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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Oct 29. 2024

미국과 한국 사이, 던킨 커피 한 잔

아름다운 플로리다 #3


한국인 아내와 미국인 남편인 우리 부부는, 현재 한국을 거점으로 삼고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이 방식이 편하고 익숙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양국을 오가며 사는 것은 즐길 거리가 두배지만 그만큼 안정성이나 사회보장제도에 필요한 노력도 두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국가에서만 정착하기엔, 한 명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국제커플에겐 숙명과 같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위해 우리는 여러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중이다.



플로리다의 일출
힐튼 호텔에서 보는 플로리다의 일출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는 호텔 발코니에 앉아 플로리다의 일출을 보았다. 수평선 너머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불현듯 내게있던 모든 고민이 사라져 버렸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이.


나는 남편을 보며 말했다.


“우리 플로리다에서 살까?” 내가 물어보자, 남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좋겠어?”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남편이 좋아하는 드넓은 바다, 내가 좋아하는 푸른 하늘, 사계절 내내 따뜻한 기후까지. 많은 미국인들이 플로리다에 로망을 가지고 있다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근데 우리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배가고프면 이성적 판단이 안 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은 내가 진심인지 그냥 배고픔에 하는 소리인지 확인이 하고팠나보다. 그는 아침을 제안했고 나는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베이컨과 달걀로 채워진 전형적인 미국식 아침은 먹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조금 가볍게 커피 한 잔을 아침으로 마시고 싶었다.  나는 던킨도넛이 호텔 근처에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던킨의 주차장


우리는 차를 끌고 여유롭게 던킨도넛으로 향했다. 아직 아침 출근시간이라 드라이브 스루에는 차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야외 주차장에 차를 댔다. 한국에서는 도넛 가게로 유명한 던킨이 미국에선 커피로 더 유명한 듯했다. 내 남편만 해도 프랜차이즈 커피 중에 던킨을 가장 좋아하니 말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이지만, 두 나라의 커피 문화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아메리카노가 대세라면, 미국에서는 대용량 드립 커피가 훨씬 일반적이다. 바리스타가 한 잔씩 내려주는 고급 드립커피 말고, 기계로 뽑아내어 바로 제공되는 커피말이다.





나는 아메리카노 중독자. 때문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아메리카노를 그리워해  매일 스타벅스를 찾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과거가 무색하게 미국만 오면 크림을 듬뿍 넣은 드립커피를 즐기게 되었다. 미국 드립커피는 부드럽고 풍미있는 크리머를 섞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미국 던킨도넛 머핀은 2.59달러, 도넛은 1.59와 1.79달러, 커피는 두 잔에 5.58달러


이날은 크리머를 가득 채운 커피 두 잔과 도넛, 그리고 촉촉한 머핀을 골라 아침의 여유를 즐겼다.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도넛이라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조합이지만, 이 여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모든 것이 더 완벽해 진다.




매장에서 수다를 한참 떨고 여전히 남은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 올라 시동을 킨 남편이 물었다.


“아직도 플로리다에 살고 싶어?”


나는 플로리다의 하늘을 보았다.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는 파란 하늘이 마치 천국처럼 보였다. 우리가 이곳에 살면 매일이 행복한 영화가 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은 기분일 뿐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의 바다는 호텔 프라이빗 비치에서 보는 바다보다 훨씬 거칠다는 걸 나는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진지하게 플로리다를 우리의 다음 거주지로 고려해보자.”


아침을 기분 좋게 먹고도 나는 여전히 플로리다에 긍정적이었다. 남편은 나의 대답을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호텔에서 본 낮시간의 바다. 호텔 이용객만 오는 곳이라 더 한적하다



글/ 사진  다이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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