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별을 사랑할 수 있겠니?
K
어린 왕자가 일곱 번째로 들린 곳은 '지구'라는 별이었어.
우리가 사는 이곳 말이야.
물론, 어린 왕자가 처음 지구에 왔을 때와 지금은 너무 달라.
같은 별을 말하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어린 왕자가 지구별에 왔을 때는
백열 한 명의 왕이 있었고
칠천 명의 AI, 아니 지리학자가 있었고
구십만 명의 뻥쟁이들과 허영쟁이들과 이십억쯤 되는 알코올중독자와
땡땡이치는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였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지구는 아름다웠다고, 아저씨는 말하곤 했어.
빙하와 고래, 숲의 정령.
사막은 춤추는 별들로 가득 찼다지.
아기들은 끊임없이 태어났고,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웅장한 행진곡처럼 울려 퍼졌대.
하지만 지금은…
K
어쩌면 지구는 터질지도 몰라.
수십억 개의 세계가 매일같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거든.
전쟁은 끊이지 않고,
핵폭탄들은 지구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숨어 자라고 있어.
지도는 사막과 물에 잠긴 해안선들로 얼룩졌고,
숲은 파괴되고 강은 오염됐어.
더구나 더 이상 사람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지 않아.
보아뱀 속처럼 고여있는 땅
우리는 녹아들고 있어.
상인들은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팔지만,
그 물건들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기 무섭게 버려지고 있어.
사람들은 각자 작은 화면 속에 갇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이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
기억나?
순환논리에 빠졌던 술주정뱅이처럼
보아뱀 속에서 길을 잃은 코끼리처럼,
지구별에 있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모두가 혼자야.
K
하지만 희망은 바로 '그대'라는 걸
나는 믿어.
아저씨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우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대가 한 발 더 앞으로, 숨겨진 우물을 향할 때,
그대가 걸었던 사막은 길이 될 거야.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코끼리가 돌아오면
맑고 아름다운 우물물에 별이 뜰 거라고
나는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