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ldovers·2023》노스포 후기
고지식한 교사, 폴 허냄(폴 지아마티), 공부만 잘하는 문제아 앵거스 털리(도미닉 세사)그리고 주방장 메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는 근처에 여동생이 살고 있음에도 가질 않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저 담배만 피워댄다.
영화는 명절에 갈 곳 없는 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과 고독을 보듬어주는 내용이다. 극 중 폴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엄격한 학풍에 반발한 괴짜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암스)은 학생들에게 현재를 즐기라며 카르페 디엠의 정신을 가르쳤다. 권위주의적인 폴 허냄은 키팅과는 상반된 성격을 지녔지만,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똑같다. 영화 첫 장면에서 폴은 고전학(classics) 수업시간에 ‘Non nobis solum nati sumus(우리 중 누구도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라는 키케로의 어록을 인용하며 관객을 위로한다.
《바튼 아카데미》은 형식적으로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밀도 높은 극본과 드라마로만 승부한다. 기술력에 의존한 작금의 영화 제작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1970-71년 겨울을 배경으로 정치사회적 성격(베트남 전쟁), 몇 가지 복고풍 형식(공격적인 줌 렌즈, 예스러운 타이틀, 1.66:1의 화면비, 필름 스크래치, 디졸브 효과), 70년대 올드팝(챔버스 브라더스, 쇼킹 블루, 올맨 브라더스 밴드, 앤디 윌리암스, 캣 스티븐스)이 향수를 자극한다.
참신하고 도전적이었던 '뉴 할리우드(1967-1975) 시네마'에 대한 경의를 보낸다. 특히 할 애쉬비에 대한 존경심이 두드러진다. 현존 감독 중에는 웨스 앤더슨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알렉산더 페인도 그러하다. 애쉬비의 영화(해롤드와 모드, 마지막 지령 등)엔 언제나 약자, 패배자, 소수자를 향한 애정이 넘쳐났다. 그런 경향이 영화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그렇게 소외된 3인방은 서로를 다독거린다. 즉 《바튼 아카데미》은 고통을 받아 본 자만이 타인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또한 영화는 누군가에 의해 변화하는 우리 자신을 목도하도록 설계되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데이비드 헤밍슨 각본가는 평소의 철학(가치관)에 얽매인 틀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매우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렸다. 폴, 앵거스, 메리에 초점을 맞출수록 이러한 주제가 선명해지고, 공감할 수 있는 큰 울림을 전한다. 고지식한 교사가 제자와 함께 고민을 나눈다. 끝내 학생의 눈높이에 신념을 굽힌다. 얼핏 뻔해 보이지만, 대사 곳곳에 계급, 인종, 고독, 슬픔과 분노, 기회와 자격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실려 있어 진정성을 더한다.
★★★★ (4.2/5.0)
Good : 돈, 돈, 돈 하는 세상이라 더 큰 울림
Caution : 평범한 이야기 속에 담긴 훈훈함을 놓치지 않기를
■극 중 털리는 공부를 잘하지만, 교우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미국의 모범생은 성적만 보지 않는다. 즉 사회성이 없는 엘리트는 미국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부 기계만 양산하는 우리 교육을 생각하면 이런 점은 본받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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