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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日本映畫) 100편 (中)

TOP 100 Japanese Movies

by TERU

일본의 영화 산업은 20세기에 빠르게 도약하여 자리를 잡았다. 지다이케이(시대극), 카이주(괴수물) 특촬물, 아니메(anime), 사무라이 영화 그리고 아름답게 촬영된 정적인 드라마 영화로 유명했다. 따라서 이 목록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사 영화를 모두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표지의 인물은 일본 3대 거장을 모아놓은 사진이다.


■선정기준

①수상 여부는 순위에 아무런 영향이 다.

②작품성이 뛰어나거나 대중성이 훌륭하거나 영향력이 지대한 작품 위주로 골랐다.

③혐한 영화인이나 작품은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혐한은 일본 민족을 정립하는 전제조건이었다. 근대의 일본인들은 서구와 대등한 문명 민족으로 비정하기 위해 이웃한 아시아 국가들을 자신들이 계도해야할 열등 민족으로 폄하했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일본인은 자신의 영지를 벗어나기 힘들었기에 일왕의 존재조차 몰랐고, 일본인이라는 자각도 없었다. 일본인의 정체성에 관한 도서가 일본 서점에 많은 까닭도, 혐한 서적 코너가 따로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60 : 반딧불이의 묘 (火垂るの墓·1988) 타카하타 이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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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역사상 이 작품만큼 사람 마음을 확실하게 쥐어짜는 영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카하타 이사오의 걸작은 전후의 참상은 결국 일본 국민들이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책임의 대가를 스스로 치른 것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은 당시 지도자들의 책임이며 일본인 자신들은 그에 쓸려갈 뿐이었다는 논리를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 책임에서 ‘나는 몰랐다’고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정책은 모든 일본인들의 의사결정이 모인 총합이기 때문이다.



#59 :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1995) 오시이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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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와 〈아바타〉에 영감을 준 시대를 앞서간 명작, 사이버 범죄를 다룬 네오 누아르는 인류가 휴대폰과 친숙해지기도 전에 제작되었다. 필멸의 영혼을 기계체에 저장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작품의 문화적 미적 진화뿐만 아니라, 21세기 SF 장르의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 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뜻하는 ’전뇌화(電腦化)‘ 개념은 이미 ‘뇌-기계 인터페이스(BMI·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로 실현되었다.



#58 : 천년여우 (千年女優 ·2001) 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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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아동친화적인 장르로 간주된다. 곤 사토시는 그런 통념에 반기를 든다. 〈천년여우〉은 70대 여배우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일본 영화사를 정리하고 클래식에 존경을 표한다. 곤 사토시는 상상력이 풍부한 내러티브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캐릭터의 감정을 역동적인 시각적 아이디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주인공의 연애사)과 환상(그녀의 필모그래피)을 교묘하게 포개놓는다. 그렇게 자국 영화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한다.



#57 :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 (クレヨン しんちゃん 嵐を呼ぶ モーレツ! オトナ帝国の逆襲·2001) 하라 케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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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제국의 역습〉의 대단한 점은 가족, 세대 차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 원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위화감 없이 완성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에 비결될 만하다. 고도 성장기의 일본을 모티브로 한 테마파크를 통해 그 향수에 어른들은 세뇌하는 세계 정복을 꾸미는 비밀 조직에 맞서 싸운다. 회상 장면이 묘사하는 20세기를 향한 치명적인 노스탤지어는 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든다.


지금 모두가 힘들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일, 가족, 의무, 미래 등 불필요한 것들을 등에 짊어진 나날은 힘든다. 그런 어른들을 대신해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고군분투한다. '"향수에 젖어 아이들로 돌아간 어른들을 구하는 현재의 아이들"'이라는 참신한 컨셉을 통해 어른(쇼와 세대)와 아이(헤이세이 세대)를 한 데 통합한다.



#56 : 러브 익스포저 (愛のむきだし·2008) 소노 시온

베를린 영화제 칼리가리·FIPRESCI(국제비평가연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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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시온을 사랑하든 혐오하든 〈러브 익스포저〉는 인정해야 될 것 같다.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종류의 감정적 공간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영화는 성적 욕망으로 들끓으면서도 파격적이고도 순수한 젊은 남녀의 멜로드라마가 예측 불허로 전개된다. 거의 4시간 동안 매우 이상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지루하지 않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로서도 합격이다.



#55 : 스파이의 아내 (スパイの妻·2020) 구로사와 기요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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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구로사와의 카메라는 목격자와 목격되는 것들의 간격에 주목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한 개인이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목도하게 한다. ‘을은 갑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며 어떠한 조건을 달지 못한다’는 사무라이의 갑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일본이라는 국가는 봉건의 잔재에 갇혀있다. 2020년에 자민당 부간사장 니시다 쇼지의 “애초에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そもそも国民に主権があることがおかしい)”라고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헌법 1조부터 7조까지 군주주권론을 위해 일왕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봉건제에서 국민들의 위치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무지한 군중에 불과하다.



#54 : 기아해협 (飢餓海峡·1965) 우치다 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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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카미 츠토무의 소설을 각색한 이 기념비적인 범죄 스릴러는 전후 혼란기 살인, 절도, 방화를 저지른 범죄자와 그를 쫓는 노형사의 1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낸 대작이다. 미쿠니 렌타로와 히다리 사치코의 명연도 놓칠 수 없다. 2010년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역대 일본영화 3위에 오를 만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뭘까? 포로 생활을 한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과 장르영화를 만들면서도 끝끝내 놓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탄생할 수 없는 걸작으로 전후 일본의 중심부에 도덕적, 정신적 공백을 필름에 담았다.



#53 : 담뽀뽀 (タンポポ·1985) 이타미 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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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코미디는 잘 번역되지 않는다. 그러나 먹방과 레시피에 집중한 〈담뽀뽀〉는 언어 장벽을 초월한다. 트럭 운전사 고로(야마자키 츠토무)가 어쩌다가 인연을 맺게 된 라멘가게 주인 담뽀뽀(미야모토 노부코)의 라멘 수행을 돕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라멘 웨스턴(Ramen Western)’라고 정의한 아타미 감독은 루이스 부뉴엘의 후기 작품을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서사적 유희를 보여준다. 식욕과 성욕의 관계, 장인정신과 오모테나시(お持もて成なし, 일본식 친절), 계급의식 등 일본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하면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제목은 민들레라는 의미로, 라멘 셰프의 이름을 가리키지만, 영화의 인기로 인해 많은 레스토랑에서 그 이름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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