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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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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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상황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거나 **다워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왜 그런가 하고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부모나 스승으로부터 사람노릇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노릇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돈, 마음, 관심표현, 행위 등을 들 수 있겠다.


나는 배금주의자는 아니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이 말을 세속적이라고 비난하겠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는데 필수불가결한 금전을 상대에게 조건 없이 건네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주는 사람 입장에선 돈이 소중하지만 상대를 그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무언의 의사표시 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장손 집안이었기 때문에 조상님을 모시는 행사가 많았다. 여러 친척 어른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방문을 하시곤 했는데 어린 나에게 대하는 방식은 전부 달랐다. 무관심 한 분들도 있었고 의례적이지만 관심표명 을 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른들 중 소수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부 잘하지?" 하면서 소액의 용돈을 내 호주머니에 넣어주시는 분이 계셨다.


부모나 장성한 형들로부터조차 용돈 명목으로 받아 본 적이 없는 돈을 집안 어른이 건네준다는 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어른은 어떠한 목적을 갖고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내 입장에선 잊지 못할 추억으로 깊게 자리매김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저 그런 정도로 지나간 분들은 기억이 흐릿하고 나에게 관심을 표명해 준 분들에게는 나 역시 최대의 예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돈이 다른 모든 노릇을 무위로 돌린다는 뜻은 아니다. 명절날, 살림이 넉넉지 못해 궂은일 담당으로 대신한 며느리는 구박하면서 갖은 요령을 부리며 힘든 일은 슬슬 피하다가 돈 봉투만 내민 며느리를 최고라고 추켜세웠다는 시어머니는 시쳇말로 "돼먹지 않은" 사례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어른 노릇을 하지 못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한다.


노릇이란 게 사람을 구속한다. 질서를 유지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부작용이 따른다. 본심과는 다르게 남의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체면이란 미명아래 분에 넘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노릇이란 정의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과거 세대처럼 부모는 자식에게 일방적인 지원을 해야만 하는 게 부모 노릇일 순 없다. 반대로 자식도 최소한의 도리를 하면 된다.


돈은 속물이면서 사용하기 나름에 따라 기대 밖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그만 기부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찾는 일이 될 수 있고 교육의 기회를 얻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개처럼 벌 필요도 없고 정승처럼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꼭 쥐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독자 여러분도 주위에 어린이나 학생이 있거든 진심 어린 격려와 함께 작은 돈이라도 건네 보시라! 그 친구는 귀하의 자녀 다음으로 당신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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