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선택, 서류 심사>두 번째 이야기는 '서류 심사'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순식간에 30여 개의 '자소서'를 심사하게 되었는데,
지원자가 많아져서 면접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0명 정도를 부르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 되었다.
즉, 경쟁률은 약 3:1 가량.
모집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1차 심사'는 매우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첫인상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지원자,
일을 잘할 것 같은 지원자.
뭔가 끌리는 지원자.
내가 기준을 무엇으로 하더라도도 10명은 족히 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심사를 공정하고 심층적으로 잘 진행해야
'억울한' 사람이 없어지기에, 심리적 부담도 컸다.
(물론 우리가 대기업 공채는 아니여서 지원자의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사람 몇 명은 쉽게 정할 수 있었지만
10명 중 마지막 3~4명을 좁히는게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고민을 했던 것 중 가장 큰 것이 '이력 및 경력 vs 느낌과 매력'이었고
이것이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좀 더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요즘 구직자들은 모두 '스펙'에 목숨을 건다.
'나'라는 사람을 통째로 인사담당자에게 보여줄 수 없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화려한 겉모습'에 올인하는 것이다.
우선 나는 학력도 기재하지 않게 했기에
내가 볼 수 있는 '이력과 경력'이란
대외활동 이력과 첨부한 학교 과제물 1개 뿐이었다.
각종 기업 서포터즈와 광고 동아리들.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 노력들이 얼마나, 어떻게 그 사람이 지내왔는지의 대략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스펙보다는 느낌과 매력. 그리고 동기를 중요시 하기에
자세히 글을 곱씹어 보았고,
사람마다의 느낌과 매력을 느껴보았다.
사실 글이라는게,
많은 이들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성격과 생각을 그대로 닮는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어서 일부러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형용할 수 없는 잠재력이 보여지는 사람.
대외활동을 했어도 정말 그 안에서 많은 것을 깨우치며 발전했을 것 같은 사람.
아무리 많은 대외활동을 했어도 그냥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끝났을 것 같은 사람.
내 무형의 기준이 그러한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무리 스펙이 다양하고 많아도,
그에 버금가는 경쟁자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정말 내 머릿속에 남는 사람들은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능력이 더 뛰어날 것 같은 사람을 밀어내고
알 수 없는 매력과 잠재력이 느껴지는 사람을 마지막에 포함하게 되었다.
그렇게,
심지어 편지 말투로 5~6줄만 쓴 지원자도 1차 합격자로 포함되기도 하며
최종 10명이 합격하고
20여명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탈락자를 Fan으로 남기려는 노력>
나는 재수를 했다.
고3 첫 해는 물론이고 재수까지 더하여
내가 지원한 대학교의 원서 수는 20장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딱 한 곳에만 합격하여 진학하게 되었다.
즉, 나는 20번 정도 '탈락'을 당하면서 항상 당연히 기분이 나빴는데,
나를 더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형편없는 탈락자 예우'였다.
'우리 학교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편없는 화면에 형편없는 글씨체로 형편없는 말투로 공지하고 문을 닫아버린다.
나는 그때부터 '저정도 밖에 할 수 없는게 최선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외활동이나 공모전도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법으로 정해진것 마냥 모두가 저렇게 말하고 끝낸다.
그렇게 탈락한 모두는
'에잇! 내가 다신 저 회사 제품 쓰나봐라!' , '내가 저 학교 쳐다도 안본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만) 그곳을 저주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나는 그런 것을 볼때마다
'내가 앞으로 그런 일을 담당하게 하면 절대 그런식으로 대우하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이번에 실제 그 상황이 와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탈락자 '또한' 우리의 Fan으로 남겨라.
이게 내 철칙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커피 기프티콘이라도 하나씩 보내주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는 못했고,
대신에 한 명, 한 명에게 약간의 피드백과 응원의 메세지를 담은 메일을 보내자고 결심했다.
20명에게 'control+c , control+v'가 아닌, 각자마다 다른 이메일을 보내준다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았다.
그 탈락한 지원자에게 도움이 될 피드백을 주기 위해
그가 제출했던 지원서를 5번 이상 다시 읽으며 생각해야하는 건 물론이고
응원의 메세지 또한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달리 해줘야 했기에 고민이 너무 많았다.
할 일이 산더미였기에 '20여 명을 향한 편지'를 재빨리 써야하는 압박감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일을 마친 후, 이틀의 새벽 시간을 활용해
고객숙여 사과하며 앞으로의 발전을 기원하는 메일을 모든 탈락 지원자에게 전송할 수 있었고,
나는 너무 과로해서 몸살기운까지 돌 정도였다.
<정성과 진심이 전달되다.>
그렇게 메일을 모두에게 전달한 이후,
전부 답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반 정도의 많은 지원자들이 답장을 주어 소감을 말해주었다.
심지어 발송이 되지 않은 것을 이제서야 발견해서 얼마 전에 다시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준 지원자도 있었다.
그들의 답장을 읽어보면서 나는 이들이 '합격자'인지 '불합격자'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좋은 말들이 가득했다.
감사하다. 속이 시원하다. 더 나은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단점을 찾아줘서 감사하다. 와 같은 덕담이 주를 이루었고,
심지어 나같은 사람을 메일로나마 만나고, 이런 회사에 지원했던게 너무 기쁘다는 극진한 칭찬도 있어서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 레페리를 응원하겠다는 것'
탈락한 회사나 활동은 '저주하고 비난'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 회사를 응원하겠다고 긍정의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렇게 기쁜 마음을 갖게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원자들 대부분이 가장 고마워 한 점이
'지원서를 꼼꼼하게 읽어주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했으면 당연히 지원서를 제대로 읽었음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 취업이든 대외활동이든 지원서에 자소서를 쓸 때
"과연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나 볼까?" 라는 의문을 가장 많이 품고,
떨어지면
"와, 내 자소서 진짜 이번에 잘썼는데! 결국 스펙이구나..."라며 합리화를 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자소서를 꼼꼼하게 읽었다는 것을 표현만 해주어도
그들은 '속이 시원'해지고 '진짜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고 고쳐나갈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지원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탈락한 지원자들이 제대로 발전할 계기가 되어 인재로 거듭나, 결국 기업에게도 좋고,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좋은일이다.
스펙을 탓하며 스펙을 쌓고, 또 스펙을 탓하며 더 스펙을 쌓고의 악순환의 반복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닌가?
대기업은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리기에
모두에게 깊은 피드백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한 줄'이라도 그 지원자에 맞는 멘트를 해주며
진심의 사과와 응원을 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결국, 내 회사에 지원한 3만 명 중 2만 9천 명을 탈락 시켰을 때
그 2만 9천 명이 '안티'가 되거나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돌아가게 된다면,
나중에 아무리 수십억을 써서 광고와 마케팅을 펼쳐도
절대 되돌리기 힘든 '이미지 실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광고비를 줄여 탈락자에 대한 예우에 투자만 하더라도
그 2만 9천 명 중 대다수를 진정한 Fan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가식으로 사과와 응원을 하는 것은 소용없다.
진심으로 해야 한다.
나도 이번의 깨달음을 계기로 꼭 내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을 때에는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지금처럼 그들에게 '차가운' 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다.
<1차 합격자에게 소식을 알리다.>
다음 순서는 '합격자 공지'
이미 '합격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고 만나볼 기회를 갖게된 이들이라
이들에게 보내는 메일은 컨셉을 조금 달리하였다.
물론 한 명 한 명 다른 메일을 직접 써서 보내주는 것은 동일하지만 말이다.
이번 메일은 면접에 초점을 맞춘 '중간평가 피드백'과 '진지함'을 컨셉으로 하였다.
우선 중간평가 피드백은
1차 합격자들이 좀 더 자신의 장점의 포인트와 단점을 확실히 파악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 확실히 우리를 설득할 수 있게 돕게하기 위함이었다.
합격자라고 칭찬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매력은 있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에겐 전문성을 어필할 것을 조언하고,
실력은 있어보이나 매력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좀 더 우리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야할 것이라 조언했다.
말투도 '탈락 지원자'들에게 보내는 메일보다 훨씬 엄숙했고 말이다.
그렇게 진지하게 한 이유는
이제 합격자를 단 1~2명만 골라내야하는 선택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진짜' 실력있는 사람.
'진짜'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진짜' 우리랑 잘 맞는 사람.
그런 사람을 골라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대기업 대외활동과는 달리
금전적 보상도 거의 없고, 웃고 즐기는 일이 아닌 '실무'이기에
진지하게 잘 생각해 볼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그 지원자의 '의지력'과 '동기의 진심'이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10명에게 그렇게 면접일과 장소를 공지하고
가능 시간대를 조사받아
최종 인터뷰 타임과 라인업을 공개하였다.
이제 진짜 그들과 만나는 '면접'만이 남았다.
이제 면접의 모습, 2차 최종 심사, 선발 후 간략한 이야기가 남았는데.
이번에도 생각보다 글이 길어진 관계로!
다음 편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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