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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Oct 11. 2020

영국 워홀 2주 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오지 않을  같던, 아니 정확히는 실감이 나지 않아 멀게만 느껴졌던 영국으로의 무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핑계 있는(?) 백수로서 생산성이 거의 0 수렴하는 날들을 보내곤 했는데, 어느새 D-13 되고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면  디데이라는 것을 확인하니 슬슬 마음 한편이 조여왔다. 짐을 싸기는커녕 캐리어를 꺼내지도 않았고, 다가오는 계절의 의류 박스도 풀지 않은 매우 게으른 상태. 게다가 전쟁 통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의 영국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구직에 대한 염려도 생기다 보니 점차 조급 해지는 마음.


이렇게 게으르다가는 죽도 밥도  되는 상황이 오거나,  상황을 견딜 멘탈조차 없을  같으니 지금 나의 상태와 상황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해보고자 한다.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면 우선순위도 금방 세워질  같다.

(미국에서는 제대로 못 했으나 영국에서는 꼭 다양하게 그리고 자주 기록해야겠다. 마치 퀘스트처럼 매주 일상 속 사진을 매번 올리기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사진과 이야기를 담는 쪽으로. 그런 면에서 블로그보다 브런치를 애용할 것 같긴 하지만.)

- CV & 커버레터 업데이트

미국에서 대강 만들어 놓았던 CV를 수정했다. 한눈에 명료하게 보이도록 레이아웃을 조정하고, 잡 디테일도 다듬었다. 무슨 업무를 했는지 너무 세부적으로 적으면 한 페이지가 넘어가기 때문에 중요도가 낮은 업무들은 되도록 삭제했다. (잔가지들을 삭제하니 앙상한 겨울나무 같은 느낌.. 흑흑)


예전에 외국계 취업을 위해 써뒀던 커버레터를 손봐야겠다. 영국 구인광고를 보면 대부분 CV만 필수이나 옵션으로 커버레터 또한 첨부할 수 있다. CV 대신 회사의 사전 질문의 답변을 담은 커버레터만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었다. 이로써 필수는 아니어도 커버레터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구직 시도

사전 체험(?) 용도로, '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고'라는 마음으로 몇 개 지원했다. 문득 답답함을 느낀 것은 NI 넘버나 뱅크 어카운트보다도 '전화번호'다. 다행히 사전에 집을 구해놔서 집 주소는 당당하게 적을 수 있는데, 전화번호는 +82의 한국 번호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스스로 경험하기 위한 시도임에도 회사 컨디션과 업무가 괜찮으면 괜히 간절해져서 한국 전화번호 옆에 (Temporary)라고 너무 적고 싶었다. 그러나 전화번호 인풋을 스트링으로 두는 회사는 디테일에 문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래도 어떻게 메모란이라도 안 되겠니..) 보통 헤드헌터들은 이메일보다 바로 전화 거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 점에서 꽤 답답하다. 빨리 영국 전화번호로 업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개의 회사에서 메일이 왔다. 하나는 집에서 무려 1시간 40분이 걸리는 동쪽에 있어서 답변하지 않았고, 하나는 집에서 북쪽으로 30분이면 가는 거리이지만 튜브가 아닌 트레인으로 직행이었다. , 레일 카드 만들 거니까 감안하기로 하고도 사실 채용될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관심 있다고 답변해뒀다.

정중하게  채용 의사를 이메일로 보낸 친절한 회사들도 있었다. 보통은 지원자가 많으니 연락 없으면 채용   거니까 다른 포지션에 지원해 보라는 식인데 비록 탬플릿이더라도 개인에게 불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회사는 좋다.

흥미로웠던 점은 영국은 미 채용 시, 당신을 왜 채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주나 보다. 물론 여느 기업이 그렇듯 형식적일 수 있겠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personalized feedback를 줄 순 없지만'라는 말 자체가 참 새로웠다.


- 인터뷰 준비 aka 비즈니스 영어

네, 1도 준비 안 되어 저의 조급함을 유발하는 최대 요인이요. 인생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영어 면접을 본 적이 없는걸요.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그 시작점에 면접은 한국 지사에서 한국인과 한국어로 봤고요. 입사 후 처음 들어간 미팅에서는 귀가 안 뚫려서 도대체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몰랐을 정도로 비즈니스 영어 토들러. 아무래도 영어가 환경이다 보니 입보다 귀가 상대적으로 빨리 뚫리긴 했으나 겨우 1년 있었던 거라 막 어린이 정도인데, 게다가 익숙해져서 편해진 미국 영어가 아니라 애초에 이질감이 있던 영국 영어라니. 시작도 전에 자신감이 하락했다. 차라리 미국인 비율이 높은 회사가 없을까 싶고.


최대한 영국 영어에 노출시키기 위해서 영국 드라마 '마르첼라'를 cc 넣어서 봤는데, 완전 BRITISH라서 짜증이 날 정도로 듣기 어려웠다. 지인 중에서도 잉글랜드 출신 브리티시인 매튜는 알아듣기 어려운데, 잉글리시 부모 아래 자란 스코티시 톰의 말은 잘 들린다. 영국은 미국보다도 억양이 더 다양한 것 같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활용하여 영국 영어에 최대한 노출시키는 중인데  도움이 되는  같긴 하다. 이질감은 사라지고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직접 영국 발음으로 따라 해 보면  어색하고 오그라든다... 미국 영어도  못하는데 영국 영어로 갈아타야 한다니..

그런데, 이보다도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있어야 하겠다. 이거는 사실 한국어로도 어렵다. 문제는  모국어로도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미리 준비하여 먼저 익혀둘  있다는 거다. 인터뷰  당연하게 나올 질문들에  답변할  있도록  자신을 파악하여  요약해야겠다. 또한, 내가 해온 일들을 성과 위주로 간단하게 준비해야겠다.


-  분야에 대한 공부

현재는 가장 만만한 GAIQ를 공부하고 있다. 목표는 출국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인데 왠지 가서도 잔여분을 이어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게 마무리되면 애즈도 확실히 해두고,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SQL도 본격적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영어는 기본으로 계속 공부해야 할 것이며..


한때 미국에서 데이터 분석에 관한 관심 폭발로 관련 원서를 아이북스에서 결제해뒀는데 읽다 만 상태로 어느새 1년이 넘게 흘렀다. 뭐, 괜찮다. 다시 읽기 시작하면 되니까. 아마 영국에서 나는 nerd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언소셜해 보일 수는 있어도 개인 성장을 생각하면 분명 효과적이므로 기대된다.

떠오르는 대로 정리한 생각이 모두 커리어 관련한 것을 보니, 나는 짐을 싸거나 영국 생활의 적응보다 커리어에 초점이 되어 있나 보다.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처음을 타지에서 보내는 만큼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같다. 내가 계획한 것과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거나 때로 실패를 하더라도,  과정에서는 분명히 배우는 것들이 있기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겠다. 타인의 시선에 크게 영향받는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실패를 한다고 해서 주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것들은 상관없으나, 내가  자신과 삶에 대해 스스로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는 흔들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기회를 잡도록 허락하시고 보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므로 굳건히 의지하며 흔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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