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나를 세뇌해요
중앙 위에 커다란 존재가 큰 받침대 위에 서 있습니다. 짐승의 얼굴에 뿔이 달려 있고,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눈은 정면을 바라봅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펼쳐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왼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습니다. 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발은 독수리의 발톱처럼 생겼습니다.
받침대 앞쪽에는 두 남녀가 쇠사슬로 묶여 있습니다. 목에 고리가 걸려 있고, 사슬은 받침대에 연결되어 있네요.
두 사람 모두 머리에 뿔이 달려 있습니다. 남성의 꼬리 끝에는 불꽃이, 여성의 꼬리 끝에는 포도송이가 달려 있어요.
배경은 완전한 어둠입니다.
중앙 위에 커다란 존재가 큰 받침대 위에 서 있습니다. 짐승의 얼굴에 뿔이 달려 있고,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눈은 정면을 바라봅니다.
이 존재는 '바포메트'라고 불립니다. 염소의 뿔, 박쥐의 날개, 독수리의 발톱이 합쳐진 모습입니다. 높은 위치에 앉아 있고 손도 펴고 있는데, 5번의 교황이 생각나는 구도입니다. 교황의 행동은 신성한 것이었는데, 바포메트도 그럴까요? 실제로는 교황을 흉내 내고 비틀어버리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닮아 있기 때문에 기시감이 들어요.
오른손은 손바닥을 펼쳐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왼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습니다. 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발은 독수리의 발톱처럼 생겼습니다.
불이 아래를 향합니다. 세상을 밝히는 방향이 아니라, 태우는 방향이에요. 불은 너무나도 필요한 존재지만, 어떤 쓰임새를 가지느냐에 따라 따뜻한 불이 될 수도, 서늘한 불이 될 수도 있어요.
받침대 앞쪽에는 두 남녀가 쇠사슬로 묶여 있습니다. 목에 고리가 걸려 있고, 사슬은 받침대에 연결되어 있네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사슬이 꽤 느슨합니다. 고리도 머리만 빠져나오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크기예요. 묶여 있지만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두 인물은 그저 서 있습니다. 빠져나올 힘이 없다기 보단 의지가 없어 보여요.
두 사람 모두 머리에 뿔이 달려 있습니다. 남성의 꼬리 끝에는 불꽃이, 여성의 꼬리 끝에는 포도송이가 달려 있어요.
여기 인물들은 6번 연인과 비슷하네요. 하지만 뿔이 생겼습니다. 뿔이 생겨서 여기에 온 건지, 여기에 있다 보니 뿔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어요. 꼬리의 불꽃은 욕망, 포도는 중독을 상징합니다. 상징들을 쭉 보니 우연하게 조합된 느낌은 아니에요.
배경은 완전한 어둠입니다.
이 카드에는 하늘도, 땅도, 어떤 배경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인지 추측조차 할 수 없어요.
잠깐 글 읽기를 멈추고, 아래에 주어진 단어로 내담자와의 대화를 열어볼 문장을 하나씩 만들어 보세요. 그 후에 자신의 문장은 어느 부분에 가까운지 고민해 보세요.
욕망, 두려움
중독, 습관
집착, 이유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대화 스타일을 점검하는 단계니까요.
한 문장이라도 만들어 봤다면 계속 읽으셔도 됩니다.
욕망, 두려움
점술: "원하는 것에 강하게 끌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 욕구를 쉽게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담: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성과 감정 모두가 해도 된다고 얘기하나요?"
중독, 습관
점술: "한 가지에 깊이 빠져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 영향이 일상에도 꽤 크게 작용하고 있어 보여요."
상담: "오래된 습관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처음엔 '좋은' 것을 선택한 것이었을 텐데, 지금은 왜 '나쁜' 습관으로 변했는지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집착, 이유
점술: "놓으려고 해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관계나 상황에 많이 묶여 있는 것 같고요."
상담: "벗어나는 일은 항상 어렵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이나 글로 설명해 보면 좋을 듯해요."
점술과 상담, 두 방향의 문장 차이가 느껴지나요? 같은 소재를 쓰지만, 점술은 내담자의 외부 상황이나 행동을 짚는 방향이고, 상담은 내담자의 내면 감각을 언어로 꺼내도록 돕는 방향입니다.
잠깐 만들어봤던 문장은 어느 쪽에 더 가까웠나요?
물론 둘 중 정답은 없습니다. 내담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둘 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한 연습은 반복될수록 자연스러워집니다.
1과 5를 더하면 6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6번 연인 카드와 같은 숫자인데, 우연은 아닐 것 같고요. 연인 카드는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수한 끌림이, 15번 데빌 카드에서는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같은 6이지만 이렇게 다른 건…. 사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한 끗 차이로 애정과 집착으로 구분되죠. 그 선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늘 중요해요.
보통 15. THE DEVIL 카드는 '집착', '중독', '속박', '욕망', '유혹'으로 해석합니다. 스스로 선택했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 혹은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합리화하며 머무르는 상태일 수도 있어요. 이게 살짝만 비껴가면 '강렬한 끌림', '넘치는 매력', '폭발적인 인기'가 됩니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현재 상황과 이유,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은 보이지 않는 시험 문제와 같아요. 답을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이에요.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자꾸 마음이 가는 것. 누구나 느껴본 감정일 것입니다. 카드는 이상하고 낯설지만, 설명은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내용이죠.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냥 '인간이라서'입니다.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몸에 밴 것들은 생각 이상으로 오래 남습니다. 그러니까 떠나보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요, 그러면 이유도 명확해야겠죠. 이건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거니까 도망가면 안 됩니다. 누구나 겪고 누구나 극복하는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죠.
짐이 너무 무거우면 조금씩 옮겨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