 따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찾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빛을 따라 길을 나아간다.
지금 하늘에서 빛나는 달빛도 가끔은 별빛도 나를 비추어 주는데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베란다에서 가로등의 빛을 바라보고 있지만 길을 찾는 것보다, 그냥 서 있는 가로등만 바라보며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난 어두워진 밤에 집을 나서 가로등이 비추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본다.
어두운 밤에 벤치를 비추는 가로등이 나를 위로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수 있는지 잠시 어두운 밤 벤치에 앉아 가로등 불빛과 함께 있어본다.
난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아침이 찾아온다.
어둠이 점점 사라져 하늘에 작은 별빛도 그 빛을 잃어가고, 하늘에 빛나는 달빛도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어느 순간 아침의 태양이 비치어 주변이 밝아지고 있다.
난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아침에 뜨는 태양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주변에 어둠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
이제는 온 세상이 밝아져 더 이상 어둠이 보이지 않는다.
난 그렇게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잠 못 드는 날이 길어질수록 난 모든 것에서 의욕을 잃어버리고 있다.
나는 등대의 불빛을 보며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잠 못 드는 밤이 늘어갈수록 등대의 빛을 잃어 내가 가야 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잠 못 드는 긴 밤에 소리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가로등처럼 벤치를 위로하듯 빛을 비추어 주는데 난 그 빛에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작게 빛나는 별도, 달빛도 멀리서 작게 비추고 있던 등대도 그 누구에게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어두운 길의 가로등도 아무 말도 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밤하늘에 작게 빛나는 별도 달도 그리고 가로등도 언제나 말없이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었다.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말도 없이 어두운 길을 비추는 가로등 아래 벤치를 찾는 이는 조금은 고요함으로 위로를 받는 것이며, 밤하늘에 빛나는 작은 별빛과 달빛 그리고 먼 등대의 빛이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도 말도 없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고요함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둠 속 가로등이 빛을 비추고 있는 벤치에서 고요함을 찾을 수 없다면, 가끔이지만 그 벤치를 찾는 이도 없을 것이다.
어두워진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도 고요함이 없다면 작게 빛나는 별빛과 달빛 그리고 먼 곳의 등대의 이끌림에도 자신이 가야 될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오늘도 잠 못 드는 밤 어두운 밤 가로등 빛이 비치는 벤치를 찾아 앉아서 고요함에 내가 흡수될 수 있도록 말없이 벤치를 지키고 앉아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달이 높은 건물들 뒤로 아스라이 사라져 가고 있다.
달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서, 아침의 태양이 아스라이 떠오르고 있다.
내 삶도 아스라이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일 수 있고, 어쩌면 아스라이 저무는 달빛일 수 있다.
달이 저물면 아침 태양이 떠오르지만, 해지는 저녁노을이 가득한 시간이 되면 수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의 난 아스라이 넘어가는 상태일 수 있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건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된다.
잠 못 드는 밤을 오랜 시간을 견디고 있으며, 이제는 아스라이 저무는 것이 아니라 밝게 떠오르는 모습일 것이다.
뜨고 지는 시간이 지나 이제는 나를 빛나게 만드는 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는 것 같다.
달빛이 아스라이 넘어갈 시간이 되면, 지금까지 어두웠던 길과 벤치를 비추던 가로등도 빛을 잃어간다.
아침에 아스라이 뜨는 태양이 가로등을 대신하여 세상을 밝게 비추어 줄 것이다.
지금부터 나에게 저무는 시간이 끝나고, 앞으로 빛나는 시간이 되어간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지금껏 잠 못 드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찾는 시간이었으며, 내 안에 비추고 있던 무언가가 아스라이 떠올라 나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빛날 수 없고, 언제나 어두울 수 없다.
아스라이 지나는 시간은 고요하게 빛날 나를 바라보며, 그 시간을 견뎌낸 우린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