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하고 싶었다.
5살 큰 애의 얼굴에서 두려움과 경멸을 느꼈다. 그 순간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아마도)마음의 끈이 툭 풀어졌다.
그렇게 뭉그러지며.
육아를 하면서 수 없이 느꼈지만 나,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육체의 연약함은 정신적인 노력으로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없는건가.
아이를. 상대로.
어디든 금방이라도 고꾸라져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하고.
나는 또 똑같은 소릴 할테지. 이야기해봐야 달라질 건 없겠지. 내 몫이니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절주절 입에서 흐르는대로
이야길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좀 많이 지쳤고.많이 외로워."
이 말이 나오자마자 커다란 댐의 수문이 열린 것처럼.
지체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내뱉고나니 낯설었다.
바로 그 말이었는데.
그 말을 하려고 했구나.
역으로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자아.
네 고통은 별 일이 아니며,
충분히 생활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튀어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밀어넣던 자아가 숨을 죽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어.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지.
라고 팔짱끼던 자아가
입을 다물었다.
가능하면 추해지지않게
잘 삭여봐 어른스럽게.
라고 준비했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