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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Dec 26. 2015

올해 가장 잘 산 물건, 리디북스 페이퍼

리디북스 페이퍼를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집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확실히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독서량이 현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책 안 읽는 사람에서 책 읽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리디북스 페이퍼라는 디바이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디북스 서비스 그 자체의 좋은 점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북 서비스 자체의 장점도 있습니다. 굳이 구분하지 않고 모두 페이퍼라는 디바이스에 포함시켜 작성합니다. 참고로 다른 서비스나 디바이스를 사용해본 바 없으므로 비교는 불가하오니 참고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페이퍼와 페이퍼 라이트 이렇게 두 가지 상품이 있는데 제가 사용 중인 기기는 300 PPI 페이퍼 제품입니다. 본 글은  리디북스로부터 그 어떤 협찬도 받지 않고 직접 구매하여 작성한 사용 후기임을 알려드립니다.




책은 종이로 읽어야 했던 아날로그 인간, 변하다

이제껏 이북 리더 구매를 고려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책은 종이로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 놓는 것은 데코레이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책을 읽을 때 접거나 줄 치거나 여백에 메모를 남기기 때문에 기록 부분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디북스 페이퍼 출시 전 마케팅에 저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자로 미리 알림을 신청해두면 1만 원 할인쿠폰을 준다기에 일단 받아두자는 마음으로 알림을 등록해두었습니다. 이후에 페이퍼 관련된 언급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타임라인에 보이기 시작했고, 리디북스 제작자의 인터뷰 등이 제 맘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모바일과 아이패드에서 리디북스를 사용해보았던 터라, 이런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작한 이북리더기라면 사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페이퍼 발매일에 구매를 시도했지만 페이퍼 대란으로 구매 실패했고, 1.5차 판매를 통해 디바이스를 제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출퇴근족을 위한 최적의 디바이스

페이퍼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는 바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입니다. 왕복 합치면 하루 1시간 이상을 지하철에서 보내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모바일로 볼 수도 있지만 휴대폰의 특성상 메시지가 오면 확인하고 싶고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접속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스마트폰을 책 읽기에만 집중하여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페이퍼는 크기도 책 느낌 나는 사이즈에 오직 책 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운전하여  출퇴근하시는 분들의 경우 '듣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페이퍼 모두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음성의 성별과 속도를 선택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습니다.


서점에 가거나, 온라인 배송 대기 없이 원하는 책을 바로 읽기

어떤 작가나 책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지금 바로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죠. 이런 경우 이북은 30초 만에 그 책을 내 눈앞으로 가져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마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영화 후기들을 읽다 보니 책에 대한 칭찬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기에 서점은 문을 닫았을 테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책은 적어도 다음날이 되어야 옵니다.  이때 리디북스에서 <마션> 이북을 구매하면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그날 밤 책에 빠져 다음날 오전까지 뚝딱 읽었습니다.


열린책장 지원 불가, 처음이라 괜찮아요

현재 리디북스는 리디북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매한 이북을 볼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알라딘과 같은 곳에서 이북을 구매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이북을 구매하신 분들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글씨로, 사용자 폰트를 지정 가능

킨들을 사고 싶다고 여러 번 생각했지만 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폰트 때문이었습니다. 영문으로 된 책을 거의 읽지 않기 때문에 한글 폰트 지원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폰트들도 충분히 좋고, 본인이 원하는 폰트를 디바이스에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 딴짓 방해 금지, 브라우저 사용 불가

다른 이북 리더기들과 페이퍼를 비교한 글들에 브라우저 관련된 언급이 들어간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기능이 불가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됐습니다. 사실 브라우저가 사용 가능하면 스마트폰에서 하는 거의 모든 것(이메일 확인, 페이스북, 웹 검색 등등)이 가능하죠.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도 브라우저 기능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초강력 매력 중 하나, 넘김버튼

페이퍼의 초강력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퍼 양쪽에 하드웨어 버튼이 있습니다. 터치식 버튼이 아니라 정말 꾹 누르면 꾹 들어갔다 올라오는 그런 버튼입니다. 이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책 읽기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무슨 책 가져갈지 고민 말고, 페이퍼

페이퍼에는 리디북스에서 구매한 책들을 잔뜩 받아둘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이 든 바로 꺼내 읽을 수 있습니다. 거의 책장을 들고 다니는 수준이죠. 그리고 미리 받아둔 책들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볼 수 있기 때문에 Wi-Fi나 3G, LTE 같은 통신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 좋습니다. 데이터 걱정도 없고 형광펜이나 메모해둔 부분들도 인터넷 연결 후  동기화되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한 발 늦은 신간 발매

1판 1쇄를 소지하고 싶은 욕심  못지않게, 그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만 해도 김영하 작가남의 <읽다>를, 장강명 작가님의 <댓글부대>를 예약 구매하였는데, 예약 구매 전 리디북스에서 책을 검색해 보았는데 없었습니다. <댓글부대>는 지금 출시되었더라고요. 신정철님의 <메모 습관의 힘>도 오프라인 출간 후 리디북스에 등록된 걸 보았습니다. 출판사와의 협약(?) 같은 것 때문인지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빨리 책을  읽어보고 싶은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약간 아쉬운 단점입니다.


반응성은 답답해요

일단 켜는데 오래 걸립니다. 한 20초 정도 걸리는 거 같아요. 버튼 누르면 바로 켜지고 LTE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진 저에게 20초는 영겁의 시간 같기에 켜놓고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페이퍼를 봅니다. (실제로 측정해보니 30초 정도 소요됩니다. 1.3.1M 기준)

이전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리디북스에서 형광펜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할 때는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다른 앱을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페이퍼는 정확히 원하는 부분을 표시하려면 여러 번 손을 조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메모를 입력할 때 역시 타이핑 속도가 20세기 느낌적 느낌이에요.


케이스는 조금 아쉽지만, 배터리 오래 가요

그리고 페이퍼 케이스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케이스만 구매하면 3만 원, 페이퍼와 함께 구매하면 2만 원인 플립커버 케이스가 있는데 무게가 -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 페이퍼 무게와 비슷합니다. 저는 별도의 파우치에 넣어 다니고 있어 기존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지인 중에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에 만날 때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배터리는 여유 있습니다. 거의 인터넷 연결 없이 사용해서 그런지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본다고 가정하면 일주일 정도는 거뜬합니다.


독서노트를 Evernote로 스크랩!

리디북스 '하이라이트, 노트' 에버노트로 스크랩하기를 보시면 친절하게 방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정보를 Evernote에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리디북스 독서노트가 연동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여전히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삽니다

아직 종이책과 이북의 딜레마는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리디북스에 검색하여 없는 책은 종이로 구매하고 있고, 학습용 실용서적 (외국어 교재, 프로그래밍 교재)과 같은 것들은 종이 책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책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시리즈들도 종이책으로 이어 구매하고 있죠. (데코의 중요성!)

아직 이북으로 구매한 책을 종이책으로 구매한 사례는 없습니다만, (종이책과 이북은 교집합 제로!) 이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마음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있네요. 종이책과 이북을 동시에 구매할 경우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지만 종이책을 판매하지 않는 리디북스에서 그런 딜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의 선물이든,

다독하는 2016년을 위한 힘찬 응원의 선물이든,

리디북스 페이퍼는 참 괜찮은 선물 같습니다 :)


리디북스 페이퍼 페이지 >>




* 표지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TV광고

* 리디북스 페이퍼 대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나무위키 - 리디북스 페이퍼 [4.1 결제오류 대란] 부분을 참고하세요.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글은  리디북스로부터 그 어떤 협찬도 받지 않고 직접 구매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만, 리디북스에서 이 글을 발견하고 리디포인트를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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