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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11. 2024

혹성탈출: 새로운시대*시리즈의 연장선에서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2024

7년 만에 ‘혹성탈출’ 시리즈가 돌아왔다. 시저 사후 30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새로운 주인공을 소개한다.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으로 구성된 리부트 3부작이 총 16억 8100만 달러(약 2조 2834억 원) 수익을 기록하며 인기 프랜차이즈로 성공리에 복귀했다. 배우 앤디 서키스가 열연한 시저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인간과 유인원의 대립,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하는 인간들의 흥망성쇠를 그리며 큰 호평을 얻었다.


이야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성서와 스파르타쿠스를 인용했다. 영화는 ‘노아’(오언 티그)가 깨달음을 얻는 구도의 여정을 따른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고, 시저는 인간과 유인원이 어울려 사는 것을 지향했다는 사실은 노아를 변화시킨다. 이제껏 잘못된 역사를 전해 들었던 노아는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고, 각성한 노아는 인간에 대한 동정심을 키운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되찾기 위해 금기시된 터널 너머로 넘어간다. 이곳에서 조력자 둘을 만난다. 지능을 가진 인간 ‘메이'(프레이아 앨런)와 정신적 스승인 오랑우탄 ‘라카’(피터 메이컨)가 동행한다. 메이란 캐릭터는 무척이나 흥미로운데, 스포일러일 것 같아서 생략하겠다. 


 《새로운 시대》는 수렵채집의 독수리 부족과 고대 노예제의 가면 부족이 대립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주인공 노아의 독수리부족은 아직 농경과 정착생활에 진입하지 못한 신석기 시대의 평등한 부족사회를 이루고 있다. 노아는 시저의 두 강령인 '유인원은 다른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와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를 신봉하는 한편, 노예사냥과 정복 전쟁으로 유인원 제국을 꿈꾸는 ‘프록시무스(케빈 듀랜드)’은 전자는 무시하고, 후자만 강조하여 백성들을 통제한다. 역사적으로 지배층이 이데올로기를 통해 통치를 원활하게 했듯이 말이다. 


노아와 프록시무스는 모두 '배움'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기를 원하는 유인원들이다. 특히 로마제국을 신봉하는 프록시무스는 인류가 파멸하기 전 모든 기술과 정보를 보관했던 ‘지식 창고’를 열고 싶어 한다. 인간의 지식과 정보, 기술을 독점하여 유인원 왕국을 건설하려는 야욕이 인간을 배척하는 차별주의자이지만 누구보다 인간을 닮고 싶어 하는 모순을 낳는다. 각본가 조쉬 프리드먼은 대조적인 영웅과 악당을 구상했고, 조력자끼리도 인간과 유인원으로 구별짓었다. 


웨스 볼 감독은 새로운 시리즈가 5편《최후의 생존자》처럼 이상주의가 독단적 교리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에서 분리, 편견, 차별을 탐구할 것임을 예언한다. 노아가 선조의 왜곡된 가르침에 의문을 품는 대목은 모세가 이집트 궁정에서 유대인의 역사를 알게 된 대목 혹은 예수가 선지자의 말씀을 제멋대로 해석한 바리사이를 비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성경이라는 책은 유대인이 바빌로니아, 이집트, 로마 제국으로부터 겪은 고초를 기록한 민족의 역사서이자 저항문학이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자! 각본가 조쉬 프리드먼은 리부트 3부작의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출범시켰다. 감독과 프리드먼은 익숙한 영웅서사, 포스트 아포칼립스, 기존 프랜차이즈의 공식대로 진행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캐릭터들(특히 메이)의 선택은 꽤나 대담하고 우리의 예상을 슬쩍 빗겨간다. 이 점을 제외하면 '안정된 IP관리'에 중점을 둔 디즈니 속편의 형태를 띤다


《새로운 시대》은 어차피 드라마로 승부하는 작품이기 스펙터클은 부족하다. 결말에 예고된 대전쟁의 불씨는, 속편을 위한 빌드업 때문에, 여러 면에서 손해를 본 측면도 있다. 울퉁불퉁한 페이싱(이야기 흐름)에서  제작진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세계관을 소개하고 복선 심기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미적지근한 전반부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주요 사건을 황급하게 처리한 후반부에서 그런 고민이 엿보인다. 향후 속편을 염두해둔 4~5개의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어서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나침반이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프리드먼이 아이디어 수집에만 신경 썼을 뿐, 그 갈등의 서사적 확장성을 간과해서 확고한 관점을 제시하지 했던지 아니면 속편을 위해 지나치게 아껴둔 것인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영화는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첫째, 노아의 동기가 시저보다 설득되지 않았다. 시저는 동물실험대상 혹은 동물원 신세로 멸시받고 무시당하는 유인원의 입장을 관객에게 이해시켰다. 반면에 노아의 모험은 굳이 유인원이 아니더라도 인간 주인공이여도 무방하다. 


둘째, 이 시리즈의 출발은 세상에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의 광경은 여타 블록버스터랑 별반 다르지 않다.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일 뿐,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던 원작의 정신이 사라졌다.


★★★ (3.0/5.0) 


Good : 압도적인 비주얼

Caution : 참신함이 부족함


《아바타》제작진이 참여한 비주얼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배경 대부분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됐는데 관객의 눈으로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스튜디오 웨타FX(Weta FX)는 이번 영화에선 한층 발전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통해 유인원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모션 캡처 슈트에 더해 페이스 카메라 등이 활용됐다고 한다. 유인원들이 물에 젖거나 침을 흘려 털의 질감이 조금씩 바뀌는 섬세한 표현을 위해 아바타 : 물의 길에서 쓰였던 기술이 활용됐다. 특히 전체 러닝타임 중 35분 정도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하나까지 모두 가짜인 ‘CG 100%’ 장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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