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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의 진짜 문제는 ‘도입’이 아니라 ‘운영’이다

왜 지금, 기업에는 오픈소스 거버넌스가 필요한가

by digilog

최근 몇 년간 국내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폭넓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AI의 확산은 오픈소스 도입의 속도를 그 어느 때보다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 없이 오픈소스를 쓰는 것은,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모는 것과 같다는 점입니다.


1. 오픈소스의 진짜 가치는 ‘속도’와 ‘혁신’이다

예전엔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픈소스를 썼다면, 이제는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 자산으로 활용됩니다. McKinsey는 개발 속도 상위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오픈소스 활용 능력’을 꼽았습니다. 즉, 단순히 ‘무료니까 쓰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IDG 조사 또한 이를 뒷받침합니다.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IT 비용 절감(63%)뿐 아니라, 비즈니스 변화 대응 민첩성(35%), 벤더 종속성 탈피(26%) 등 전략적 목표에 있다.


2. 단순 '소비자'로 남는 것은 가장 위험한 전략이다

많은 기업이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는’ 수준에서 멈춥니다. 그러나 이런 수동적 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술 부채와 라이선스 위반과 보안 취약점 방치 등 리스크를 증폭시킵니다.


단순 소비자에 머물면 위험이 쌓이지만, 기여자로 나서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지보수 비용 절감: 커뮤니티 업스트림에 반영되면, 내부 수정 코드를 계속 패치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기술 로드맵 영향력: 핵심 기능이 프로젝트 로드맵에 포함되도록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인재 확보 경쟁력: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기업은 개발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근무지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여와 참여가 효과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3. 거버넌스의 부재, 가장 큰 리스크

국내 기업들이 간과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거버넌스의 부재입니다. 거버넌스 부재는 보안과 법적 리스크, 조직의 불확실성을 초래합니다. IEEE는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거버넌스는 오픈소스 사용에 내재된 보안·법률·커뮤니티 리스크를 완화하고, 개발자들이 더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돕는다.


4. 해법은 명확하다: OSPO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OSPO, Open Source Program Office) 를 운영합니다. OSPO는 단순한 규제 조직이 아니라,


오픈소스 라이선스 준수

보안 취약점 및 SBOM 관리

커뮤니티 기여 전략

내부 정책 가이드라인 수립


이 모든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 입니다. 국내 기업들 또한 오픈소스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수가 전담조직 없이 “각자 알아서” 사용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OSPO를 통해 ‘누가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쓸 것인가’ 를 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오픈소스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5. 보안 없는 오픈소스는 ‘시한폭탄’이다

Sonatype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512,847개의 악성 패키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56% 증가한 수치로, 오픈소스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Log4Shell, XZ Utils 백도어 등과 같은 사건은 우리가 직접 만들지 않은 코드가 가장 큰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기술 커뮤니티와 규제 기관들은 하나의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자재 명세서(SBOM, Software Bill of Materials)'입니다.


미국 행정명령, EU의 Cyber Resilience Act 등은 SBOM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내 규제 환경에서도 불가피한 흐름이 될 것입니다.


6. 성공의 마지막 퍼즐은 ‘문화’

거버넌스가 제도라면, 문화는 그 제도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개방·협업·투명성이 자리잡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오픈소스의 진정한 경쟁력은 문화에서 완성됩니다.


이제 오픈소스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입니다. 라이선스 관리·보안·기여·문화까지 연결하는 체계적 거버넌스, 그 중심에 OSPO가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오픈소스 프로그램 오피스(OSPO) 를 통해


라이선스와 보안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커뮤니티 참여 전략을 수립하며,

기술 혁신과 조직 문화를 연결해야 합니다.

이제는 오픈소스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혁신 속도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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