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12.3》은 스스로 판단하게 내버려둔다. 다큐멘터리는 나레이션이나 설명으로 제작자의 의도대로 관객을 설득한다. 이 영화는 당시 벌어진 실제 영상 화면이나 자료 제공자들의 현장 녹화 장면, 일부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으로 12.3 내란을 `체험‘시킨다.
내란 수괴와 그 가담자들을 비췄다가 국회 앞에 모여든 군인을 막는 응원봉 틈바구니로 안내한다. 그 시각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역사적 현장을 비추고 보여준다. 마치 무성영화같이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가만 내버려둔다.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쉼없이 달리기에 일단 탑승만 하면 된다.
총칼로 억압하는 일제 통치와 군부 독재의 망령을 21세기에 부활하려는 매국노 일당을 막은 것은 자발적으로 국회로 모여든 `국민’들이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아무개들끼리 나라가 거꾸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이 참여와 연대를 지하철과 스마트폰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사건을 정리해야 할 때 이강훈 작가의 일러스트를 사용하고, 여러 자료 화면을 정리하는 것은 음악이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그 영상에 맞춘 스코어를 작곡했다. 음악을 따라 그날의 소동극을 편안하게 감상하게 도와준다.
요즘은 공통 문화가 없이 파편화된 개인들이 모인 사회라고 한다. 온 국민이 열창하는 히트곡도 없고, 무한도전 같은 국민 예능도 없는 이 시대에, 12·3 비상계엄을 염려한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 막았다. 《란 12.3》도 그 날 이후 대한민국을 염려한 각계각층이 이름을 보탠 결과물이다. 영화 제작이 알려지자 283명의 시민과 65개 의원실에서 2024년 12월3일을 포착한 사진, 영상, 자료를 보내왔다. 약 1만5천명이 영화 완성을 위한 후원에 참여해 크라우드펀딩 목표 금액 110%를 채웠다.
한때 `내란성 불면‘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제 손으로 뽑은 첫번째 대통령이 하필 이명박이라 치욕스럽다. 이번 내란 종사자 상당수가 MB계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정치를 논하는 게 쿨하지 못했다고 쿨병에 걸렸던 과거를 반성한다.또 비판적 지지가 멋진 줄 착각했던 그 철부지 시절을 후회한다. 정치가 실생활에 얼마나 밀접한지 12.3 내란을 통해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란 12.3》를 통해 내란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이들에게 심리적 위로와 힐링을 제공한다.
★★★★☆ (4.5/5.0)
Good : 시민이 막은 내란
Caution : 설교 없이 체험
●영화의 주제인 “휴머니티란 무엇인가.”에 대해 “결국 이 영화는 묻는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됐지? 우리에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있지 않나? 그 순수함, 그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선율을 찾기까지 두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그 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관객에게 이 곡이 위로가 되기를 희망했다.”라고 조성우 음악감독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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