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ROMA
로마.
(스포천국입니다.영화를 보실 분은 되돌아가시옵소서.)
주인공 클레오는 아이넷과 할머니를 포함해 7가족이 사는 집의 살림과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는 가정부다.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침착한 그는 밀려드는 일과 부산한 아이들과 사모님의 짜증스런 잔소리에도 일정하게 움직이고 말한다.
이렇게 묵음으로 처리되는 그의 고통은 가장 극단적인 고통인 산고 중에도 다름없었다.
처음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는
임신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아기는 태중에서 죽었다.
아이가 죽은채로 태어나 하얀천으로 감싸인 채
덩그러니 누워있는 모습에서 나는 소리내어 울었다.
그녀가 감당해온 고통과 격변의 시대에 날로 경험한 충격들을 고스란히 태중의 작은 아기가 떠안은 듯 했다.
그럼에도 가녀리고 작은 몸의 고요함이
무서웠다.
아이를 낳고 말이 없어진 그는
"아기가 태어나길 원치 않았다."고
자기가 돌보던 아이들을
바다에서 구해낸 뒤
울며 토해내 듯 고백한 후에야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다.
돌봄과 기름.
가족과 타인.
가족이라는 이름의 경계와 실재.
서로가 서로에게 돌봄을 주고받는 다양한 형태를 만났다.
영화의 초반부는 클레오의 집안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돌본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노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먹고 자고 살아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치르고 정리하고 또 다시 준비하는
지겹고도 고된 노동.
보이지않고 계산되지않으며 댓가없는 노동.
주인집사모님은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주인공클레오는 도망친 남자의 아이를 뱃속에서 유산한 채 낳는다.
주인집 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그런와중에도 그들은 서로를 돌본다.
누군가는 치닥거리를 하고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존재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돌볼 수 없지만 존재자체로 상호적인 주고받음이 가능하다.
돌본다는 것.
그럼에도
살아가며 살아지는 이유다.
우리들에게는 그럼에도 기꺼운 존재들이 있다.
헌신적이셨던 친정엄마의 거친 손이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