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dam: Requiem for Vengeance·2024》
에라스무스 브로스다우 감독,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마누엘 아우구스토 디싱어 모우라 등 서양 스태프가 참여한 건담 시리즈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인물의 3D 그래픽은 부자연스러워 온라인게임보다 못할 때가 많다. 언리얼 엔진의 물리 설정이 잘못 구현한 것인지, 아니면 한 배우를 너무 많이 모델링해서 그런 건지 확실치 않다. 그 점을 제외하고 보면 건담 EX를 지온 공국이 “연방의 하얀 악마”라고 불렀는지 명확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건담이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무자비한 살인마로 묘사되는 것이 신선하다. 건담 시리즈에서 조종사와 상호작용을 통해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버렸기 때문이다. 건담이 연방 밖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흥미롭다.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은 건담 시리즈답게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끊임없는 전쟁과 상실의 순환이 어떻게 폭력에 의해 유지되는지, 합리화도 없고, 의식적 사고도 없이, 관성적으로 상실로 고통받는 사람들끼리 상대편에 동일한 상실감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지를 그려낸다. 복수의 충동이 그들을 집어삼키며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을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그 사실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복수를 포기하고 공감을 잃지 않고 상대와 소통하는 길뿐이다.
주인공 이리아 솔라리를 통해 그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녀는 전장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어머니이며,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하나뿐인 아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지만, 전쟁은 이전의 삶을 앗아가고 남편마저 빼앗아 갔던 것처럼, 그녀에게서 아들마저 잃을까 봐서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녀의 선택에 동조할 수 없었다. 소년병까지 동원하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싸움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모순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작품의 주제를 배반했고, 그녀의 입장을 무의미하게 뒤집었기 때문이다. 각본을 맡은 개빈 히그나이트는 본 작품이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와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대목이다. 인터뷰대로 〈제08MS소대〉에서 파생했다. 〈제08MS소대〉의 유리 케라네가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는 2차대전을 겪어보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염원했다. 리얼로봇물인 ‘건담 시리즈’를 만들면서 적과 적이 대결하는 것이지 선과 악으로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미노는 "뉴타입은 다른 사람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뉴타입처럼 서로의 생각을 온전히 소통하게 된다면 인류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여겼다. 《복수의 레퀴엠》도 주인공이 건담 파일럿과 교감함으로써 적대행위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가는 거기까지는 염두에 뒀지만, 건담 시리즈에서 지온공국이 저지르는 수많은 악행들 (브리티시 작전, 데라즈 분쟁, 별 부스러기 작전, 라플라스 사변 등)을 간과했다. 그렇기에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인지부조화처럼 다가온다.
★★★ (3.0/5.0)
Good : 무섭다 ‘연방의 하얀 악마’다웠다!
Caution : 엇!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서양덕후도 결국 아니메의 악습(깨똥철학)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스페이스 콜로니를 지구연방의 폭압에서 해방시킨다면서 지온 공국에 동조하지 않는 콜로니를 지구에 떨어뜨려서 인류의 절반인 30억 명을 학살한 죄악을 왜 지나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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