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소영 Oct 19. 2018

엄마충전.

늬들은 충전 나는 방전.

요 며칠  일이 있어 애들은 아빠한테 맡기고 밤에 외출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워낙 무탈하고 순하게 자라는 딸이 살짝 불안해하는 낌새가 있더니 어제는

설겆이하는 내 바짓가랑일 붙잡고 오열하기에 이르렀다. 5살이 된 큰 아이도 요맘 때 그랬고

너도 이제 알아야지 싶어서 설겆이는 계속 하며

"엄마는 설겆이 해야 돼.끝나고 안아줄 게."일러주고 마저 하려는데 안하던 고함을 지르며 운다.

급속도로 늙고 있음을 느끼며 참다 기어이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둘째 녀석 오늘도 여지없이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너무 피곤해서 아빠에게 두 아이 목욕을 부탁하고

먼저 씻었는데 현장에 있던 아빠가 증언하길

"꼭 내가 무슨 범죄자가 된 것처럼 화장실 세면대와 벽 사이에 서서 질색팔색을 하더라고."란다.

심지어 쳐다도 못보게 했단다.

그 울부짖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결국 중간에 내가 들어가고 말았다.


안아주니 울음이 멎었다.

역사의 끝이 있다면 그 때까지 울 것만 같았던 그 울음이.


돌이켜보면 큰 애도 그랬고 심지어 지금도 아주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꼭 엄마여야만 하는 그 무엇.

엄마의 이름이 너무 무겁고

그 무엇의 영역이 너무 버거워서

수 없이 많이 나는 도망치는 상상을 한다.

품만 내어주면 이렇게 쉬운 일이.

때로 그 무엇보다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 모든 걸 바닥까지 탈탈털어 써버리고 아이들을 채웠다.


그런데 어쩌냐...엄마 다음주에도 나갈 일이 있는데.......ㅠㅠ.......


무언가를 누리고 나서 돌아올 부메랑.

맞아본 자가 더 공포에 떤다지.


작가의 이전글 행운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