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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r 28. 2019

엄마들은 왜 무리 지어 다닐까?

마음이 통하는 것보다, 목표가 같은 친구가 필요한 엄마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작은 콘크리트 벽안에 아이와 나만 덩그러니 고립된 기분'이라는 글을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 우리 엄마도, 내 친구도 겪은 출산과 육아는 평범한 인생의 과제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유독 나에게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이 작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은 나를 옥죄왔고, 늘어진 뱃살과 체중 증가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또한, 출산과 육아로 일터를 떠난 많은 선배들처럼 나의 커리어도 여기서 끝이 날 것 같은 두려움은 사시사철 불철주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모든 걱정들은 챔피언의 주먹처럼 거칠고 쉴 틈 없이 다가왔다. 



아이 엄마라면 잘 통할 것이라는 착각


산후조리원 동기는 사귀었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조리원에서는 초보엄마의 삶에 적응하기도 바빠 내 옆의 사람을 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정보는 나눌 수 있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면 어느 순간 끝날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립된 콘크리트에서 나와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친구가 정말 간절하게 필요했다. 특히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가 워킹맘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나에게는 비슷한 가치관과 고민을 하는 워킹맘 친구여야 했다. 내가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라, 아이의 진취적인 태도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위로를 건네줄 친구. 우연한 계기로 분당의 워킹맘 모임을 알게되었고, 나보다 더 에너지 넘치는 워킹맘 선배들을 만나면서 산후 우울증도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나도 일과 가정을 잘 꾸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함께 글을 쓰는 것의 설렘


영화 <완벽한타인>에서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일한 수현은 문학 모임에 나가면서 아이와 가족을 위해 한 발자국 물러나 있던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모임에서 누구보다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화양연화였던 20대를 글쓰기를 통해 다시 한번 만난다. 누군가에겐 쓱-하고 지나쳐버릴 글이지만,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글쓰기를 통해 경제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시장통처럼 시끌시끌한 머릿속이 글을 통해 정리되고, 육아 걱정을 한 템포 내려놓고 나의 삶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와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아이를 재우며 같이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의지만 강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잠든 후 침대를 빠져나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워킹맘 모임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그렇게 매주 목요일, 아이가 잠들면 글을 써 내려갔다. 내 커리어는 일시중지 상태이지만, 과거의 커리어를 정리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지난 6년 동안 해왔던 업무와 느낀 점을 글로 기록했다. 엄마가 되면서 느끼게 된 순간의 감정도 에세이로 풀어냈다. 콘텐츠를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했지만, 좀 더 가볍게 다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혼자 하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 함께하는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결코 수 편의 글을 발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목요일마다 내 글을 완성하고 나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댓글과 좋아요를 남긴다. 글 한편을 통해 잘 모르는 사람의 세상을 만나고, 워킹맘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목표가 같은 친구를 만난다는 것 


아이를 낳고 나와 남편의 목표는 너무나도 바뀌었다. 모든 목표의 주어가 '나'였다면, 이제는 '아이'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가 자신만의 인생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현명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경제적 자유를 찾고 싶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편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같은 목표를 하는 친구가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함께 글을 써왔던 것처럼,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유익한 것들을 공유하고 성장하며 같이 늙어가고 싶다. 아이밖에 없는 엄마들의 무리가 아니라, 엄마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사는 네트워크가 점차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막간 홍보*

분당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카페를 추천합니다. 

https://cafe.naver.com/workingmo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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