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문학
어릴 적부터 우리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아왔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워야 남보다 앞서고, 더 많이 알아야 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이 젖듯 어느새 제 안에 스며든 이 오래된 믿음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려 합니다.
우리가 만든 외로운 싸움판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참 삭막합니다. 마치 '아는 놈'과 '모르는 놈', '속이는 놈'과 '당하는 놈'으로 나뉜 것 같습니다. "네가 모르니까 당한 거야." 이런 차가운 말이 상식이 된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이 가진 작은 정보 하나를 무슨 대단한 보물인 양 숨기기에 바쁩니다. 남에게 알려주면 내 밥그릇을 뺏길까 봐, 내가 손해 볼까 봐 전전긍긍하면서요.
부동산 정보, 투자 정보, 돈 버는 방법…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독점하고 선점하는 것을 능력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 감추고 뺏으려다 보니, 사회는 결국 거대한 싸움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참 피곤하고 외로운 풍경입니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살아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움켜쥐려는 '정보'와, 지금 시대를 움직이는 '데이터'는 다릅니다.
우리가 "안다"라고 자부하는 것들은 사실 박제된 사진과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낡고 빛이 바래죠. 반면 '데이터'는 강물입니다. 끊임없이 흐르고, 변하고, 실시간으로 갱신될 때 비로소 가치가 생깁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나만 알고 금고 속에 가둬두면, 그건 흐르지 않는 고인 물이 되어 썩기 시작합니다. 40년, 50년 전에는 아는 것이 힘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흐르는 것이 힘'인 세상입니다.
내 손을 펴면 생기는 일
사실, 저에게도 부끄러운 고백이 하나 있습니다. 저에게는 오랫동안 혼자만 보물처럼 아끼던 '노하우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100% 경험하면서 남겼던 그런 데이터. 남들이 알면 제 자리가 위협받을까 봐, 누가 물어봐도 짐짓 모른 체하며 서랍 깊숙이 숨겨두곤 했죠.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 내용을 동료들에게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내 밑천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노트의 부족했던 점은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채워졌고, 낡은 정보는 그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제가 혼자 끙끙대며 가지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쓸모 있는 지혜가 되어 저에게 되돌아온 것입니다. 즉, 속 좁은 나의 관점이 확장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내 인생은 왜 똑같을까?"라고 한탄하면서도, 어제와 똑같은 지식을 꽉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 변화는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고 흐르게 할 때 시작됩니다.
정보는 '정적 흐름'이고
데이터는 '동적 흐름'입니다.
"지금 당신의 두 손을 꽉 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신을 지켜주는 방패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성장을 스스로 막고 있는 개구리 족쇄인가요?" © 2025. Digitalian. | CC BY-NC-ND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